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관련 재판 개입 임성근 · 이동근 판사 사직 앞둬

아무 책임 안지고 전관될 상황탄핵소추 발의 필요인원 넘어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오른쪽 두번째부터), 열린민주당 강민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사법농단 법관 탄핵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탄희(더불어민주당류호정(정의당강민정(열린민주당용혜인(기본소득당) 107명의 국회의원이 사법농단 판사 탄핵을 제안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 필요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을 넘는 숫자여서 사법농단 판사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이들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도 인정한 헌법위반자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의 의무라며 국회의 직무유기 상황을 중단하고, 헌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자기 직무를 다하는 국회의 모습을 역사에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107명의 의원이 탄핵을 촉구한 법관은 곧 사직이 예정돼 있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임 부장판사는 2014~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지국장의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임 부장판사는 재판장이었던 이 부장판사에게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 행적 관련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입증된 것을 밝히라고 하는 등 재판 진행에 간섭하고, 본인이 판결 선고문을 미리 받아 직접 수정본을 만들기도 했다. 선고 당일 가토 전 지국장을 선처해달라는 외교부 뜻도 알리라고 했다. 이런 지시대로 이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수정하고, 선고 과정에서 외교부가 선처를 탄원한다는 내용을 실제로 공개한 사실이 직권남용 재판에서 인정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형사책임을 묻긴 어렵다며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피고인의 요청은 그 자체로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 진행을 유도하는 재판 관여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시했다.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탄핵 요건이 갖춰진 것이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는 판사 연임심사를 포기하면서 2월 말 임기 만료로 사직하고, 이 부장판사가 낸 사직서도 오는 28일 수리될 예정이다. 사법농단이 드러나 법정에 섰지만 무죄라는 면죄부를 받으면 법복을 벗은 뒤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변호사 개업이 가능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위헌적 행위를 확인한 임성근 부장판사 등을 탄핵해 반헌법적 재판 개입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게 107명 의원들의 뜻이다.

2018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재판 개입은 탄핵소추 절차까지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뜻을 모았고 20대 국회에서도 이를 논의했지만 당시 민주당과 정의당 등 의석만으로 탄핵소추안 의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단독 의결도 가능한 과반 의석을 얻었지만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판사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이탄희 의원은 시간이 촉박하지만 국회가 헌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자기 직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예지 정환봉 기자

 

이탄희 제안처럼 민주당은 사법농단 법관 탄핵에 나설까?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등 107명 의원의 의견을 모아 사법농단연루 판사 2명의 탄핵을 공개 제안하면서 실제로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와 탄핵 의결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이번 제안자들이 탄핵안 발의 정족수(재적의원 100명 이상)를 넘는 수치인데다, 174석을 가진 여당 의석만으로도 탄핵 의결 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찬성)를 충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해결에 집중할 시기에 전례 없는 법관 탄핵 시도가 사법부 독립성 저해라는 논란을 낳을 우려 등이 있어 탄핵에 신중한 분위기다. 민주당은 일단 다음주 의원총회에서 법관 탄핵과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이날 탄핵 제안에 이름을 올린 107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은 96명이다. 민주당 전체 의원 174명 중 절반이 넘는 규모가 탄핵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이 의원들을 직접 찾아가 제안하자 의원들이 취지에 동의하며 동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도 법관 탄핵 시도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 등을 고려해 탄핵안 발의 대신 탄핵 제안의 형태를 취했다. 민주당 전체의 탄핵 추진 의지가 모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안부터 발의하면 안 된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 내부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국면이 잦아든 상황에서 또다시 여권과 사법부 대립이 부각되는 데 대한 우려 등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칫하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동안 추미애-윤석열 갈등등 법조 이슈로 논란이 일었는데, 또다시 법조 논란을 이어가기 부담스러운 면도 존재한다“2월 임시국회 때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도부 소속 다른 의원은 법관 탄핵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다. 하려면 (정권 임기 중반부인) 작년에 해야 했다당위성은 있지만 지금 사법농단 문제를 꺼내 법관 탄핵을 요구할 시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탄핵 대상 법관 2명이 각각 1월 말과 2월 말에 퇴직하는 상황에서 탄핵을 무리 없이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의견도 있다.

