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P 이남 1.5km서 신병확보"귀순 의사 표명했지만 단정못해"

하루 전 감시장비 2회 포착설치된 과학화장비 "지형 탓 관측 불가"

 

북한 남성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군사분계선(MDL)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어 월남했다가 14시간여만에 군에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된 철책의 감지 센서가 아예 작동하지 않거나 '감시 사각지대'가 확인되는 등 군의 경계감시 허점이 또 한번 속속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는 4"우리 군은 강원도 동부지역 전방에서 감시장비에 포착된 미상인원 1명을 추적해 오늘 오전 950분께 안전하게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남성 A씨는 전날 오후 725분께 고성 지역 MDL 이남의 남측 GOP 철책을 짚고 넘어서 월남했다. 이 장면은 군 열상감시장비(TOD)에 실시간 포착됐다.

그러나 당시 해당 철책의 광망(철조망 감지센서)'먹통'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을 포함한 전 GOP 지역은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에 닿으면 센서가 울리며 5분 대기조가 즉각 출동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아예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있으나 마나 한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의 문제는 월남 상황이 벌어지기 이전에도 있었다.

A씨의 월남 하루 전인 지난 2일 오후 1014, 1022분께 등 두 차례 MDL 선상의 북측 지역을 배회하는 장면이 TOD에 찍혔으나 이후엔 관측되지 않았다.'지형에 따른 '사각지대'가 있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또 "(2일 최초 포착 이후) 다양한 우발 상황에 대비해 정보감시형태를 격상하고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비상주 GP 병력 투입, 기동 TOD 운용 등 감시를 강화했다"며 감시 장비와 병력을 총동원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럼에도 다음날 철책을 넘는 장면을 포착하기 이전까지 약 21시간 동안 어떤 장비로도 A씨를 포착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동부전선의 경우 겨울이지만 아직 수풀이 우거진 상태고, 지형에 따라 사각지대가 다소 있다"면서도 "관측 불가가 되고 나서도 (신병확보) 작전이 끝날 때까지 감시경계태세 강화했던 부분을 계속 유지했다"고 해명했다.

'지형의 어려움'이 있었다는 군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각종 장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A씨는 이날 오전 고성 남강(南江) 하천 인근 숲이 우거진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수색 및 탐색 작전을 벌이던 기동수색팀에 의해 철책을 넘은 지 14시간여만에 발견됐다. 위치상으로는 남측 GOP로부터 1.5km 남쪽 지점으로, 민가 주변은 아니었다고 군은 설명했다.

또 발견 당시 비무장 상태였던 A씨는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자신이 군인이 아닌 '주민'이며 귀순 의사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단정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발견 당시 건강에 이상 징후는 없었으며, (신병 확보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코로나19)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군과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은 이 남성을 헬기로 압송해 신원 확인, 월남 경위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건은 작년 731일 북한군 1명이 중부전선 임진강을 통해 귀순한 이후 13개월 만에 발생했다.

2018121일에는 북한군 1명이 동부전선 MDL을 넘어 귀순한 사례가 있으며, 지난 20171113일에는 북한군 병사 오청성 씨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했다. 당시 오씨의 경우 당시 북한군 추격조의 총격을 받기도 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북한군 동향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북한군도 귀순자 발생하면 찾는 등의 특이징후가 있는데 (이번엔) 적의 특이 징후가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