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나는 꿈꾸는 사람

● 칼럼 2012. 1. 9. 15:24 Posted by SisaHan
- 샤갈(Chagall) 특별전에 부쳐 -

I am a dreamer. 
크리스마스 며칠 전에 온타리오 미술관(AGO)에서 열리는 샤갈 특별전에 갔다 왔다. 각 나라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그의 작품들을 모은 대규모의 전시회는 아니었고, 프랑스 파리의 퐁피듀 미술관에 소장 된 작품들이었으므로 전시된 작품 수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의 작품을 직접 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참고로 전시회는 1월 15일 까지 한다.
솔직히 나는 샤갈을 잘 모른다. 아니 미술 자체를 잘 모른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고 다만 조금이라도 더 알려고 노력한다. 문학을 하기 때문에 미술은 전혀 모른다거나 음악을 모른다는 말을 나는 싫어한다. 단지 표현의 방법과 도구가 다르다 뿐이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인이나 소설가라는 말보다는 Writer라는 말이 좋고 또 Writer 보다는 Artist라는 말을 내심 좋아한다. 그런 까닭에 그림 속에도 분명 읽어야할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샤갈의 그림은 나에게 더 매력적이었다. 그의 그림 속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어 비교적 이야기가 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색깔마저 환상적이어서 꿈을 그리기 쉬웠다. 그리고 그의 그림에는 무엇보다도 어떤 형태로든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 사이의 사랑이 있다.
 
전시된 그림 중에서 나란히 걸어 놓은 Blue Circus 와 The Dancer 가 개인적으로 특히 좋았다. 어쩌면 그 그림 속에는 샤갈의 그림 속의 모든 요소들이 들어 있었다. 사람, 말, 달, 닭, 생선, 꽃…….사람도 악기(나팔, 첼로, 아코디언)를 연주하고, 닭이 북을 치고, 달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데, 모두 한데 어울러져 하나의 풍경을 만드는 것이 좋았다. 전체에 깔려 있는 블루나 여자의 몸의 빨간색, 그리고 The Dancer에서의 눈이 부신 노란 색등이 원색적이어서 차라리 환상적으로 보였다. 
샤갈의 그림의 특징 중의 하나는, 그림 속의 인물들이 허공에 떠있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옆으로 누워, 때로는 거꾸로......,  유태인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파리로 또 미국으로 떠나야 했던, 고향을 타의에 의해 등져야 했던 그의 가슴 깊이 묻혀 있는 슬픔을 말하는 것이라 한다. 전시회 마지막 방에서 보여주는 비디오에서는 그렇게 설명한다. 75세의 나이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천장화를 그리는 모습은 참 감동적이었다. 사실 그냥 스쳐 나오려 했는데, 그 영상물은 샤갈과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Clown in the Night도 너무 어둡고 슬펐지만 좋았다. 그리고 샤갈처럼 광대와 서커스를 좋아했던 이태리 영화감독 Fellinni가 생각났다. 무엇보다 전시회를 나오면서 내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한 말이었다. I am a dreamer. In art, as n life, everything is possible, if it is based on love.
 
나도 오래 전에 ‘꿈’이란 시를 쓴 적이 있었다. ‘이제 남은 건 꿈뿐이다. 떠나올 때 가지고 온 짐이라곤 꿈뿐이었지만 오래 전 성공하여 돌아가리라 던 꿈 깨져버린 그 후에도 남은 건 꿈뿐이다.’ 나의 시와 샤갈의 그림을 생각하며, 결국 모든 예술과 삶의 바탕은 꿈과 사랑이 아닌가 생각했다. 
한국이나 여기나 갈수록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흑룡의 해라는 새 해 새 아침, 꿈을 잃지 말고 다시 일어나 하늘을 날자고 권하고 싶다. 용이란 원래 하늘을 날아 용이 되 지 못하면 이무기가 된다고 했던가?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