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폰에서 롤러블폰까지혁신불구 빠른 흐름 적응 못해

 

초콜릿폰(2005)

 

프라다폰(2007)

      

모토롤라·노키아·블랙베리(에이치티시(HTC). 그 다음 차례는 결국 엘지(LG)?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 휴대전화 시장의 스마트폰 전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휩쓸려간, ‘한때 빛났던글로벌 브랜드들이다.
초콜릿폰프라다폰성공에 취해

엘지전자가 지난 20일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실상 모바일(MC) 사업 철수를 예고한 가운데, 모바일 시장의 치열한 경쟁 현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엘지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2015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한데다 지난 5년간 누적손실액 5조원대를 감수하며 분투해왔는데, 왜 흐름을 뒤바꿀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던 걸까?

모듈형 스마트폰 G5 (2016)

엘지전자 모바일 전략의 특징을 보여주는 몇몇 인상적 장면이 있다. 하나는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이던 시기의 대응이다. 그즈음 엘지전자 모바일사업본부는 피처폰인 초콜릿폰프라다폰의 성공에 힘입어 2008년과 20092년 내리 1조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하고 국내에서도 수요가 늘어나던 상황이었지만, 엘지전자는 다른 길을 걸었다. 20099월 뉴초콜릿폰을 내놓고 몇 달 뒤 롤리팝2를 주요 제품으로 출시하는 등, 여전히 스마트폰을 틈새시장 정도로 판단한 것이다. 과거의 성공과 영화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혁신기업의 딜레마’(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를 연상시키는 사례다. 아이폰 국내 출시에 맞서 윈도모바일 운영체제 사용 등 완성도 논란을 부른 옴니아폰을 내놓으며 적극 마케팅에 나선 삼성전자의 전략과 대비된다. 엘지전자는 뒤늦게 옵티머스 등의 브랜드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초반 실기의 대가는 컸다.

 

더블스크린 스마트폰 V50(2019)

혁신에 치중, 기본성능엔 약점

또 하나의 장면은 롤러블폰과 접히는(스위블) 스마트폰 출시다. 엘지전자는 이달 초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의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화면이 2배 가까이 커지는 롤러블폰을 선보여 혁신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앞서 지난해 10월엔 돌리면 숨어 있던 보조화면이 나타나는 ’(T)자형 스위블폰 윙을 출시해, 스마트폰 형태(폼팩터)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찬사를 받았다. 폼팩터를 다양화한 엘지전자 사례는 많다. ‘G4’는 천연가죽을 커버 소재로 채택했고 ‘G5’는 이용자가 카메라 등 기능별 부품을 교환할 수 있는 최초의 모듈형 제품이었다. 스크린을 추가할 수 있는 더블스크린 모델 ‘V50’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가죽 커버에선 발열이, 모듈형 모델에선 벌어짐 현상이 문제됐고, 폼팩터 혁신이라 호평받은 모델들의 판매 실적은 부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략모델 갤럭시S20 국내 모델에 자사의 칩셋(AP) 엑시노스 대신 경쟁사 퀄컴 칩셋을 탑재할 정도로, 기본성능과 소비자 요구에 집중한 것과 비교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1<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장의 변곡점이 왔을 때 경영진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삼성이 빠르게 변화에 적응했다면 과거 엘지는 모바일 사업에서 한 박자 느리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완전 철수 결정은 어려울 듯

엘지전자가 모바일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데까지 이른 상황은 스마트폰처럼 수요가 큰 제품일수록 글로벌 차원의 경쟁이 치열해, 결국 최고의 기술과 자원을 지속조달할 수 있는 극소수의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일깨워준다. 중국을 기반으로 한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를 빼면, 스마트폰 6’ 경쟁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1·2위 경쟁 구도다. 다른 산업 부문과 달리 국내 2정도로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무대다.

롤러블 폰(2021)

23분기 연속적자에도 스마트폰 사업을 고수해온 이유에 대해, 엘지전자 쪽은 스마트폰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시대의 콘트롤러로서, 중추적 역할을 맡는 미래 핵심기기임을 강조해왔다. 구광모 엘지 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키우려는 인공지능, 자동차 전장, 로봇,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도 스마트폰 관련 기술력은 핵심적이다. 스마트폰 사업 완전 철수 결정이 결코 쉽지 않은 배경이다.    구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