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버몬트 사람들은) 그저 따뜻하기를 원한다

언어장애 극복 흑인여성 시 낭독한국계 경호원 활약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장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점퍼를 입고 알록달록한 털장갑을 낀 채 웅크리고 앉아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20일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때 패션 때문에 크게 화제가 된 의외의 인물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경쟁하다가 트럼프 퇴출을 위해 힘을 합쳤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80)이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모자 달린 점퍼에 알록달록한 털장갑을 끼고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남성 참석자 대부분이 정장에 코트, 넥타이 차림에 가죽 장갑을 낀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그가 털장갑을 낀 손을 모으고 웅크리고 앉아있는 사진은 소셜미디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 사진은 온라인 합성 사진인 ’(meme)으로도 회자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화면이나 뉴욕 공원과 지하철 배경을 합성한 사진 등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샌더스 지지자 공식 계정인 피플 포 버니에서는 밈 경연 대회를 개최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 패션을 드라마 <왕좌의 게임> 화면과 합성한 밈 사진. 인터넷 갈무리

샌더스는 취임식 뒤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취임식 패션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역구인) 버몬트 사람들은 추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멋진 패션은 그렇게 고려하지 않는다. (버몬트 사람들인) 우리는 그저 따뜻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버몬트주는 미국 북부에 있으며 캐나다 퀘벡주와 국경을 접한다. 샌더스의 부인은 트위터에 버몬트 점퍼, 버몬트 장갑, 버몬트 상식!”이라는 글을 올렸다. 샌더스는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정치인에 속한다. 그런 그의 소탈한 옷차림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호의적인 편이다.

샌더스가 취임식에 입고 나온 점퍼는 이전에도 그가 입고 있는 모습이 찍힌 적이 있다. 이번에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은 알록달록한 줄무늬 털장갑으로 모였다. 털장갑은 그의 지지자가 손으로 떠서 선물한 것으로 확인됐다. 버몬트 지역 교사인 젠 엘리스가 2년여 전에 스웨터 털실을 풀어서 뜬 장갑이라고 한다. 엘리스는 그가 이날 장갑을 끼고 나와 너무나 영광이라고 말했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언어장애 극복’ 22살 시인바이든 취임날 빛난 별별사람들

 

미국 시인 어맨다 고먼(22)20일 워싱턴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작시를 낭독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4년 만의 미국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 20일 주인공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었지만 조연들도 곳곳에서 빛났다.

이날 정오에 진행된 취임식 행사에서 레이디 가가와 제니퍼 로페즈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공연했지만, 더욱 주목받은 것은 스물두살의 흑인 여성 시인 어맨다 고먼이었다. 그는 노란색 코트를 입고 붉은색 머리띠를 한 채 연단에 올라, 자작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을 낭독했다. 고먼은 6분 동안 밝은 표정으로 천천히 낭독했고, 손으로 말을 건네듯 다양한 손동작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고먼은 축시에서 통합과 치유, 희망을 얘기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하기보다 나라를 파괴하는 힘을 봤다. 그 힘은 거의 성공할 뻔했다하지만 민주주의는 주기적으로 지연될 수 있어도 결코 영원히 패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로 상징되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분열 양상을 극복하고 희망과 통합을 노래하는 내용이었다.

고먼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싱글맘인 엄마와 함께 살았다. 언어장애가 있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모델 삼아 말하기를 연습하며 이를 극복했다. 고먼은 자신을 노예의 후손이자 홀어머니 손에서 자란 깡마른 흑인 소녀라고 지칭하며 미국은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꿈꿀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하버드대학에 재학 중이던 2017년 미국 의회도서관이 주최한 전미 청년 시 대회에서 수상했고, 이때 질 바이든이 그의 시 낭송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의사당 난입 사태 때 영웅이 된 흑인 경찰 유진 굿맨이 이날 해리스 부통령을 호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했을 때 시위대와 용기 있게 맞섰고, 시위대가 상원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딴 곳으로 유인했다. 이후 굿맨은 상원 보안과 경비를 책임지는 2인자 자리로 승진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첫 언론 브리핑을 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의 입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첫 브리핑에서 국민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전반에 걸친 정책과 그의 팀이 모든 미국인을 대표해 일상적으로 하는 일에 대해 소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주중 매일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언론이 편향적이라며 백악관 브리핑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2019년 대변인이 된 스테퍼니 그리셤은 재직 9개월 동안 한번도 브리핑을 하지 않기도 했다. 최현준 기자

 

바이든, 1893년 가보 성서에 손얹고 취임 선서...해리스, 성경 2권 사용

 

취임 선서에 사용된 성서도 주목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인 질 여사가 든 성경책에 손을 얹고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는데 이 성경은 바이든 대통령 집안에 1893년부터 전해져온 가보(家寶)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성경은 두께가 5인치(12.7)이고, 오랜 세월을 보여주듯 가죽 표지가 많이 낡았고 무게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성경 안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성경으로 취임 선서를 한 날짜가 기록돼 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30세 때인 1973년 상원의원 취임, 2009년과 2013년 부통령 취임 선서 때 이 성경을 사용했고, 보 바이든이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에 취임할 때도 이 성경을 썼다.

해리스 부통령은 라틴계 최초의 연방대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고, 1967년 첫 흑인 연방대법관에 오른 서굿 마셜과 2의 어머니같은 존재인 레지나 셸턴이 사용하던 성경 2권을 사용했다.

 

한국계 경호원 데이비드 조, 바이든 대통령 현장 경호 총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현장 경호를 총괄하고 있는 국토안보부 산하 비밀경호국(SS) 소속 한국계 데이비드 조(가운데)2019년 국토안보부 장관으로부터 우수 업무 금메달(Exceptional Service Gold Medal)’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국토안보부 홈페이지 캡처

       

바이든 대통령의 현장 경호 총괄도 관심을 끌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자택을 떠나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항에 도착, 워싱턴 D.C.로 이동할 때부터 이날 취임식까지 동양계 남성이 바이든 대통령의 현장 경호를 총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국토안보부 산하 비밀경호국(SS) 소속 한국계 데이비드 조로 현장 경호 본부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취임식을 마치고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를 떠나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차량의 맨 앞자리에 동석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국토안보부 장관으로부터 우수 업무 금메달(Exceptional Service Gold Medal)’를 수상했다. 국토안보부는 당시 데이비드 조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도자들과의 고위급 협상에 지칠 줄 모르고 직접 참여해 대통령의 해당 국가에 대한 두번의 방문에 대한 모든 보안 세부 사항을 계획했다고 평가했다.

국토안보부가 언급한 대통령의 두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2018612일 싱가포르를 방문한 것과 20192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리스 부통령 부부를 호위한 흑인 유진 굿맨 의회 경찰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때 시위대를 이끌던 남성의 몸을 거칠게 밀쳐내며 일부러 도발하면서 상원 회의장 반대쪽으로 뒷걸음질로 이동하며 시위대가 상원 회의장을 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이후 굿맨은 의회 경찰의 영웅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상원 보안과 경비를 책임지는 2인자 자리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