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300명의 초라한 고별행사 열어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는 모두 불참
극우 ‘프라우드 보이스’도 등 돌리기 시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환송행사에 참석한 모습. 매릴랜드/AFP 연합뉴스
“안녕,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한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돌아온다.”
20일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으로서 고별연설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가 연단에서 물러나자, 지난 4년 내내 그의 집회에서 울려퍼졌던 빌리지 피플의 곡 ‘와이엠시에이’가 다시 울려퍼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올라탄 대통령 전용기 공군1호기가 활주로로부터 이륙하자,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트럼프는 고별연설에서 자신이 퇴장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여러분들을 위해 언제나 싸울 것이고, 주시할 것이고, 경청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어떤 식으로든 돌아온다”며 연설을 마쳤다.
하지만, 떠나는 트럼프가 뻣뻣할 수 만은 없었다. 고별연설에서는 애초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인정하는 언급이 준비됐으나, 괄호가 쳐져 있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트럼프가 이를 직접 말할지를 그에게 맡겨둔 것이다. 결국 트럼프는 바이든을 입에 올리지 않았으나, 차기 행정부의 ‘행운과 성공’은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는 백악관을 나오면서 전통에 따라서, 후임 대통령에게 보내는 손편지를 남겼다. 이를 받아본 바이든 신임 대통령은 “매우 관대한 편지”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임기 내내 비판으로 일관한 대표적인 주류 언론인 <워싱턴 포스트>는 “화려한 구경거리를 좋아하는 트럼프의 취향에 그 행사는 값비싼 호화 행사가 아니라 시골장터의 박람회같은 느낌이었다”고 평했다. 지난 6일 지지자들의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기가 꺾인 트럼프에게도 이날 행사는 ‘사람들이 빠져나간 시골장터’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의 행정부 내에서 2인자였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자신을 등에 엎고 의회에서 호령하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모두 트럼프 송별행사가 아니라 바이든 취임식에 참석했다.
트럼프 송별행사 참석자는 300명에 불과해, 준비됐던 객석 구역의 3분의 1만 채워졌다. 행사를 준비한 트럼프의 측근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요직을 지낸 이들을 초청하려 했으나, 정중하게 거부당했다. 심지어, 끝까지 백악관을 지킨 트럼프의 참모들도 이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임기 내내 그의 옹호 속에서 열광적 지지층이 됐던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마저도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이번 주 들어, 프라우드 보이스의 텔레그램 채널에는 “트럼프가 완전한 실패로 추락할 것이다”는 비난이 나왔다. 트럼프가 의사당 난입을 비판하며 거리를 두자, 난입 사태의 한 축이었던 프라우드 보이스도 등을 돌린 것이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날 이날 텔레그램이나 갭 등의 소셜미디어에서, 이 단체 구성원들은 트럼프를 ‘한통속’, ‘극히 나약하다’ 등으로 비난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들은 트럼프나 공화당의 집회참석을 거부하고 항의하라고 촉구했다. 정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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