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서 중심으로 좌표 이동한 케이팝]
‘잘나가는’ 방탄소년단 · 블랙핑크, 빌보드 등 세계 차트 계속 질주
JYP·SM 일·중서 발굴한 아이돌 완벽한 현지화…각종 차트 1위 점령
세계 음악 시장에서 ‘변방’에 머물던 케이(K)팝이 주류 문화로 발돋움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연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고, 슈퍼엠·몬스타엑스·엔시티(NCT)127 등 뒤를 따르는 그룹들도 좋은 성과를 내면서 K-Pop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인이 즐기는 대중문화로 성장하는 모습이다. 더불어 한국 아이돌 체계와 성공 노하우를 그대로 이식한 그룹이 국외에서 성공을 거두는 등 K-Pop의 확장성이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K-Pop의 인기를 앞장서 이끄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는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대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1일 공개한 ‘다이너마이트’로 발매 첫 주(9월5일치)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 100’ 1위에 올랐고, 차트 진입 2주차(9월12일치)에도 정상을 지켰다. 지금까지 한국 가수가 이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미리 발표된 3주차(9월19일치)에는 카디 비와 메건 디 스탤리언의 ‘왑’(WAP)에 1위를 내줬지만, 2위를 기록하며 최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블랙핑크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들이 팝스타 설리나 고메즈와 부른 ‘아이스크림’은 ‘핫 100’ 차트에서 13위를 기록하며 한국 여성 가수로서는 최고 성적을 냈다. 넷플릭스도 블랙핑크에 주목했다. 세계 190여개 나라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는 다음달 14일 ‘블랙 핑크: 세상을 밝혀라’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공개할 예정이다. 2016년 데뷔 이후 지난 4년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앞서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를 각각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지만, 한국 가수를 단독 주인공으로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BTS).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는 빌보드가 14일 새롭게 내놓은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 200여개 지역에서 집계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음원 판매) 수치를 기반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를 뽑는 차트다. ‘다이너마이트’는 2위, ‘아이스크림’은 8위에 올랐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노래 2위, 8위가 K-Pop이라는 얘기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선전 속에 K-Pop은 아시아를 넘어 꾸준히 대중성을 높이며 경쟁력을 확보해가는 모습이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연합팀인 슈퍼엠이 지난해 ‘핫 100’(싱글차트)과 함께 빌보드 양대 차트로 꼽히는 ‘빌보드 200’(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고, 올해엔 몬스타엑스와 엔시티127이 이 차트에서 각각 5위를 기록했다.
K-Pop의 인기는 아이돌 체계와 성공 노하우의 수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의 니쥬와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웨이션브이(WayV)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케이팝 기획력으로 각각 일본과 중국 현지에서 발굴해 데뷔시킨 아이돌 그룹이다. 데뷔와 동시에 현지에서 각종 차트 1위를 휩쓸며 인기몰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들의 인기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있다. 지난 6월 데뷔한 니쥬는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가 일본 소니뮤직사와 합작해 만든 팀이다. 일본 현지에서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멤버들을 선발한 뒤, 한국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체계적으로 훈련시켰다.
지난해 데뷔한 웨이션브이도 중국(홍콩 포함)과 타이 멤버로만 꾸려진 현지화 그룹이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프로듀싱을 맡고, 중국 현지 합작 레이블(음반사)인 ‘레이블 브이(V)’가 매니지먼트를 맡았다. 중국의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에 한류 아이돌 그룹은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들은 현지에서 활동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블랙핑크.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음악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케이팝 열풍이 불고 있지만, 일본이나 중국에선 자국어로 자국민이 활동하는 아이돌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K-Pop의 음악성과 퍼포먼스를 갖춘 이들의 등장에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방탄소년단도 일본에서 활동할 때는 일본어로 된 음반을 낸다”며 “일본 음반 시장은 자국어 위주의 특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변방의 노래’로 여겨지던 K-Pop이 큰 관심을 받게 된 이유로는 ‘콘텐츠 파워’가 꼽힌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2000년대 이후 케이팝이 음악적으로나 산업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인재가 몰리면서, K-Pop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는 한국적 색깔을 갖춘 콘텐츠들이 완성되기 시작했다”며 “미국 팝 가수들이 여전히 세계 음악 시장의 주류를 장악하고 있지만, 보여주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돌 팝 장르에서만큼은 한국 가수들이 미국이나 영국 가수를 뛰어넘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T)을 보유한 스마트폰 및 인터넷 강국이라는 점도 세계 무대에서 K-Pop이 ‘듣는 음악’을 넘어 ‘보는 음악’으로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니쥬.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제공
K-Pop이 가진 ‘양면성’이 인기 비결이란 평가도 나온다. 박희아 대중음악평론가는 “국외 수용자가 보기에, K-Pop은 큰 틀에서 다른 팝송과 장르적으로 큰 차이가 없게 들리지만, 세부적으로는 비티에스의 ‘아이돌’이나 슈가의 ‘대취타’ 등의 사례처럼 국악적 요소가 결합하는 등 독특한 색깔을 담고 있다”며 “이런 보편성과 특수성에 세계 팬들이 열광한다”고 분석했다.
한편에선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영대 평론가는 “이젠 K-Pop의 미래를 위해 일부 그룹에서 드러난 왕따·괴롭힘 등의 원인으로 지목된 오랜 연습생 기간과 합숙 생활 등 한국만의 독특한 아이돌 문화를 합리적으로 손봐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희아 평론가는 “니쥬의 멤버 가운데 한명이 전범기업 소유주의 후손으로 드러나고, 웨이션브이 일부 멤버는 홍콩 시위 당시 시위대를 과잉 진압한 홍콩 경찰을 지지하면서 논란이 인 적이 있다”며 “한·중·일이 역사적으로 민감하게 얽혀 있는 만큼, 멤버를 뽑는 과정에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경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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