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잘못된 정보 현혹 되면 안돼”…방심위는 ‘개점휴업’

 

 

“코로나19 백신에는 디엔에이(DNA) 변경 장치와 전자칩이 있다. 접종한 사람들이 발작을 일으키고 좀비처럼 변한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올라온 글이다. 게시글에는 외국인 환자들이 발작을 일으키는 영상과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영상 속 발작 환자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는 근거는 전혀 없지만, 백신 부작용을 불안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오는 26일 첫 백신 접종을 앞두고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 없는 부정확·허위 정보가 접종률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백신 관련 허위정보가 유통되는 모바일메신저방 갈무리

24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전문가 설명회에서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백신을 통해) 칩이 삽입되고 이것을 통해 감시한다는 것은 과학적 상식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최 교수는 또 “백신이나 약물에 이상반응(아나필락시스)이 생길 수 있지만 적절한 대처로 대부분 큰 문제가 되지 않고 호전될 수 있다”며 “잘못된 정보의 유통이 부르는 폐해가 크다.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백신 관련 허위정보는 부작용에 관한 것이 많다.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린다”는 주장은 점잖은 축이다. 방역당국이 이미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한 뒤 사망사고를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을 투약하고 비공식적으로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명백한 거짓’이라고 설명한다.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사망사례가 보고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백신 접종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미 밝혀졌다. 노르웨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33명이 숨졌는데 이들은 다른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자들로,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백신 관련 허위 정보나 가짜뉴스에 엄청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먼저 했던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 생산된 가짜뉴스들이 국내로 들어와 퍼지는 모양새지만 국내 접종이 시작되면 새로운 내용이 생산·유포될 수 있다”며 “악의적·조직적으로 백신 관련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경우에는 철저하게 수사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등은 방송통심심위위원회(방심위)에 60여건의 허위정보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날 <한겨레>가 확인한 결과, 카카오톡이나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는 버젓이 허위정보가 공유되고 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방심위가 ‘개점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가짜뉴스 삭제와 관련해 심의위원들이 심의·결정을 해야 하는데 지난달 29일 위원 9명이 임기만료로 나간 뒤 위원회 구성이 안 되고 있다”며 “경찰에서 이첩된 내용 등 백신 관련 가짜뉴스 60여건이 접수됐으나 삭제·차단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서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