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출신 옌리멍 연구원 논문에 배넌이 의장 맡은 재단 이름 올라

과학계 논문 신뢰할 수 없어트위터, 폐쇄페이스북 가짜뉴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선임전략보좌관과 궈원구이. 궈원구이의 트위터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이 코로나19 중국 우한 제조설연구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넌의 지원을 받아 우한 제조설을 주장한 홍콩 출신 연구원의 SNS 계정들은 폐쇄되거나, ‘가짜뉴스경고를 받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연구실에서 제조됐다고 주장해온 홍콩대 박사후과정 연구원 옌리멍은 그 증거를 밝히겠다며 14일 공개 접근 저널 <제노도>에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의 표지에는 배넌이 관여하는 법치 재단의 이름이 올라있다.

법치 재단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도주한 백만장자 궈원구이가 지난 2018111억달러를 기부해 만들어진 재단이다. 뉴욕에 소재한 2개의 자선단체로 구성됐으며, 배넌은 이 중 하나인 법치 사회의 의장이다. 이 법치 사회도 옌리멍의 논문 표지에 이름이 올랐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인 궈원구이는 2014년 측근이 부패혐의로 체포되자 중국에서 도피했다. 그는 뉴욕에 자리잡은 이후 중국 공산당 타도 운동을 벌여왔다. 배넌은 미국 극우 음모론 뉴스 사이트 <브레이트 바트>를 창립해 운영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일한 그는 백악관 보좌관으로 발탁됐다가 20178월 그만뒀다.

배넌은 그 후 중국 공산당을 비난하는 수십건의 동영상에 궈원구이와 함께 출연하며 인연을 쌓았다. 배넌은 지난달 기금 모금에서 기부자들에게 사기를 친 혐의로 체포됐다가, 500만달러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체포 당시 배넌은 코네티컷 해변에 있는 궈원구이의 호화 요트에 있었다.

홍콩에 거주하던 옌리멍은 지난 4월 미국으로 건너가 7월께부터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한 제조설을 적극 주장해 왔다. 그는 728일 배넌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생물무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달 들어 영국 <아이티브이>(ITV)와 미국 <폭스뉴스> 등에 출연해 비슷한 주장을 반복하다가, 지난 14일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는 옌리멍 외에 다른 4명의 연구자 이름이 올랐는데, 이들의 자격은 명시되지 않았다. 배넌이 관여하는 법치 사회나 법치 재단이 이 연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도 밝히지 않았다.

옌리멍의 트위터 계정(@limengyan119)17일 현재 정지된 상태다. 이번 달 만들어진 이 계정은 옌 교수의 얼굴 사진과 함께 과학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제목 등이 있었으나, 현재는 텅 빈 상태다. 트위터는 이 계정이 트위터 운영원칙을 위반했다고만 공지했다. 트위터는 지난 5월부터 가짜 뉴스로 판명 난 정보가 담긴 트윗에 라벨을 달아 가짜 뉴스임을 밝혀왔는데, 계정 자체를 정지시키는 것은 드문 일이다.

페이스북 역시 옌리멍의 주장을 가짜 뉴스로 분류하고 있다. <폭스 뉴스>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터커 칼슨 투나잇이 지난 15일 자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우한 제조설을 담은 옌리멍과의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이 영상에 독립 기관에서 거짓이라고 판단한 코로나19 정보가 반복된다는 라벨을 달았다.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된 검증 기사 3건도 연동시켰다.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가 운영하는 <팩트체크> 누리집과 미 언론 <유에스에이 투데이>의 코로나19 관련 기사들이다. 해당 기사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한 제조설이나 에이즈 바이러스 조작설등이 사실이 아님을 검증하는 내용을 담았다.

옌리멍이 <제노도>에 기고한 논문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연 진화보다는 수준 높은 연구소에서 조작됐음을 시사하는 게놈의 일반적이지 않은 특성과 가능한 조작 방법에 대한 상세한 기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2003년 사스 바이러스와 닮았고 중국군 연구소가 발견한 박쥐 바이러스와 유사하다는 주장 등을 담았다.

