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4강전’ 승자는? …본경선 3대 관전포인트

① 더욱 격해질 ‘윤석열-홍준표 대전’

② 파란의 원희룡, 정책검증 주도할까

③ 높아지는 당심 비중, 젊은 표심 어디로

 

국민의힘 대선 주자를 선출하는 2차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윤석열(왼쪽부터),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8일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가나다순)이 참여하는 ‘4강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민 여론조사(70%)와 책임당원 투표(30%)를 반영한 결과 이들 4명의 후보가 본경선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대세’라고 주장하며 최종 후보가 선출되는 다음달 5일까지 28일간의 치열한 선거전에 돌입했다.

 

더 치열해질 윤-홍 대전

이번 컷오프 결과는 ‘2강(윤석열·홍준표) 1중(유승민) 1약(원희룡)’으로 요약된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번에도 후보별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홍 의원과 윤 전 총장 쪽 모두 1차 컷오프 때와 마찬가지로 1위 주자는 본인이라고 각각 주장했다. 당 내에선 두 후보가 경합했고 윤 전 총장은 당원 투표에서, 홍 의원은 일반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이날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결과는 당원 여러분이 알고 또 국민 여러분이 알 것”이라고 밝혔다. 잇단 실언에 이은 무속 논란까지 윤 전 총장의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홍준표 대세론’이 불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윤 전 총장도 이날 경북 영주 국민의힘 당협 사무실을 찾은 뒤 기자들을 만나 “2차 경선도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됐다”고 자신했다.

 

두 후보는 취약 지지층을 보강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 전 총장의 최대 지지층은 영남권과 60대 이상으로, 홍 의원의 최대 지지층은 비영남권과 20∼40대로 확연히 갈라져있다. 당장 홍 의원은 이날 60대 이상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노인복지청 신설’ 공약을 내놓으며 “우리나라가 선진국 시대에 이르도록 한 어른들의 노고를 이제 생각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자영업자·소상공인·서민·청년을 지목하며 “이분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청사진들을 제시하며 가까이 다가가는 후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1인 1실언’으로 불리는 잦은 말실수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최근 손바닥 ‘왕(王)’ 자 논란과 ‘천공스승 멘토설’ 등 최근 불거진 무속 논란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총장은 오는 10일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방문하는 등 기독교계 지지층 달래기에 나설 예정이다. 홍 의원에게는 토론회를 거치며 드러난 ‘막말 이미지’를 순화시키고, 부족한 당심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숙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겨레>에 “윤 전 총장이 각종 의혹을 어떻게 돌파하고 위기 관리를 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보수적인 영남권 지지층 마음을 얻기 위해 홍 의원은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원희룡은 경선 ‘메기’될까? ‘무난한 3위’ 유승민 전략은?

원 전 지사의 4강 합류는 이변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당 내에선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받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진입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원 전 지사의 파란은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처하며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을 적극 제기한 점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을 보인다.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만 물고 늘어졌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경쟁 군소주자들과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원 전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을 잡는 고스트 레이더, 귀신 잡는 해병대가 되겠다”며 이를 거듭 부각했다. 또 ‘막말’ ‘무속 논란’ 등이 뒤덮은 경선에서 원 전 지사가 정책 토론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 쪽은 정책과 자질을 앞세워 ‘윤-홍 2강 구도’를 깨겠다고 강조한다. 다만 최근 윤 전 총장을 향해 퍼붓고 있는 ‘무속 공세’가 그에게 ‘독’일지, ‘득’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유 전 의원 경우엔 개혁적이고 품격있는 이미지가 반감된 부분이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폭증한 ‘젊은’ 당원 표심 누구에게 향할까

최근 크게 늘어난 젊은 당원의 표심은 국민의힘 경선의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본경선에선 일반 여론조사 50%, 당원 투표가 50% 반영된다. 1차 컷오프에선 20%의 당원 여론조사, 2차 컷오프에서 30% 반영됐던 당원투표 비중이 절반으로 뛰어오르는 것이다.

 

국민의힘에는 최근 4달 동안 26만5952명이 입당했는데 이 가운데 20∼40대 신규 입당자 수가 11만3979명으로 전체 신규 입당자 수의 43%를 차지했다. 직전 넉달(2월1일~5월30일) 입당자 수(1만4817명)보다 7.7배 늘어난 수치다. 대구·경북, 60대 이상 고령층이 핵심 지지 기반이었던 기존 보수 정당의 공식이 깨지고 있는 양상이다. 고령층의 지지를 주로 받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신규 입당자가 늘어난 현상에 대해 “위장당원들이 엄청 가입했다”고 주장한 것도 2030세대 지지기반이 약한 것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낸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기존 핵심 지지기반인 열성 당원들의 영향력이 아직까지는 당내 경선에서 젊은 세대들보다 클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30세대의 입당이 늘었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당원 투표에서는 오랫동안 당원으로 있던 열성당원의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또 2030세대의 표심을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엄경영 소장은 “젊은 당원의 증가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준석 돌풍’ 등 여러 요인이 작동한 결과로, 본경선에서 이들의 표심이 실제 홍 의원에게 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오연서 기자

  

황교안 “국민의힘 2차 경선도 부정선거 있었다”

 

황교안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9월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4·15 총선 부정선거 주장을 이어가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8일 발표된 2차 예비경선(컷오프) 결과에서도 부정선거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4·15 총선에 이어서 이번 당 후보 경선에서도 부정선거가 있었다”며 “특정 후보의 종합 득표율이 과잉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날 본경선 진출에 실패한 황 전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4·15총선은 무효”라며 부정선거론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번 당 경선도 4·15 총선을 관리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면 얼마든지 조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황 전 대표의 주장이다.

