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2인자’ 간사장에 아마리 세제조사본부장

관방장관엔 하기우다 아닌 마쓰노 임명될 듯

 

일본의 제100대 총리 취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가 1일 오후 도쿄도 소재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임시 총무회에서 이날 임명된 주요 간부와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엔도 도시아키 선거대책위원장, 후쿠다 다쓰오 총무회장, 기시다 총재,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정무조사회장. 도쿄/교도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신임 자민당 총재가 아마리 아키라 세제조사본부장을 당의 2인자인 간장에 임명하는 등 주요 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아베쪽 인물들이 대부분이어서 논란도 일고 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1일 기시다 총재가 이날 오후 당 주요 보직 인사를 단행해 아마리 본부장(아소파)을 간사장, 후쿠다 다쓰오 중의원 의원(호소다파)을 총무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무파벌)을 정무조사회장, 엔도 도시아키 전 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다니가키 그룹)을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고 전했다. 또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을 간사장 대행, 오부치 유코 전 경제산업상을 조직운동본부장, 이번 총재 선거에서 석패한 고노 다로 규제개혁담당상을 홍보본부장에 임명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대신은 추후 부총재로 임명하기로 했다. 당 4역이라 불리는 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선대위원장 가운데 절반인 두명이 지난 선거에서 기시가 총재에게 힘을 실은 아베·아소 파벌에서 배출된 모습이다.

하지만, 4일 출범하는 기시다 내각의 2인자인 관방장관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 중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이 아닌 마쓰노 히로카즈 중의원이 임명될 전망이다. 마쓰노 중의원은 아베 전 총리가 속해 있던 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소속으로 파벌 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재가 4일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을 받은 뒤 곧바로 신 내각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금품비위 아마리 당 간사장 기용 논란…'출발부터 삐걱'

아베 정권 경제재생상 재임 중 '약 1천만원 수령' 문제로 사임

당 개혁 강조하고 비위 관련 인물 중용한 것에 비판의 목소리

 

총재 선거 운동 과정에서 당 개혁을 강조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자민당 총재가 1일 금품 비리 의혹에 휩싸였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72) 당 세제조사회장을 간사장으로 중용해 야당 반발을 사는 등 출발부터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간사장은 당내에서 총재에 이은 이인자로 불린다.

 

총리로서 내각 업무를 주로 챙기는 총재를 대신해 사실상 당내 일인자로 돈 문제를 비롯해 선거, 인사, 국회 운영 등 당 업무 전반을 지휘하는 핵심 포스트다.

 

아마리가 간사장에 발탁된 것은 논공행상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마리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 때 기시다 진영의 선거대책위 고문을 맡아 승리를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

 

      아마리 아키라 당 신인 간사장, 전 세제조사회장.

 

그는 직전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까지 약 8년 9개월간의 아베 정권과 그 연장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함께 이름의 영문 알파벳을 모은 '3A'로 불릴 정도로 실세로 행세해 왔다.

 

이번 총재 선거에선 투·개표를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를 지지하던 아베와 기시다 당선을 위한 결선 투표 전략을 논의했다.

 

일본 언론은 국회의원 표 비중이 커진 결선에서 기시다가 당원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고노 다로(河野太郞·58·아소파)를 무난하게 꺾은 것은 다카이치를 지지했던 의원 표가 기시다 쪽으로 가도록 한 이 회동의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논공행상의 결과로 당 간사장 자리를 꿰찬 아마리가 2차 아베 정권에서 경제재생 담당상(장관)으로 있던 2016년 '정치와 돈' 문제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임대주택 공급 사업을 하는 도시재생기구(UR)와 보상 협상을 벌이던 건설업체로부터 아마리 비서가 청탁금 명목으로 현금 500만엔을 수령하고 본인도 집무실 등에서 100만엔(약 1천만원)을 받은 의혹이 불거졌다.

 

아마리와 그의 비서는 알선이득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고발됐지만 도쿄지검은 혐의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했다.

 

이후 아마리는 변호사를 앞세운 독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요지는 수사기관과 다른 결론에 이를 만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는모호한 내용이었다.

