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개 회원국 합의로 추대…첫 여성·아프리카 출신
‘트러블메이커’ 별명  “정의 위해 싸우는 투사 기질”
미-중 무역분쟁 등 첩첩산중… “권한 한계” 분석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가 제네바 근처에 있는 나이지리아 대사관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개혁 불가능한 것들을 개혁해 가는 ‘트러블메이커’.”

세계무역기구(WTO)가 15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화상으로 일반이사회 특별 전체회의를 열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66·나이지리아)를 새 사무총장으로 선출했다. 그는 지난 6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폭적 지지’를 선언하면서 이날 164개 회원국 합의로 추대됐다. 세계무역기구 26년 역사상 첫 여성, 첫 아프리카 출신 수장이다. 임기는 4년이다.

1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친구는 물론 정치적 반대파까지 오콘조이웨알라에게 붙인 ‘트러블메이커’라는 별명은 “가난한 사람들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투사 기질”을 대변한다. 그는 자신이 펴낸 책 <개혁 불가능한 것들을 개혁하기>에서 “어떤 조직 안에서 트러블을 일으키는 나의 성향에 붙여진 이 별명은 영광의 표지”라고 말한 바 있다. 나이지리아 부정부패에 맞서 싸우던 당시 정치적 반대파가 자신의 어머니를 인질로 납치하자 결연히 맞서 비타협적으로 해결한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위협 전화도 숱하게 받았지만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반대 세력을 노련하게 압도했다고 한다.

오콘조이웨알라는 취임 직후 빈곤국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당장 이슈로 꺼낼 전망이다. 지난해 사무총장 선거 과정에서 그는 “무역도 공중보건에 기여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의 무역통상 규범을 적용해 코로나 이슈를 최우선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3년 미 하버드대학에 들어가 경제학을 전공하고 1981년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지역개발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에 미국 시민권자가 됐고, 남편은 워싱턴에서 개업한 신경외과 의사다. 세계은행(WB)에서 25년간 근무하며 ‘넘버2’(부총재) 자리에 올랐다. 그후 나이지리아로 돌아가 2003~2006년에 첫 여성 재무장관을 지냈다. “당시는 뿌리 깊은 소득불평등, 만연한 부패 및 권력투쟁 등 모든 것을 한꺼번에 동시 개혁해야했던 시절이었다”고 그는 나중에 술회했다.

세계무역기구를 이끌게 된 지금도 숱한 글로벌 무역통상 이슈들을 한꺼번에 해결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가트(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이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결실로 1995년에 출범한 세계무역기구는 오랫동안 무기력한 상태로 표류했다.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고, 디지털 전자상거래 무역이 급증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국제통상 질서·규범 구축에도 번번이 실패하면서 도하개발어젠다(DDA) 무역협상은 2001년 이후 20년째 결렬돼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미-중 무역분쟁도 조정·봉합해야 한다. 국제적인 수산물 남획을 막기 위한 ‘국가 보조금 금지’ 협상 역시 지난해 말 타결 시한을 넘긴 채 교착상태에 있다. 새 수장이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와 헌신성”을 갖추고 있다해도, 본래 국가간 무역통상은 원만한 합의·양보·이행보다는 “자국 이익 수호를 위한 분쟁·갈등·불이행이 판치는 세계”라는 점에서 트러블메이커가 다자무역체제 개혁과 복원을 과연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과제를 완수하기엔 사무총장의 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평도 나온다. 유엔(UN) 사무총장은 사무국 인사권을 토대로 조직을 장악하는 반면, 세계무역기구는 사무총장이 이끄는 사무국이 아닌 164개 회원국들이 함께 끌고가는 기구다. 한국의 통상 당국자는 “사무총장 역할은 외교력과 정치력을 발휘해 회원국간 통상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라며 “총장이 혼자 앞서가며 이끌기보다는 각 회원국의 제네바 주재 대사들이 주도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