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 독자적 검증 난점…팬데믹 시대 임상시험 잇달아
필수 영양소 중 하나인 비타민 디(D)가 코로나19 증상 악화를 줄여주고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그 효능이 새삼 주목받는다. 뼈 건강에 좋다는 비타민 디가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는 걸까? 근래 건강검진에서 비타민 디 결핍 진단을 받은 터라 궁금한 마음에 최근 연구 소식과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최근만 해도 지난달 말 스페인 연구진이 코로나19 환자 216명을 조사했더니 환자의 80% 이상에서 비타민 디 부족이 나타났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9월에는 미국과 이란 공동연구진이 이란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중증 환자 235명을 조사해 비타민 디가 충분한 환자의 사망 위험이 비타민 디 부족 환자에 비해 51.5%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플로스 원>에 보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 중에 여러 처방과 함께 비타민 디를 복용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치료·예방 효과가 아직 불확실하고 때로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언론에 꽤 보도된 9월의 <플로스 원> 논문을 두고서 연구 방법과 결론에 의문과 비판이 제기된 데 이어, 최근 <플로스 원> 편집위원회도 비타민 디가 코로나19 중증을 줄인다는 식의 결론을 받아들이는 데 주의하라는 ‘우려 표명’을 하고서 논문 재평가에 들어갔다.
염증 개선과 면역에 좋은 효과를 주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여러 보고가 나오지만, 비타민 디의 효능이 아직 분명한 사실로 자리잡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비타민 디 효능만을 따로 떼어 검증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 질병, 환경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물음도 계속 제기된다. 비타민 디 부족이 코로나19 증상 악화의 원인인지, 그 반대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환자들이 실내에 머물면서 비타민 디 합성에 필요한 햇볕 쬐는 시간이 줄거나 다른 이유로 결국에 비타민 디 부족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관관계는 입증돼도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래도 팬데믹 시대에 비타민 디의 가능성은 주목받고 있다. 영국에선 5천명을 모아 비타민 디 효능을 검증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시작된다. 세계 최대 임상시험 등록소(tinyurl.com/y4g8wc5r)의 자료를 보면,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한 세계 각지의 비타민 디 임상시험은 무려 59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닭과 달걀의 문제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당장 확실한 것도 있다. 비타민 디 과복용은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점, 햇볕 쬐는 시간을 늘리거나 보충제를 먹어 적정한 비타민 디 수치를 유지하면 어쨌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오철우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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