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특별법 개정해 내년부터 5년간 지급…아픈 현대사 해결 한발 도약

유족회 "4·3특별법 재개정 절차 고려해 대승적 수용 결단"

 

한국 현대사의 큰 비극인 제주4·3사건 희생자에 대한 정부의 배·보상안을 유족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해 역사적인 배·보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위패봉안실 찾은 제주4·3 희생자 유가족 [연합뉴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8일 정부가 제시한 희생자 1만4천533명(현재 기준) 각 1인의 몫으로 8천960만원의 배·보상금을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지급하는 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1만4천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에 대해 일괄적으로 균등하게 배상 및 보상하는 것으로, 과거사 관련 민간인 희생자에게 배상 및 보상 사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현재 기준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액은 1조3억원이 넘는다.

 

이는 과거 한국 정부 수립·한국전쟁 전후 시기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인정한 것을 넘어 또 다른 역사적으로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지급 과정에서 유족이 없거나 연락 두절 등의 이유로 배상과 보상이 불가능한 희생자가 있기 때문에 실제 지급액은 줄어들 수도 있다.

 

과거사 관련 법원 판결로 2007년 당시 울산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에 대해 1인당 1억3천200만원의 배상 판결이 있었다. 총 보상 액수는 200여억원이다.

 

또 제주4·3 당시 수형 생존자 18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구금 기간에 따라 8천만∼14억7천만원씩 모두 53억4천만원의 형사보상 결정이 내려졌었다.

 

4·3유족회가 정부 배·보상안을 전격 수용하기는 했으나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4·3유족회는 앞서 울산보도연맹 사건의 배상 판결을 기준으로 희생자 1인당 배·보상액을 1억3천여만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정부 제시안인 1인당 8천960만원은 유족회 제시안보다 4천여만원이 낮은 수준이다.

 

유족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 제시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배·보상안을 포함한 특별법 재개정 절차를 고려해 대승적으로 정부안을 수용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73년이 흘렀지만 여전한 슬픔 [연합뉴스]

 

이번 배·보상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제주4·3특별법에는 '국가는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해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며 필요한 기준을 마련한다'는 등의 배·보상 규정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한국법제연구원 및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등에 용역을 의뢰해 지급 규모 및 절차에 대한 용역을 진행했다.

 

앞으로 행안부는 유족회의 의견이 수렴되면 최종 용역 내용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어 제주4·3특별법 재개정 작업을 통해 연내 입법화돼 내년부터 5년간 단계적으로 배·보상금이 지급되게 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1차 연도 배·보상금 1천810억원을 반영했다.

 

제주4·3특별법 재개정 과정에서 희생자당 지급하는 배·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가족·친족 등 가족관계 등록상의 대상 범위에 대한 정리도 이뤄지게 된다.

 

현재 행안부는 용역안을 통해 혼인 전의 민법상의 직계 범위(며느리·사위 제외)의 유족만 희생자의 배·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4·3 희생자 배·보상금 지급 방안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으면서 제주4.3특별법에 포함된 수형인에 대한 일괄재심 방안도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최근 유족회 간부들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 수형인에 대한 선별적인 재심이 아닌 일괄재심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제주4·3특별법에는 희생자로서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유죄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사람 등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대상은 1948년 12월 29일 작성된 '제주도 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20회'와 1949년 7월 3∼9일 사이 작성된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18호' 명령서에 첨부된 자로 정했다.

 

정부의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4·3은 1947년 삼일절 기념대회 당시 경찰의 발포사건 때부터 1945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간 군경의 진압 등 소요사태 와중에 양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기간 적게는 1만4천명, 많게는 3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현재 잠정 보고됐다.

  

제주4·3유족회, 희생자 1인 8천960만원 배보상 정부안 수용

"특별법 개정 촉박한 점 등 고려 대승적 차원"

 

제주4·3 희생자 배·보상금으로 희생자 1인당 8천960만원을 균등 지급하는 방안을 제주4·3 희생자유족회가 받아들이기로 했다.

 

제주4·3 희생자유족회(이하 유족회)는 8일 내부 회의를 통한 의견 수렴을 거쳐 행정안전부 용역진이 제시안 방안을 수용하기로 하고 조만간 행안부에 이 같은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족회는 애초 배·보상금을 과거사 관련 소송에 대한 배상 판결에 준해 희생자 1인당 1억3천만원을 요구했다.

 

이는 기존 울산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들에게 지급된 보상금보다 적으며, 사법기관의 재판을 통해 4·3 수형 생존자들이 받은 형사 보상금(1억5천만원대)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유족회는 자체 요구보다 행안부 용역진이 제시한 금액이 턱없이 낮아 배·보상금에 대한 유족 의견 수렴과 입장 정리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족회 관계자는 "이달 안으로 국회에서 배·보상안을 포함한 제주4·3특별법 재개정 작업에 들어가 연내 입법화해야 하므로, 기간이 촉박한 점을 고려해 대승적으로 정부 제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유족의 의견이 접수되면 최종 용역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이후 국회에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반영돼 재개정하면 내년부터 5개년간 단계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에서 심의·결정된 4·3 희생자는 사망 1만422명, 행방불명 3천641명, 후유장애 196명, 수형인 284명 등 모두 1만4천533명이다.

 

앞서 6일 행안부는 제주4·3 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유족회 임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설명회를 열어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설명했다.

 

용역은 한국법제연구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진행했다.

 

용역진은 1954년 기준 통상임금의 화폐 가치를 현시점 가치로 재산정하고 기간에 따른 지연이자 등을 포함해 1인당 8천860만원을 제시했다.

 

용역진은 또 배·보상 금액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 대신 균등 지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