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하거나 절차적 하자 사항 확인되지 않아“

 

감사원.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감사원은 5일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각종 계획 수립실태’ 감사 보고서를 내어 “‘에너지 전환 로드맵’ 등 분야에 대해 관련 법률과 판례 등을 토대로 검토했으나, 위법하거나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정갑윤 전 자유한국당 의원 및 547명이 2019년 6월 ‘탈원전 정책이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법적 근거 없이 추진됐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신한울 3·4호기 건설 관련 정보 미제공 등 관련 국민감사 청구 건 중 일부도 포함해 검토가 이뤄졌다.

청구인들이 제기한 핵심 문제는 정부가 5년마다 수립되는 에너지 관련 최상위 법정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의 수정 없이 탈원전 정책을 반영한 하위 계획(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먼저 수립했다는 것이었다. 2014년 수립된 2차 에기본은 2035년까지 원전 신규 건설 등 원전 비중을 29%로 정했는데, 현 정부는 2017년 이에 대한 수정 없이 원자력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3.9%로 낮추는 내용의 8차 전기본을 발표했다. 이런 내용이 반영된 것은 2019년 6월 3차 에기본에서다.

감사원은 에기본 및 전기본의 법적 성격은 “법원 판례와 같이 행정기관 내부에서 사업 기본 방향을 제시하거나 지침으로서의 성격을 가질 뿐이고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구속적 행정계획”이라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8차 전기본이 2차 에기본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거나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날 결과 보고로 감사원에 계류 중이던 모든 탈원전 관련 감사는 종결됐다. 김지은 기자

 

월성 원전수사 백운규 전 장관 영장 기각… ‘윗선’ 제동

법원 “범죄 혐의 소명 충분치 않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8일 오후 대전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백운규(57)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 수사’라는 비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 칼날을 겨눴던 검찰의 부담도 커졌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대전지검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청구한 백 전 장관의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된 지 10시간 만이다. 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장관의 직권을 남용해 한수원 및 그 관계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고 월성 1호기 업무를 방해했다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치 않아 피의자에게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이미 주요 참고인이 구속된 상태이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이어서 피의자에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40분 대전지법 301호 법정에서 백 전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장관 지위를 이용해 산업부 공무원들의 월성 원전 관련 업무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 전 장관 쪽 변호인단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날 밤 8시50분까지 6시간여 동안 공방을 벌였다.

백 전 장관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국가 원칙에 근거해 적법절차대로 처리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고 말했다.

백 전 장관은 지난달 25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 업무방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감사원 감사 직전인 지난해 12월1일 밤 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삭제한 혐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 3명의 행위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청와대 개입 의혹 관련 수사도 추진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 정재훈(61)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혹사건은 2019년 10월 국회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 행위를 가려달라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고, 산업부 직원들이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발표하고, 방대한 자료를 ‘수사참고자료’로 검찰에 송부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지난해 12월23일 산업부 공무원 3명을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또 검찰은 백 전 장관에 대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에 앞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2018년 4월 ‘월성 원전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해 월성 원전의 운영 주체인 한수원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지난 4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송인걸 기자


백운규 영장심사 관련 박범계 “에너지 정책 겨냥 수사 안돼”

국회 대정부질문서 “수사 개시 방식, 낯설고 이채롭다”지적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8일, 박범계 국무부 장관이 “국가 에너지 정책을 목표로 하는 수사가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봐야 하냐”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박 장관은 “백운규 전 장관의 영장심사와는 별개로 수사가 국가의 기본적인 정책들, 특히 에너지정책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는 그런 수사는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또 그런 수사가 돼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이번 영장 청구가 그걸 직접 겨냥하는지는 소상히 보고받지 못해서 판단하긴 좀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또 “문재인 정부 초기에 제8차 전력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에너지 전환 정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했다”며 “에너지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이라든지 공공기관이 정부의 에너지기본정책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고발 등이 아니라 수사참고자료에서 시작된 데 대해서 낯설다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기관과 기관 사이에서 수사 개시는 통상 기관 고발, 수사 의뢰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수사참고자료의 전달(로 인한 수사)이 저에게는 상당히 낯설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그것(수사참고자료)이 아주 급속도로 강한 수사가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는 이번 케이스가 이채롭다”며 “저로서는 장관 이전에 이 사안에 대해 매우 관심을 가져온 사람으로서 그건 조심스럽게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오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