 

캠프 안에 ‘부정선거 신고센터’도 뒀던 황 전 대표는 이번 투표가 부정선거라는 제보도 받았다며 이를 공개했다. 황 전 대표는 “인천에 사시는 ㄱ씨가 지난 6일 모바일 투표를 했는데, 투표에 대한 답장은 ‘ㄴ님 투표에 참여하셨습니다’라고 왔다. 왜 다른 사람 이름으로 답이 오냐”며 “이게 바로 이번에 있던 선거였다. 증거 자료는 다 캡처해뒀다. 필요하면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또 “(ㄱ씨가) 이상해서 당에 물어보니까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황 전 대표는 “제가 지금 말한 게 잘못됐다면 한번 자료를 공개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난 4·15 부정선거의 주범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당 선관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경선에 대해 책임을 묻는 법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2차 컷오프 결과가 발표된 직후 황 전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오후 5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연주 당 선관위 대변인은 이날 “황 전 대표가 이번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당 쪽에 따로 전달한 바 없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윤석열 · 홍준표 · 유승민 · 원희룡 4명 본경선 진출

안상수, 최재형, 하태경, 황교안 등 4명은 탈락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예비후보들이 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가나다순)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2차 관문을 통과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2차 컷오프 결과, 대선 경선 주자가 4명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4명의 순위와 구체적인 득표율은 비공개에 부쳐졌다.

 

지난달 15일 1차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 8명 가운데 안상수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탈락했다.

 

이번 컷오프는 국민 여론조사 70%, 당원투표 30%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날까지 집계된 당원 선거인단 최종 투표율은 49.94%로 역대 최고치였다. 김미나 기자

 

국민의힘 뒤덮은 무속 논란…“최순실 트라우마 떠올라”

 

윤석열 ‘王’ 이어 ‘정법 멘토설’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각난다는 분 많아”

유승민 쪽 “윤석열 세계관 검증해야”

 

              TV토론에서 만난 국민의힘 유승민(왼쪽) 후보와 윤석열 후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왕(王) 자’ 논란이 ‘항문침 전문가’, ‘천공스승(정법) 멘토설’ 공방으로 이어지며 국민의힘 경선의 주요 화제로 떠올랐다. 제1야당의 대선 경선이 ‘무속 논란’으로 뒤덮였다는 비판과 함께, 당 내부에선 야당의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승민 캠프는 7일 논평을 내어 “윤석열 후보가 (유승민 후보에게) 한번 보라는 ‘정법’ 강의는 일반 상식과 맞지 않는 내용이 다수”라며 “일례로 유튜브에 게재된 ‘11582강 아빠랑 살래 엄마랑 살래’는 ‘엄마는 근(根)이 없어 아이를 키우면 안 된다’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정법’은 ‘천공스승’의 유튜브 강의 이름이다. 그러면서 “정책 능력 검증과 더불어 윤석열 후보의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검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전날 유 전 의원과의 ‘장외 충돌’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유 후보에게 ‘정법이라는 분은 강의 동영상이 많으니 한번 보시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했으나, 유 후보가 손을 뿌리치고 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자 유 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위 ‘정법’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봤다”며 “이런 영상을 보셔서 손바닥에 ‘왕’ 자도 쓴 채 티브이(TV) 토론에 나오신 거냐”고 비판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지난 5일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도 이른바 ‘항문침 전문가’인 이아무개씨가 측근인지를 따져 물었고, “천공스승을 아느냐. 자신이 윤 후보의 멘토라고 했다”며 캐물었다. 윤 전 총장은 “뵌 적은 있다”면서도 “멘토라는 말은 과장된 것”이라고 답했다. ‘천공스승’은 이날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정리할 시간이 될 것이라는 코칭을 해줬다”며 윤 전 총장에게 검찰총장직 사퇴 문제를 조언했다면서도 “멘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무속 공방 확산을 놓고 ‘소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8일 대선 경선 2차 컷오프를 앞두고 당원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 토론이 사라진 채 무속인 논란만 남았다는 자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미 없는 공방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 경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이나 서로의 정책을 검증해야 하는 시점에 내부 다툼만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당내에선 이번 무속 논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최씨는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기운’을 갖고 있다는 오색 전통주머니 ‘오방낭’을 대통령 취임행사 때 이용했던 점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보며 당 지지자 중에서도 박 전 대통령 때가 생각난다는 분들이 많다”며 우려했다. 유 전 의원 캠프 관계자는 “야권 1위를 달리는 후보가 생방송에서 부적 같은 ‘왕’ 글자를 보여주니 국민들이 불안해한다”며 “게다가 윤 전 총장이 말한 ‘정법’ 동영상을 봤더니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이야기를 맹신하고 추종하고 있다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쪽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법은) 미신이나 점에 관련된 것이 아니다”라며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천공스승은) 미신이나 점 보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