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보다 노인들이 대화 상대 얼굴 덜 봐
전 생애 인지력 발달-정점-감퇴 곡선과 비슷
들을 때보다 말할 때 시선회피 시간 더 많아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의 얼굴을 덜 쳐다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은 일생에 걸쳐 다른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잘 하려면 다른 사람의 의도나 감정 등을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편이 상대방의 얼굴을 살피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 표정에는 그 사람의 감정 상태가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의 얼굴을 덜 살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 5월13일치에 발표된 영국 켄트대와 맨체스터대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장 활발한 젊은 시절에 사회적 정보, 즉 다른 사람의 얼굴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며, 이후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정도가 약해진다.

 

연구진은 청소년(10~19세), 청년(20~40세), 노년(60~80)의 세 연령대에 해당하는 268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런 다음 이들의 사회적 주의력을 관찰하기 위해 이들에게 시선 추적 안경을 지급했다. 연구를 이끈 헤더 퍼거슨 켄트대 교수(심리학)는 "이번 연구는 노화에 따른 인지 능력 저하와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해서 정보를 끌어내는 능력의 변화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퍼거슨 교수에 따르면 인지력은 청소년기에 가파른 속도로 발달해, 이후 40세까지 정점 상태를 유지하다 서서히 감소한다. 이 연구진은 올해 초 인지기술과 사회기술, 즉 과제를 수행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기술이 30대 후반~40대 초반 사이에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이 연구의 후속 작업인 셈이다.

   말할 때보다 들을 때 상대방 얼굴을 쳐다보는 시간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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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담겨 있는 정보를 외면하려는 행동

연구진은 두 가지 실험을 통해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의 사회적 주의력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봤다. 첫번째는 대화 실험이었다.

연구진은 우선 참가자들에게 일련의 질문을 주고 답변하도록 했다. 그 다음엔 역할을 바꿔 참가자들이 연구진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했다. 말할 때는 듣을 때보다 인지력이 더 필요하다. 대화 상대방의 맞은 편 벽에는 세 종류의 포스터를 붙였다. 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람, 정면을 바라보는 사람, 자연을 묘사한 포스터였다.

 

그 결과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말할 때의 시선은 상대방 얼굴보다 배경을 향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반면, 들을 때는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상대방의 뒷벽에 붙인 포스터를 보는 시간도 들을 때보다 말할 때가 더 많았다. 특히 포스터를 보는 경우, 사람이 아닌 자연을 묘사한 포스터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연구진은 "말하는 동안 상대방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는 것은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즉 시선을 다른 곳에 두는 것은 얼굴에 담겨 있는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정보를 외면함으로써 이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연령대별 차이가 확연했다. 청년층보다 청소년과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대화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간이 적었다. 포스터를 보는 시간도 이들이 청년층보다 많았다. 이는 인지 발달기(청소년) 및 쇠퇴기(노인)에는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걸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퍼거슨 교수는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성공하려면 상대방의 말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고, 그에 맞는 신호를 모두 보여줘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은 정말로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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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탐색시 사람한테 쏟는 시간은 5%

두번째 실험은 환경 탐색 실험이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켄트대 지도를 주고, 대학 안내 데스크에서 대학 홍보물을 받아 실험실로 가져오도록 했다. 어떤 길을 통해서 오든 참가자들은 볼 거리가 늘어서 있는 복도를 통과해야 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오는 도중에 다른 사람, 사물 또는 지도를 얼마나 자주 보았는지 관찰했다. 여기서도 다소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사람을 보는 데 가장 적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모든 참가자들이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 퍼거슨 교수는 "다른 사람들을 보는 데 쏟은 시간은 전체 시간의 5%에 불과했다"며 "주변의 사물과 자신들이 가고 있는 장소, 지도를 보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두번째 실험에서도 첫번째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젊은층보다 청소년과 노인들이 캠퍼스를 걸을 때 사람들의 얼굴에 덜 주의를 기울인다는 걸 발견했다. 퍼거슨 교수는 "다만 환경 탐색 실험에서는 사회적 맥락 효과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험 참가자들이 대학 캠퍼스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대부분 또래 청년이었기 때문에, 실험에 참가한 청년들이 이들과 더 눈을 마주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퍼거슨 교수는 "사람과 그 얼굴에 덜 집중한다는 것은 중요한 단서를 놓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더 큰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인의 경우 사회적 참여가 크게 감소하면 고립감, 외로움 및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화가 신체, 정신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순환 관계에 있다. 무엇보다 노화는 신체 활력을 저하시킨다. 이는 외출해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제한하는 쪽으로 작용한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덜하게 되면 그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진다. 자신감의 저하는 다시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할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지 저하를 촉진하는 외로움을 더 잘 이해하고, 노인들의 사회성을 유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