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증거인멸 우려 없어법정구속은 안해

 김 납득할 수 없어대법서 진실 밝히겠다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인터넷 기사의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과 달리 법정구속은 되지 않아 도지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김 지사는 즉각 상고할 뜻을 밝힘에 따라 지사직 상실 여부는 대법원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2(재판장 함상훈)6일 김 지사가 김씨 등의 댓글 조작 계획을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를 유죄로 인정해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댓글 순위 조작 계획 등이 담긴) 온라인 정보보고 문서들과 댓글 작업이 이뤄진 기사 목록들을 전달받고 킹크랩 시연을 본 이상 김 지사의 묵인 아래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온라인상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사회 전체의 여론까지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온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김 지사가 2016119일 김씨의 댓글 조작 범행을 도운 인터넷 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개발의 필요성을 보고받고 실제 구동되는 상황(시연)까지 참관한 뒤 개발과 사용을 허락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를 도운 대가로 경공모 회원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어떤 행위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위해서는 특정 후보자의 존재와 관련성이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특정 후보자가 누구인지 공소사실로 적시되지 않았고 김 지사가 센다이 총영사직 추천 의사를 타진한 것이 지방선거와 관련된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 형량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된다. 판결 뒤 김 지사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윤영 장예지 기자

 

친문 결집대권 행보 기대했지만보폭 좁아진 김경수

당내 차기 대권구도 당분간 이낙연- 이재명 2파전 전망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대통령선거 당시 댓글 여론조작 사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힐 기회를 놓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김 지사가 2심에서 무죄를 얻어내면 당내 차기 대권 구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결국 사법적 족쇄를 털어내지 못하자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에선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로 구축된 여당 대선후보 양자 구도가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민주당에선 이날 김 지사 판결 소식이 나온 직후 강한 유감”,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갔지만, 끝내 도착하지 못했다김 지사의 결백과 무죄를 확신하며 진실 규명에 총력을 다하겠다. 항소심 선고에 거듭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판결이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이뤄진 판결이다라며 “2심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애초 당에선 김 지사가 구속까지 됐던 1심 결과를 뒤집고 2심에서 무죄의 반전을 이끌어낼 경우, 당내 차기 대권 구도까지 출렁이게 할 수 있다는 기류가 흘렀다. 2심 판결을 동력으로 삼아 정치적 보폭을 확대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과 당내의 이른바 친문재인 성향의원들이 김 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이럴 경우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로 대표되는 양강 구도에도 일정 부분 균열이 생기면서 ‘3파전 양상을 띨 수 있다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김 지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댓글 여론조작 혐의에서 유죄를 인정받으면서, 대법원에서 남은 혐의를 털어내는 것이 그의 최대 과제가 됐다.

김 지사는 대법원에서 2심 형량이 확정되면 공직을 잃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물증 없이 이뤄진 정치적 판결이라 유감이라면서도 이번 판결로 김 지사가 당장 (차기) 대선 행보로 나아가기는 더 어렵게 됐다고 했다.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인 이 대표와 이 지사는 김 지사의 유죄 선고를 안타까워하면서 대법원에서의 반전을 기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부분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에서 바로잡히리라 기대한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대법원 재판이 남아 있으니 잘 수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은 김 지사가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은 만큼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김 지사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라고 말했다.            노지원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