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야권 후보·선거운동 참모 활약

루카셴코 대통령 남성 후보체포에

남편들 대신 나서 납치’ ‘망명수난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섰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운데)와 그의 선거 캠프에 참여한 베로니카 쳅칼로(왼쪽), 마리야 콜레스니코바(오른쪽)가 지난 730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민스크/로이터 연합뉴스

         

권위주의적인 통치로 악명 높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26년 독재에 균열을 낸 것은 남성 경쟁자들이 아니라 여성 3인의 연대였다. 야권 대선 후보로 나섰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와 그의 선거캠프에 뛰어들었던 마리야 콜레스니코바, 베로니카 쳅칼로가 그들이다. 티하놉스카야와 쳅칼로는 정치적 탄압을 피해 국외로 몸을 피했지만 콜레스니코바는 국내에 남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벨라루스 정부가 콜레스니코바를 국가 안보 위협 혐의로 기소했다고 <BBC>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콜레스니코바는 부정선거 의혹이 일고 있는 지난달 9일 대선 뒤 조직된 야권 단체 조정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조정위원회는 대선 뒤 한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콜레스니코바는 지난 7일 수도 민스크에서 복면을 쓴 괴한에게 대낮에 납치됐다. 그와 함께 붙잡혀 갔던 다른 남성들의 증언을 보면, 괴한들은 콜레니스코바를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끌고 가 벨라루스를 떠날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여권을 갈가리 찢어버리며 출국을 거부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그 모습을 묘사한 남성은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플루트 연주자였던 콜레스니코바가 여성 연대에 뛰어든 데는 루카셴코 정부의 남성 야권 인사 탄압이 계기가 됐다. 콜레스니코바는 원래 은행가이자 루카셴코에 대항할 가장 강력한 야권 후보 중 한명이었던 빅타르 바바리카의 선거 운동 책임자였다. 정권에서 빅타르를 돈세탁 등 금융범죄 혐의로 지난 7월 체포하자, 그는 티하놉스카야와 손을 잡았다.

벨라루스 루카센코 대통령

티하놉스카야는 원래 영어 교사로 정치와는 아무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유명 블로거였던 남편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뒤 체포되면서 대신 후보로 나섰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38살 티하놉스카야를 외세의 조종을 받는 불쌍한 작은 소녀라며 조롱했다. 하지만 티하놉스카야는 대통령 임기를 2연임으로 제한하고, 모든 정치범을 석방한다는 공약을 내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대선 뒤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그는 이웃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사실이 확인됐다.

티하놉스카야를 돕겠다고 나선 쳅칼로도 비슷한 처지였다. 정보통신(IT) 전문가이자 주미 대사를 지냈던 남편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국에 후보 등록을 거부당했다. 정치적인 탄압을 두려워한 남편은 아이와 함께 러시아로 가버렸고 벨라루스에 남은 쳅칼로가 티하놉스카야 캠프에 합류했다.

대선 뒤 주말마다 10만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이자 루카셴코 대통령 쪽도 당황하고 있다. 벨라루스 인구는 1천만명 정도다. 루카셴코는 방탄조끼에 총을 들고 거리에 나선 모습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민주화 요구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 조기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