여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의 실형 판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2개월 정직처분 집행정지 결정 등을 두고 법원과 몇 차례 대립각을 세운 이후 추진되는 법관탄핵이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등이 법관 탄핵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이 법원과 대립한 사건이 있었는데 법관 탄핵을 꺼내면 감정적 대응으로 비칠 수도 있다. 당에 부담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의총에서 의원들 다수가 법관 탄핵을 추진하자는 의견을 내면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국회에서 법관 탄핵안이 의결되면 해당 판사에 대한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정한다. 정환봉 서영지 기자

         

법원 인사 앞두고 법관들 80여명 줄줄이 '줄사표'

법원장 등 고위법관 20여명 잇따라 사의 표명, ?

변호사 수임 제한 강화, 달라진 조직 문화도 영향

 

새달 법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법원장과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비롯한 고위 법관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한 전국 법관은 이날까지 8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법원장과 고등법원 부장판사만 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60명가량 퇴직한 것과 비교해볼 때 아직 정기인사까지 시간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올해 법복을 벗는 판사들이 대폭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법원장과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경우 작년 퇴직자는 원장 3,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원로법관 5명 등 8명에 그쳤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전국 최대 규모 지방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민중기 원장도 대법원에 사의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서울고법 김필곤·김환수·이동근·이범균 부장판사 등도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의를 표한 법관 중 이른바 `10조 판사'(고법 판사)들도 10여명 포함됐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수준의 경력이 있는 판사들이 보임되는 고법 판사는 법관 인사규칙 10조에 따라 보임된다는 이유로 이같이 불린다.

사직서를 내지 않고 마음을 돌린 사례까지 합치면 실제 사직 여부를 고민한 고위 법관 수는 이보다 많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부장판사들이 정기인사를 앞두고 대거 나가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전보다 근무 환경이 열악해졌고 법원장 보임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줄었다고 전했다. 과거엔 고법 부장판사가 된 뒤 약 7~8년이 지나면 관행적으로 각급 법원의 법원장으로 발령이 났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9년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해당 법원 판사들이 직접 추천한 법원장 후보 1~3명 가운데 한명을 대법원장이 뽑기 때문에 법원장이 될 수 있다는 보장도 줄어든 것이다. 이 제도는 올해 서울회생·서울남부·서울북부·부산·광주 등 5개 지방법원까지 확대됐다.

정부의 변호사 수임 제한 강화도 고법 부장판사들의 줄사표를 가속화했다는 후문이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은 퇴직 뒤 1년간 수임할 수 없다. 하지만 법무부가 지난해 11월 입법예고한 변호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사장이나 법원장·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퇴직 전 3년간 근무한 기관의 사건을 퇴직 뒤 3년간 수임할 수 없다. 또 다른 고법 부장판사는 사의를 고민하던 부장판사들이 변호사법 개정안 시행 전에 법복을 벗는 것이 사건 수임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달라진 조직 문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은 1·2심 판결의 법률과 논리에 오류가 있는지만 확인하는 만큼 1심에 이어 사실상 최종적인 양형 판단을 내놓는 고법에 주요 사건이 몰려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심리적 부담감이 크지만, 고위 법관에 대한 권위나 예우 등은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행정자문회의 결과에 따라 대법원은 올해 2월 정기인사부터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고법 부장판사에겐 전용차를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다. 또 합의부의 경우 부장판사와 배석판사들 사이에 세대·견해 차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 자리도 줄고, 갈 곳도 없어지는데 사직을 만류할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미래가 밝지 않다는 식으로 법무법인들의 영입 전략도 판사들에게 동요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들의 이탈이 장기적으로 가속화할 경우 연쇄적인 수급 부족 현상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고법 부장판사들의 이탈보다 시급한 문제는 주요 재판을 이끌어갈 고등 부장판사 재목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라며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판사들의 이탈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