 

이 문제로 각료직에서 물러난 아마리는 한동안 자신의 비위 의혹에 관한 설명을 피하고자 수면장애를 이유로 국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고질로 지적돼온 '정치와 돈'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당 개혁을 강조해온 기시다가 이런 과거가 있는 아마리를 중용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시 아마리를 고발했던 그룹에 참가한 가미와키 히로시(上脇博之) 고베가쿠인대학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조사라고 했지만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제멋대로 내린 결론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지지자 접대 의혹 등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것을 빗대어 "(자신의 비위 의혹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 아마리를 간사장에 앉힌 것은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은 아베의 정치와 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인사를 보면 총재 선거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 기시다의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아베 신조와 아소 다로.

 

정치 저널리스트인 스즈키 데쓰오(鈴木哲夫)는 "총재 선거는 원래 자민당의 톱인 '킹'을 뽑는 것인데, 이번에는 킹 메이커가 누구인지 과시하는 듯한 선거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시다의 승리로 이끈 것은 아베, 아소, 아마리 등 이른바 3A"라며 "맹우(盟友)라는 3A 가운데 한 명이 간사장이라는 당내 최대 권력자가 된 것은 아베와 아소의 영향력이 남아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아소는 이번에 부총리 겸 재무상에서 당 부총재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배경에서 기시다가 의욕을 보여온 당 개혁을 놓고 벌써 회의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입헌민주당, 공산당, 국민민주당 등 야권 3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날 아마리 자민당 간사장 본인과 비서의 과거 금품 수수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조사팀을 내주 발족해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기시다호'는 출범부터 잘못된 인사 문제로 삐걱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안부 부정 앞장선 극우 마쓰노, 일본 총리관저 2인자로 부상

미국 지역지에 '위안부 성노예 아니다' 주장하는 의견광고

문부과학상 재임 중 "다케시마는 일본 땅" 교육 의무화

 

             마쓰노 히로카즈 [교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책임을 부인하는 등 역사 왜곡에 앞장선 극우 인사가 출범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의 핵심 보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총리 취임을 앞둔 기시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는 관방장관에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문부과학상을 기용하는 방향으로 인선을 진행 중이다.

 

일본 총리와 내각을 보좌·지원하는 정부 기관인 내각관방(內閣官房)에서 총리에 이은 2인자이며 일본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

 

흔히 '총리관저'로 불리는 일본 총리실의 넘버투에 해당하는 요직이며 자민당 간사장과 더불어 정권을 떠받치는 양대 요직이다.

 

마쓰노는 2012년 미국 뉴저지주 지역지인 '스타레저'에 '우리는 사실들을 기억한다'(Yes, We remember the facts)는 제목으로 실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의견 광고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자민당 총재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이 광고는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과 일본 정부 및 군의 책임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1993년 8월 발표한 고노(河野)담화에서 위안부 동원은 일본군이 깊숙이 관여한 가운데 여성의 인권을 유린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사죄한 바 있는데 마쓰노는 의견 광고의 형태로 일본의 책임을 부인하려고 한 셈이다.

 

마쓰노는 교육부 장관에 해당하는 문부과학상으로 재직하던 시절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바꿨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 과목에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가르치도록 의무화하는 학습지도요령을 2017년 3월 확정한 것이다.

 

역시 마쓰노가 문부과학상에 재임한 2017년에는 일본 정부가 제국주의 시대 군인들이 배우던 총검술을 중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학습지도요령이 개정됐다.

 

그는 제국주의 교육의 상징인 '교육칙어'를 일선 학교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교육칙어는 1890년 메이지(明治) 일왕의 명으로 발표된 제국주의 시대 교육의 원칙으로 국민의 충성심과 효도심이 국체의 정화이자 교육의 근원이라고 선언하는 등 일본의 제국주의 사상을 담고 있다.

 

일제 강점기 징용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로 가뜩이나 한일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일본의 가해 책임을 부정하는 인물이 관방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양국 갈등이 증폭할 가능성도 있다.

 

내각 구성원은 4일 기시다 총재가 일본 총리로 선출된 후 정식으로 임명될 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