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사태로 코로나19 대응 차질…피해지역 백신 접종일정 연기

경찰, 폭동 부추기는 소셜미디어 감시 강화…사태 예방 실패 비판도

 

폭동 현장에 출동해 경계하는 남아공 경찰 [EPA=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부패 혐의를 받던 전직 대통령이 수감된 후 촉발된 폭동이 격렬해지면서 7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T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지속된 남아공의 폭동으로 14일(현지시간) 현재까지 72명이 숨지고 1천200여 명이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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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는 쇼핑몰과 상점을 약탈하려고 사람들이 몰린 가운데 일어난 압사 사고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일부는 깨진 유리 조각이 흩어진 바닥에서 피를 흘리기도 했다.

 

이번 폭동은 남아공에서 인구가 밀집한 콰줄루나탈주와 하우텡주 2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전자제품·의류 판매점, 식료품점 등에 침입해 물품을 약탈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또 대다수 상가가 약탈 피해를 막기 위해 문을 닫았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불안에 떠는 시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폭동으로 LG전자 더반 공장이 방화로 전소된 데 이어 콰줄루나탈의 삼성전자 물류창고도 약탈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 상점 약탈하는 남아공 시위대 [AP=연합뉴스]

 

이번 폭동은 남아공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요사태 피해를 본 지역에서는 코로나19 백신접종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한다면 시위대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백신 접종이 탄력을 받은 시점에 폭동이 일어나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결핵과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 등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도 정상적인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당국은 폭동을 조기 진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군은 경찰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 2천500명을 투입했으며, 주요 고속도로 일부도 봉쇄했다.

 

또 경찰은 소요사태를 부추기는 소셜미디어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약 12명 정도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폭동을 선동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이 이번 시위와 이에 따른 폭력 사태를 예방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베키 셀레 남아공 경찰청장은 "폭도들이 국가를 조롱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폭동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아공에서는 부패 혐의를 받던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수감된 이후 각지에서 시위가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폭력 사태와 약탈이 확산했다.

 

남아공 폭동 72명 사망…엘지 공장 전소, 삼성 창고 약탈

 

1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라나탈주 피터마리츠버그에 있는 대형 쇼핑몰이 약탈당한 뒤 불에 타고 있다. 피터마리츠버그/로이터 연합뉴스

 

전 대통령의 투옥으로 시작된 시위가 폭동으로 번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3일(현지시각)까지 70여명이 사망했다. 현지 엘지(LG)전자 공장이 전소됐고, 삼성전자도 창고가 약탈당하는 등 피해를 보았다.

 

이날 <AP> 통신 등 보도를 보면, 남아공 경찰은 지난 7일 시작된 소요 사태로 7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부는 대형 쇼핑몰을 약탈하다가 인파에 깔려 숨지기도 했다.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교민들도 피해가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12일 콰줄라나탈주에 있는 일부 물류창고가 약탈당하는 등 피해를 봤다. 다만 삼성전자의 공장은 보안이 강화된 공항 근처에 있어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다만 인명 피해가 없고 텔레비전 생산 공장도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더반 산업단지에 있는 엘지전자 공장도 12일 새벽 폭도의 침입으로 가전제품과 장비, 자재를 약탈당했다. 이들은 오후에 생산라인과 물류창고에 불을 질러 공장을 전소시켰다. 엘지전자는 이번 사태로 수천만 달러의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보인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현장 접근이 어려워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이 어렵다”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반에 있는 교민들의 가발공장 등 교민 사업체도 약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제이컵 주마(79) 전 대통령이 법정모독죄로 15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지난 7일 수감되자, 지지자들이 이에 대해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항의 시위는 점차 폭동으로 변했고,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콰줄라나탈주를 거쳐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가 있는 하우텡주로 확산했다.

 

남아공 정부는 사태 진정을 위해 군 병력을 배치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12일 밤 대국민 연설에 나서 “혼란에 편승한 약탈과 절도는 범죄행위”라며 “폭도와 선동 세력을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남아공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정부 부패, 국영기업의 방만 운영 등으로 장기 경기침체에 빠져있다. 최현준 선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