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저고리·푸른색 치마의회에 한국계 정체성 각인

"출신 상징·어머니의 명예뿐 아니라 미국 다양성 증거

         

한국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인 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명 순자)3(현지시간) 미 의회 취임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스트릭랜드 의원 트위터]

         

미국의 한국계 여성 연방 하원의원인 메릴린 스트릭랜드(58·한국명 순자)가 취임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선서했다.

3일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치러진 연방 하원 취임·개원식에서는 붉은색 저고리에 짙은 푸른색 치마 차림의 한복을 입은 여성이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

이번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해 당선된 스트릭랜드 의원이다. 양장 차림의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 한복 차림의 스트릭랜드 의원이 단연 눈에 띄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주재로 동료 의원들과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들고 선서, 연방 하원의원에 공식 취임했다.

그는 한복 차림으로 동료 의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같은 한국계이자 재선인 앤디 김 하원의원과 팔꿈치 인사를 하기도 했다.

스트릭랜드 의원의 '한복 취임'은 한국계 인사의 미 연방의회 진출을 동료 의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상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이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한복을 입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복은 내가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을 상징하고 우리 어머니를 명예롭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 , 그리고 국민의 의회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더 큰 증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여성, 유색 여성의 수가 역대 최다로 의원 구성이 가장 다양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 이번 의회에서 과반의석을 장악한 민주당의 의원으로 취임한 게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한복 입고 선서하는 스트릭랜드 의원=한국계 미국 연방하원의원인 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명 순자)3 미 의회 취임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선서하고 있다.

워싱턴주 제10 선거구에서 승리한 스트릭랜드 의원은 한국인 어머니 김인민씨와 미군인 흑인 아버지 윌리 스트릭랜드 사이에서 19629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살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스트릭랜드 의원은 워싱턴주 타코마 시의원을 거쳐 시장에 당선,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재직했다. 타코마 시장으로서는 첫 동양계이자 첫 흑인 여성이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하원의원 선거운동 기간 중 한국계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선거운동 홈페이지에 자신이 당선될 경우 연방정부 차원에서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첫 흑인 미국인이자, 230년 역사의 의회 역사상 첫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스트릭랜드 의원(왼쪽)과 어머니[메릴린 스트릭랜드 후보 트위터,

이번 선거에서 연방 하원 진출에 성공한 한국계는 민주당 소속인 스트릭랜드 의원과 앤디 김 의원 말고도 공화당 소속의 미셸 박 스틸(초선·캘리포니아주)과 영 김(초선·캘리포니아주) 등 모두 4명이다. 이들은 한인 권익 신장과 한미관계 증진을 위해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트릭랜드 의원(왼쪽)과 어머니[메릴린 스트릭랜드 후보 트위터, 재판매 및 DB 금지]


새출범 미 의회, 한국계 4명 입성역대 '가장 다양' 평가

 

한국계 여성 영 김(한국명 김영옥·57) 미국 공화당 후보가 연방 하원의원에 마지막으로 당선되면서 한국계 4명이 연방의회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앤디 김(민주·뉴저지)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고 한국 이름 '순자'로 알려진 메릴린 스트릭랜드(민주·워싱턴주) 후보와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공화·캘리포니아주) 후보도 당선됐다. 왼쪽부터 미셸 박 스틸, 메릴린 스트릭랜드, 영 김, 앤디 김.

 

3일 출범한 제117대 미국 연방 의회는 이전과 비교해 여성과 소수인종, 성 소수자 등이 크게 늘어났다.

미국 언론에서는 새로 시작한 의회가 가장 다양한 구성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이번 의회에선 역대 가장 많은 한국계 하원의원 4명이 동반 입성했다.

의회 진출에 성공한 이들은 민주당의 앤디 김(재선·뉴저지주), 어머니가 한국인인 메릴린 스트릭랜드(초선·워싱턴주), 공화당의 미셸 박 스틸(초선·캘리포니아주), 영 김(초선·캘리포니아주) 의원이다.

이들은 한미 관계 증진과 한인 권익 신장을 위해 의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번 의회는 역대 가장 많은 여성, 소수인종, LGBTQ(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 의원이 참여한 것도 특징이다.

영 김, 미셸 박 스틸,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은 최초의 한국계 여성 의원이기도 하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공화당에선 117대 의회에서 35명의 여성 하원의원이 탄생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AP통신도 공화당은 이번 의회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 및 소수인종 의원을 배출했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이벳 헤럴(뉴멕시코) 하원의원은 공화당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 연방 의원이다.

MSNBC 방송의 '모닝 조'에 출연한 몬데어 존스, 리치 토레스 후보(맨오른쪽부터)[MSNBC방송 영상 캡처]

성 소수자들도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뉴욕주에서 당선된 민주당의 히스패닉계 흑인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과 흑인 몬데어 존스 하원의원은 동성애자(게이). 이들은 미 최초의 흑인 및 히스패닉계 흑인 동성애자 하원의원이다.

공화당의 스테파니 바이스(오클라호마) 하원의원은 첫 이란계 의원이다.

25세인 공화당 매디슨 코손(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의 최연소 의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NPR"기록적인 수의 여성, 소수인종, 성 소수자 의원들은 117대 의회를 역사상 가장 다양한 의회로 만들었다"며 의회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