앤드루 프레스턴 영국 배스대 교수는 현재의 형태로는 이 논문에 어떤 신뢰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음을 검증하는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한 클리틴 앤더슨은 옌리멍의 주장이 사실 관계부터 틀리다고 일축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와 다르고, 이 두 개의 바이러스는 3500개 이상의 핵산 구성성분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옌리멍은 지난 7월 코로나19가 사람 사이에서 전파된다는 것을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발견했으나, 홍콩대가 자신을 침묵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콩대는 옌리멍은 지난해 말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어떠한 연구도 수행한 바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 정의길 기자 >

 

코로나 우한 제조설옌리멍 교수, 트위터 계정 정지됐다

홍콩 옌리멍 교수 계정 정지되고 동영상은 가짜뉴스 경고

일각선 중국 정부 영향과학계는 옌 교수 주장 신뢰 안해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제조설을 주장하는 옌리멍 교수의 트위터 과거 계정(왼쪽)과 정지 상태의 현재 계정(오른쪽). 트위터 갈무리

       

중국 연구소가 인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홍콩 연구원의 트위터 계정이 정지됐다. 페이스북도 관련 내용을 담은 메시지에 거짓 정보가 담겨있다는 팻말을 붙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제조설을 주장한 홍콩 공중보건대 옌리멍 교수의 트위터 계정(@limengyan119)17일 현재 정지된 상태다. 이번 달 만들어진 이 계정은 옌 교수의 얼굴 사진과 함께 과학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제목 등이 있었으나, 현재는 텅 빈 상태다.

트위터는 계정을 정지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이 계정이 트위터 운영원칙을 위반했다고만 공지했다. 트위터는 지난 5월부터 가짜 뉴스로 판명 난 정보가 담긴 트윗에 라벨을 달아 가짜 뉴스라고 밝혀왔는데, 이렇게 계정 자체를 정지시킨 것은 드문 일이다. 트위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몇몇 트윗에도 가짜 뉴스라벨을 단 바 있다.

페이스북은 더 친절했다. <폭스뉴스>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터커 칼슨 투나잇이 지난 15일 자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제조설을 담은 옌 교수와의 인터뷰 영상을 올리자, 페이스북은 독립 기관에서 거짓이라고 판단한 코로나19 정보가 반복된다는 라벨을 달았다.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된 검증 기사 3건을 연동시켰다.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가 운영하는 <팩트체크> 누리집과 미 언론 <유에스에이(USA)투데이>의 코로나19 관련 기사들이다. 해당 기사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한 제조설이나 에이즈 바이러스 조작설등이 사실이 아니라고 검증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 기사들은 올해 1~4월에 작성된 것으로 최근 옌 교수의 주장을 직접 검증하지는 않았다.

미 폭스뉴스 프로그램 터커 칼슨 투나잇이 페이스북 계정에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제조설을 주장하는 옌리멍 교수와의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가 거짓 정보라는 라벨이 붙었다. 페이스북 갈무리

일각에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아 옌 교수의 계정을 없애고 가짜 뉴스낙인을 찍은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지만, 이보다는 옌 교수의 주장이 그동안 밝혀진 우한 제조설의 허점을 뒤집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옌 교수는 최근 잇따라 언론 인터뷰를 하고 관련 논문을 공개하고 있지만, 과학계는 그의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홍콩에 거주하던 옌 교수는 지난 4월 미국으로 건너가 7월께부터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한 제조설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728일 미 극우파 인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생물무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주장했고, 이달 들어 영국 <아이티브이>(ITV)와 미국 <폭스뉴스> 등에 출연해 비슷한 주장을 반복했다.

옌 박사는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문도 공개했다. 이번주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연 진화보다는 수준 높은 연구소에서 조작됐음을 시사하는 게놈의 일반적이지 않은 특성과 가능한 조작 방법에 대한 상세한 기술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정보공유 플랫폼 제노도’(Zenodo)에 발표했다. 이번 바이러스가 2003년 사스바이러스와 닮았고 중국군 연구소가 발견한 박쥐바이러스와 유사하다는 주장 등을 담았다.

그러나 옌 교수의 논문은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앤드루 프레스턴 영국 배스대 교수는 현재의 형태로는 이 논문에 어떤 신뢰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대 대변인도 성명을 내어 옌 박사의 주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핵심 요소들과 부합하지 않으며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