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 사이의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씨가 지난 7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 녹음 파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조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복구한 이 녹음 파일은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규명할 핵심 물증으로 꼽힌다.

 

조씨가 정보공개를 청구함에 따라 공수처는 오는 21일까지 조씨와 김 의원이 나눈 통화 녹음 원본 파일의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보공개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휴일 등을 빼고 청구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로 이 기간 안에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 10일이 지난날로부터 다시 10일 안으로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공수처가 정보공개를 거부하면 조씨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조씨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저도 원본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린 뒤 이튿날 공수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원본 파일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를 둘러싼 상반된 보도들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문화방송>(MBC)은 지난 6일 ‘김웅 의원이 제가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전 쏙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름이 통화 내용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노컷뉴스>는 7일 해당 통화 내용에 윤 전 총장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7일 <KBS> 라디오에 출연한 조씨는 ‘‘(녹음 파일에)윤석열이 시켜서라는 문장이 들어있다고 기억하는가”란 사회자의 물음에 직접 답하는 대신 “한꺼번에 (녹음 파일 내용을) 공개를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원본 파일 공개를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김웅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통화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씨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은 공수처는 고심 중이다. 수사 중인 상황에서 핵심증거가 공개되면 공소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법은 ‘수사·공소의 제기 및 유지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정보’의 경우 비공개대상정보라며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한편에서는 공수처가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2019년 한 고소인이 검찰에 자신의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함상훈)는 “(포렌식 한) 정보는 애초 고소인 소유 정보였다”며 “정보 점유가 검찰로 넘어갔지만 정보를 공개해 수사에 장애 줄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김예찬 투명사회를 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공개 필요성과 비공개 필요성을 수사기관이 비교하도록 돼 있다. 조씨는 윤 전 총장 쪽 등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 권리 구제 차원에서 수사기관이 녹음 파일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판 중인 사안과 공소제기 유지 등을 이유로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번 건은 조씨가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한 것이어서 곤혹스럽다. 관련 정보가 수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공개 때 위험이 따를 수도 있어서 수사팀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김웅, ‘고발사주’ 통화내용 공개에도 “기억 안 나요”

  “조성은 씨에게 자료 준 거 자체도 기억 못해”

   포렌식 자료 보도에 “피의사실 공표죄” 반발

 

    김웅 국민의힘 의원.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핵심 당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데 대해 “처음부터 (통화) 사실 자체에 대해 부인한 게 아니다. 기억을 못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간 언론 노출을 꺼려왔던 김 의원은 녹음 파일이 복구돼 일부 내용이 공개된 뒤, 이날 처음 입을 열었지만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답만 일관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이 정말 기억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계속 얘기를 했듯이 처음부터 그런 사실 자체에 대해 부인한 게 아니라 기억을 못 한다고 얘기했다. 아마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조성은씨에게 자료를 줬다는 거 자체도 기억이 안 난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는 조씨가 제출한 스마트폰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여러 건의 통화 녹음 파일을 복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엔 김 의원이 조씨에게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된 텔레그램 메시지로 고발장 등을 전송하기 전 전화를 걸어 ‘우리가 고발장을 써서 보내줄 테니 남부지검에 접수시키는 게 좋겠다’고 했다가, 파일을 전송한 뒤 다시 전화를 걸어 ‘대검에 접수하라’고 말한 부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실제로 제보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였고. 혹자는 통화까지 했는데 모르냐고 이야기를 하는데 준 사람하고 통화를 했는데 (자료를 준) 그 사람은 기억을 못 하는데 받은 사람은 기억한다면 그것 자체도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통화 내용 가운데 자신이 조씨에게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주겠다’고 말한 부분이 드러난 것과 관련해서도 “(‘우리’라는 대목을)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식으로 밑밥을 뿌리는 식의 정치공작은 당장 그만두시고 정정당당하게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지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에 관해서도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검찰에서 포렌식 했다는 자료들이 특정 매체를 통해 유출되고 있는데 공무상 비밀누설죄, 피의사실 공표죄가 될 수 있다”며 “대장동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언론에 흘려지고 있는데 낡은 정치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공개된) 내용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저도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수사기관에서도 저에게 전체적인 내용을 알려 준 바도 없다. 그래서 그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김미나 기자

 

김웅 말한 “우리”가 누구냐…고발장 작성·지시자 규명 열쇠

   김웅, 조씨에 “우리가 써서 보낼테니”

   고발장 전송시점 검사 퇴직 3개월 뒤

   조씨와 통화서 윤석열 언급 대목도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4월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복구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실체가 뚜렷해지고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조씨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공수처는 김 의원이 언급한 “우리”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공수처는 김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상태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복구한 녹음 파일을 통해 ‘작성-전달-실행’으로 이어지는 고발 사주 의혹 연결고리 가운데 후반부 진행 과정을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복구한 녹음 파일은 지난해 4월3일 김 의원이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씨에게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 등을 전달하기 전후 두 사람이 나눈 통화 내용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고발장을 써서 보내줄 테니 남부지검에 접수시키는 게 좋겠다’ ‘대검에 접수하라’는 등의 김 의원 발언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 여러 언론은 통화 내용 가운데 ‘검찰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해야 한다’ ‘내가 대검에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 빠져야 한다’ 등의 발언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다른 상황은 대부분 기억하면서 유독 고발장 전달 과정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던 김 의원이 더는 발뺌하기 어려운 구체적 물증이 확보된 셈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김 의원도 피의자로 전환된 상태”라고 했다.

 

출범 뒤 오는 12일 처음 국정감사를 받는 공수처가 국민의힘의 파상공세를 예상하면서도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국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할 수 있었던 배경도 고발장 전달과 이 고발장을 토대로 실제 고발이 이뤄진 실행 과정의 실체를 상당 부분 파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은 ‘손준성 보냄’을 통해 김웅 의원에게 전달된 ‘4월8일 고발장’과 거의 동일한 고발장 초안을 당무감사실에 전달했고, 당 법률자문위원인 조아무개 변호사는 당무감사실에서 받은 이 초안을 일부 손봐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사실이 드러나고 한달이 지나도록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는 김 의원이 조씨와 한 통화에서 고발장 작성 주체로 언급한 “우리”가 검찰 관계자를 의미하는지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조만간 불러 고발 사주 의혹의 연결고리 가운데 전반부에 속하는 고발장 작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또 손 검사의 부하 검사였던 수사정보2담당관 및 파견검사에 대해서도 고발장 관련 자료 수집, 법률 검토, 작성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이 말한 “우리”가 검찰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지난해 4월은 김 의원이 검사를 그만둔 지 석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더욱이 조씨와 한 통화에서 김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한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전 총장 개입 여부는 앞으로 핵심 수사 포인트로 꼽힌다. 고발장 내용도 윤 전 총장 장모 및 측근과 관련한 것이기 때문에 윤 전 총장 지시 여부 등 윗선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