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등 잎채소 아닌 덩이작물 처음

 

우주정거장에서 자란 무. 나사 제공

 

우주 식량 재배 실험이 상추 같은 잎채소에서 덩이식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우주비행사들이 고도 400km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무를 수확했다.

무는 감자, 고무마, 당근, 토란처럼 잎이나 줄기, 뿌리의 일부가 덩어리처럼 비대해지는 덩이식물이다. 영양가가 높은 덩이식물의 재배 성공은 향후 우주 현지에서 식품을 자급할 수 있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국제우주정거장 내 식물재배장치(Plant Habitat-02)에서 1130일 무 20포기를 수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번에 무를 재배 작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무가 27일이면 다 자랄 정도로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덩이식물이기 때문이라고 나사는 밝혔다. 또 기존 우주재배 시험에서 많이 쓰인 애기장대와 같은 배추과 식물이어서 과학자들이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선택의 주된 배경이다.

나사 우주비행사 케이트 루빈스가 무를 수확하기 전인 1127일 재배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다양한 색 조합 엘이디 조명으로 성장 촉진

무 재배는 제64차 원정대로 1021일 우주정거장에 합류한 미생물학자 출신의 미국 우주비행사 케이트 루빈스가 관리 책임을 맡았다. 루빈스는 무를 수확한 뒤 호일에 싸 냉장보관했다. 이 무는 2021년 초 우주정거장에서 화물선에 실려 지구로 돌아온다.

다공성 점토에 비료가 천천히 방출되도록 한 이전의 재배 실험장치 `베지'와 달리 이번 재배 장치에선 성장에 필요한 미네랄 양을 정밀하게 계산해 공급했다. 또 햇빛을 대신해 적색, 청색, 녹색, 흰색 등 다양한 색의 엘이디(LED) 조명으로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켰다. 특히 나사 케네디우주센터의 연구원들은 장치 내의 180개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무의 성장과정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물과 함께 습도,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조절해줬다.

나사는 비교 실험을 위해 지상의 케네디우주센터 안에도 우주정거장과 똑같은 재배환경을 만들어 1117일부터 무 재배를 하고 있다. 이 무는 오는 15일 수확할 예정이다.

수확하기 전 잎을 잘라낸 무. 분석을 위해 각각의 무에 번호를 매겨놨다.

우주 작물 재배의 세가지 이점

현재 우주정거장에는 재배기가 2개 있다. 나사는 다른 재배기에서도 똑같은 무 재배 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재배 표본을 늘려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우주에서 직접 작물을 재배하면 크게 세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는 현지에서 식품을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는 데만도 몇달씩 걸리는 화성 여행행에서는 진공 포장식품이라 하더라도 장기간 보관에 따른 변질, 영양소 파괴 위험이 있어 현지 조달 필요성이 더 크다. 둘째는 식물이 광합성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주고 산소를 공급해준다는 점이다. 셋째는 단조롭고 외로운 우주생활에서 성장하는 녹색 식물의 존재 자체가 우주비행사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2015년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정거장에서 재배한 상추를 시식하고 있다.

6년 동안 15종 재배 실험후보 식물 100여종 선별

나사는 이미 우주정거장에서 여러차례 상추 재배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 3월 과학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Frontiers in Plant Science)에 실린 미국항공우주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4~2016년 재배한 우주상추에는 질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이 없으며 영양성분도 지구에서 재배한 것에 못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사가 우주재배 실험을 시작한 건 지난 2014년 적상추가 처음이었다. 이후 녹색상추, 양배추, 겨자, 케일 등 8종의 잎채소를 포함한 15종의 식물을 우주정거장에서 재배했다. 나사는 지상 시험을 통해 우주 재배용으로 100여종의 식물을 선별해 놨다. 조만간 토마토 재배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민간인의 우주여행과 심우주 유인 탐사가 현실화하면 우주에서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현지에서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