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사회 동화 교육시설로 이용…아동 유해 집단 발견 계기

 

집단 아동 유해가 발견된 원주민 기숙학교 현장의 추모객들 [AFP=연합뉴스]

 

캐나다 의회가 원주민 기숙학교의 어두운 역사를 추념하기 위한 법정 공휴일을 새로 제정, 입법을 마쳤다.

캐나다 상원은 3일 매년 9월 30일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국가 추념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 총독의 재가를 거쳐 입법 절차를 마쳤다.

 

이 법은 지난달 말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의 한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아동 유해가 집단 발견돼 국민적 충격이 일자 상·하원이 신속 입법 절차를 발동, 제정됐다.

이에 따라 연방 정부 및 관련 공공기관은 해마다 해당 지정일을 휴무일로 정하고 입법 취지를 기리도록 의무화됐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BC주 남부 내륙도시 캠루프스의 옛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지표투과 레이더 작업을 통해 아동 유해 215구가 매장된 현장이 확인돼 충격을 준 바 있다.

이 기숙학교는 캐나다 정부가 가톨릭교회와 함께 원주민 아동을 집단 수용해 백인 사회 동화 교육을 펴던 전국적 시설의 하나로, 1890년~1969년 최대 500명의 학생이 수용됐다.

 

기숙학교는 캐나다 전국에서 100여 년간 운용됐으며 총 139곳에서 강제 수용된 원주민 아동이 15만 명에 달했다.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 공식 조사 결과, 수용기간 교육 과정에서 육체와 정신적 학대 등 인권 침해 행위가 벌어졌고 영양실조와 질병, 학대 등으로 최소 4천100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상원에 출석한 스티븐 길보 문화유산부 장관은 법안 취지에 대해 캐나다 국민이 자신의 어두운 역사의 한 장(章)을 성찰하고 이를 이겨낸 피해 당사자와 가족, 그 사회를 기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캠루프스의 아동 유해 발견은 우리의 식민주의적 과거 유산을 엄혹하게 깨우친다"며 "이 법안은 화해를 향한 도정의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 2017년 "캐나다의 부끄러운 역사"라며 원주민 기숙학교에 대해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했다.

현재 원주민 사회와 시민단체에서는 기숙학교의 아동 매장 현장 발굴 및 탐사 작업을 전국적으로 벌일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번에 유해가 발견된 캠루프스의 연방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