신장위구르에서 촬영하고 크레딧에 공안국 감사

인권침해 의혹 심각한데, 영화가 이를 옹호비판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디즈니 영화 뮬란 공개 행사에서 주연배우 유이페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주연 배우의 반 홍콩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디즈니 신작 영화 <뮬란>이 중국 정부의 신장위구르 탄압을 정당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언론들이 자국 자본이 찍은 중국을 소재로 한 영화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새로 논란이 이는 지점은 촬영지와 엔딩 크레딧 부분이다. 훈족의 침입을 막는 설화 속 중국 여성 뮬란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시안, 둔황, 뉴질랜드 등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지역이다.

특히 영화가 끝난 뒤 제작진 이름 등이 나오는 엔딩 크레딧에 촬영에 협조해 준 중국 당국에 감사를 표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 공산당 홍보과투르판시 공안국등을 거론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중국 북서부 변방에 있는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이른바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면서 위구르족을 강제 구금하고 인권을 탄압한다는 논란이 이는 지역이다. 20097월 위구르족과 한족 간에 대규모 유혈충돌이 일어난 뒤 탄압이 강화됐으며, 한족을 이곳으로 대거 이주시키는 등 강력한 동화 정책을 펴고 있다.

<AP> 통신은 9일 디즈니의 뮬란이 중국 정부의 위구르인 인권 탄압을 정당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전날 뮬란 보이콧 운동을 다룬 분석 기사에서 “(뮬란이) 민족주의와 맹목적 애국주의를 조장하는 중국 공산당 정책에 대한 분노를 끌어당기는 자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같은 날 뮬란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통해 디즈니는 (중국의) 반인륜적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즈니는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오는 11일 뮬란의 핵심 타깃인 중국 시장 개봉을 앞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뮬란 제작비로 2억달러(2357억원)를 투입한 디즈니가 중국 시장 흥행을 위해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톰 코튼 아칸소주 상원의원(공화당 아칸소)8일 트위터를 통해 디즈니가 중국의 현금에 중독됐다고 비판했다.

홍콩 민주화운동가 조슈아 웡이 지난 5뮬란 보이콧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뮬란이 한창 제작중일 때는 중국계 미국 배우 류이페이(유역비)가 홍콩 민주화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한 홍콩 경찰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발언을 해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류이페이는 지난해 814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쳐도 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적힌 사진을 게시하고 ‘#我也支持香港警察(나도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다음날 오전에는 서로 생각이 다르면 나쁜 감정 없이 헤어지면 된다는 글도 남겼다. 당시 홍콩에서는 중국 정부의 범죄자 송환법에 맞서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뮬란>11일 중국 개봉을 앞두고 홍콩과 대만, 타이(태국) 등에서 보이콧 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홍콩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는 조슈아 웡은 최근 소셜미디어서비스를 통해 디즈니는 중국 정부에 굽신거릴 뿐만 아니라, 류이페이는 공개적으로 홍콩에서 경찰들이 저질렀던 무자비한 행위들에 대해 옹호했다나는 인권을 믿는 여러분 모두가 영화 <뮬란>을 보이콧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과 타이 누리꾼들도 <뮬란> 보이콧에 동참했다. 홍콩과 대만, 타이 누리꾼들은 각국의 시위 등에 공감하면서 이른바 밀크티 동맹을 맺고 있다. 17<뮬란> 개봉을 앞둔 국내에서도 일부 보이콧 운동이 일고 있다.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