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박인비 추격 5타 차로 따돌려LPGA 통산 11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27)이 처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김세영은 1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클럽(70·6577야드)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43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7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박인비(9언더파 271)5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 우승 상금 645천달러(74300만원)를 거머쥐었다.

2015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뛴 김세영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김세영은 지난해 11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11개월 만에 LPGA 투어 대회 승수를 추가, 통산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김세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LPGA 투어에서 13개 대회 중 4승을 합작했고, 이 중 지난달 ANA 인스피레이션의 이미림(30)에 이어 메이저대회 2연승을 수확했다.

극적인 승부로 역전 우승을 차지한 적이 유독 많아 '역전의 여왕'으로 불려 온 김세영이지만, 이날만큼은 선두를 지켜내는 안정적인 면모로 '메이저 퀸'의 자격을 증명했다.

7언더파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세영의 경쟁 상대는 챔피언 조의 브룩 헨더슨(캐나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가 아닌 앞 조에서 경기한 '메이저 7' 보유자 박인비였다.

세 타 차 4위로 출발한 박인비가 첫 홀(4)부터 버디로 추격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함께 경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선수의 '장군멍군' 양상이 펼쳐졌다.

2번 홀(4) 어려운 파 세이브로 초반 위기를 넘긴 김세영이 3번 홀(4)에서 첫 버디를 낚아 한 발 달아나자 박인비가 5번 홀(3)에서 또 한 타를 줄였다.

김세영이 6번 홀(4) 그린 끝에서 어려운 경사의 퍼트를 떨어뜨리며 다시 세 타 차를 만들었지만, 박인비는 7번 홀(4)에서 응수하며 두 타 차 견제를 이어갔다.

전반 마지막 홀인 9(5) 홀에서 김세영이 세 번째 샷을 홀 1정도에 잘 붙여 한 번 더 달아났으나 박인비는 12번 홀(4)에서 버디를 추가해 끈질긴 추격전을 이어갔다.

하타오카 나사(일본)14번 홀(3)까지 4타를 줄이며 3위로 올라서긴 했으나 김세영과 4타 차라 우승은 사실상 김세영과 박인비의 싸움으로 좁혀졌다.

김세영은 13(4), 14(3) 홀에서 공격적인 핀 공략으로 버디 기회를 만든 뒤 놓치지 않고 타수를 줄여 박인비와의 격차를 4타로 벌리고 첫 메이저 우승을 예감했다.

17번 홀(3)에서 박인비가 장거리 퍼트를 집어넣으며 막판까지 힘을 냈지만, 김세영의 1617번 홀 연속 버디가 결정타가 됐다.

5타 차 선두를 유지한 채 18번 홀(4)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침착하게 올리고 나서야 김세영은 환한 미소로 바짝 다가온 메이저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두 명의 한국 선수가 리더보드 위를 채운 가운데 하타오카와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가 공동 3(7언더파 273)에 올랐다.

타수를 잃은 노르트크비스트는 5(4언더파 276), 헨더슨은 6(3언더파 277)에 자리했다.

박성현(27)17(2오버파 282), 지은희(34)는 공동 18(3오버파 283)로 대회를 마쳤다.

 

LPGA 6년 만에 찾아온 메이저 왕관'빨간 바지의 승부사' 김세영

신인왕·역대 최소타 등 '차곡차곡'메이저는 29번째 도전 끝 정복

 

11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이후 첫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차지한 김세영(27)은 아마추어, 국내 프로 무대, 미국까지 정상급 기량을 유지해 온 선수다.

아버지 김정일(58) 씨를 따라 골프 연습장에 간 것을 계기로 골프를 접해 초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시작, 중학교 2학년이던 2006년 한국여자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일찍이 LPGA 투어 진출의 포부를 품었던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0133, 20142승을 거둔 이후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이듬해 LPGA 투어 무대에 뛰어들었다.

2015LPGA 투어에서 3승을 챙기며 신인상을 거머쥐더니 이듬해 2, 2017년과 2018년에는 1승씩 따냈고, 지난해에도 3승을 수확해 매년 우승 소식을 알렸다.

상금 순위도 첫해 4, 이후 6, 10, 7, 2위로 꾸준히 상위권에 자리해 성공을 거뒀다.

태권도장을 운영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태권도를 배우며 어린 시절부터 기초 체력을 길렀다는 김세영은 163로 체구가 큰 편이 아님에도 장타가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이 대회 전까지 이번 시즌 LPGA 투어 평균 드라이버 거리 12(266.95야드)에 올라 있다.

호쾌한 샷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탄탄한 경기력에 강한 승부사 기질을 지닌 그는 경기에서 극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는 선수로도 특히 유명하다.

국내에서 뛸 때부터 유독 역전 우승이 많아 '역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그때마다 빨간색 바지를 입곤 해 '빨간 바지의 마법' 같은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20187월 마라톤 클래식에서는 최종합계 31언더파 257타로 우승, LPGA 투어 사상 72홀 역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은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종전 기록(27언더파)을 경신했다.

지난해 11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LPGA 통산 10승을 돌파, 박세리(25), 박인비(20), 신지애(11)에 이어 한국 선수로 네 번째로 LPGA 투어 두 자릿수 승수를 쌓았으나 '메이저대회 우승'만큼은 숙제로 남아있었다.

2014ANA 인스피레이션을 시작으로 이 대회 전까지 28차례 메이저대회에 출전, 준우승 2번을 비롯해 8차례 톱10에 들었으나 정상 등극의 고비를 넘지 못한 메이저대회는 그에게 '아픈 손가락'처럼 여겨진 부분이었다. 29번째 두드린 끝에 그 문이 마침내 열렸다.

짜릿한 '역전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여느 때처럼 빨간 바지를 입고 일궈낸 이번 우승으로 그는 '메이저 여왕' 대열에 합류함과 동시에 LPGA 우승 횟수에서 한국 선수 중 공동 3위에 오르며 '전설'로 가는 길을 열어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