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선출 16일만 50분 차담…문 "끝까지 도와달라" 이 "저도 문 정부 일원"
문 "방역 잘해 선거운동 자유로워지게…대선서 선의의 정책경쟁 당부"
이 "대통령과 생각 너무 일치해 놀라… 지난 대선, 모질게 한 것 사과"
환담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환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약 50분간 차담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만으로, 이번 만남을 계기로 이 후보의 '원팀' 행보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자리에 대해 '후보 선출을 축하하는 자리'라고 규정한 뒤, 대장동 비리 의혹을 비롯한 선거 정국에 관련된 얘기는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선후보와 차담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우선 인사말에서 지난 민주당 경선을 거론하며 "경쟁을 치르고 나면 그 경쟁 때문에 생긴 상처를 서로 아우르고 다시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일요일에 이낙연 전 대표님을 (만난 것이)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와도 2017년 당내 경선 겨뤘던 일을 떠올리며 "경쟁을 마친 후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해내고 이후 함께 국정을 끌어왔다"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 이 후보가 새 후보가 돼 감회가 새롭다. 끝까지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저도 경기도지사로 일한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라며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고 역사적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겪어보니 제일 중요한 것은 정책"이라며 "대선 과정에서 정책을 많이 개발하고 정책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해달라. 이 후보 외에 다른 후보들에게도 똑같은 당부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어제 대통령님의 시정연설을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있어서 너무 공감이 많이 됐다"며 "가끔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 놀랄 때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께서 지금까지 민주당의 핵심 가치라고 하는 민생, 개혁, 평화의 가치를 정말 잘 수행해주신 것 같다"며 "경제발전, 군사강국, 문화강국으로 자리잡은 것은 다 문재인 대통령 노력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모두발언 뒤에는 비공개 대화가 이어졌으며, 이 내용은 배석자인 이철희 정무수석이 언론에 브리핑했다.
이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로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기후위기도 가속화하는 역사적 시기"라며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것이 더 클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농담조로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또 이 후보가 "대선을 치르며 안 가본 곳을 빠짐없이 다 가보려 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방역을 잘해서 이번 대선이 활기차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선거운동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경쟁했던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얘기도 나왔다.
이 후보가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하려고 마음에 담아 둔 얘기를 꼭 드리고 싶다"며 "지난 대선 때 제가 조금 모질게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아시겠죠?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고 이 수석이 설명했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이 후보는 "전체 경제가 좋아지지만 양극화가 심화하고 서민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확장재정을 하는 것이 좋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라"며 "대기업들은 (사정이) 굉장히 좋아 생존을 넘어 대담한 목표를 제시하지만, 그 밑의 작은 기업들은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선후보와 차담하는 문재인 대통령
한편 이 수석은 "(회동에서) 대장동의 '대'자도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나 '수사'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며 "부동산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대북정책 얘기도 하지 않았다"며 "무거운 얘기를 피하다 보니 가볍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소개해드린 농담들도 서로 편하게 주고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사전에 제가 이 후보 측과 선거 관련 얘기,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얘기를 했다"며 "이 후보는 후보로서 얘기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을 상대로는 언급 안하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선출된 지 16일 만에야 문 대통령과의 첫 회동이 성사된 것을 두고 '과거보다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는, 이 수석은 "자연스럽게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사례를 살펴보면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후보의 면담은 두 차례 있었다.
2012년에는 박근혜 당시 후보가 선출된 지 13일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동했고, 2002년에는 노무현 당시 후보는 선출된 지 2일 만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면담했다. 2007년 대선 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당의 탈당 요구로 당적을 정리한 후였던 만큼, 당시 여권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는 만나지 않았다.
회동 형식이 차담이 된 것에는 "식사를 하게 되면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의미부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이 수석이 설명했다.
이재명, 문 대통령 ‘인증’ 받고 정세균 만나며 ‘원팀 구성’ 박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한정식집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집권여당 대선후보로서 ‘정식 인증’을 받았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정세균 전 총리도 만나 선거 지원을 요청했고, 27일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회동을 예고하는 ‘통합 행보’로 본격적인 원팀 선대위 인선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 만난 이재명, 일체감 강조
이 후보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50분 동안 이어진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과거 앙금을 털어내고 일체감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마음에 담아둔 얘기를 꼭 드리고 싶었다”며 운을 뗀 뒤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다.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모질게 경쟁’했던 과거를 문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한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며 웃으며 받았다고 한다. 이날 비공개 회동의 주요 화제는 대선 정책경쟁과 기후위기와 경제 문제였다고 하지만, 배석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한 대화에서도 문 대통령과의 동질감을 강조하는 이 후보의 발언이 두드러졌다. 이 후보는 전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론하며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 (시정연설) 내용도 꼼꼼히 살펴봤는데 내 생각과 너무 똑같았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데 문 대통령도 루즈벨트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알고 있다. 거기에 공통분모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계승자임을 강조함으로써 40%에 가까운 문 대통령 지지율을 흡수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정책에 관한 해법에는 시각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좀 더 과감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조정과 양극화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을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어떤 목표든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며 “기업들도 많이 만나보라”고 말했다.
오늘 정세균, 내일 추미애…원팀 선대위 구상
지난 24일 이 전 대표를 만나 ‘경선 후유증’을 정리한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또 다른 경쟁자였던 정 전 총리를 서울 여의도 음식점에서 만나 만찬을 함께 했다. 정 전 총리는 “이 후보가 승리해 문재인 정부가 잘 계승되길 바라는 당원 동지와 국민이 많다”며 덕담을 건넨 뒤 “꼭 원팀을 만들어서 필승하도록 노력하자”고 격려했다. 이 후보는 “총리님께서 함께 해주시고 큰 역할 해주시면 아주 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우리 총리님 계보”라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정 전 총리가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당 상근 부대변인을 지낸 인연이 있다.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를 공천한 사람도 정 전 총리였다. 지난 11일엔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며 이 전 대표의 경선 불복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선대위 상임고문직을 수락했다. 이 후보는 선대위에 후보 직속 ‘미래경제위원회’를 둬서 정 전 총리 쪽 의원과 전문가들을 적극 포용할 계획이다.
이 후보 쪽은 이낙연·정세균 캠프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통합·원팀 선대위를 꾸릴 계획이다. 이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양 캠프의 3선 이상 의원들은 한명도 예외 없이 본부장급 이상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대위의 주요 보직인 총괄선대본부장과 비서실장, 수석대변인을 비롯해 5대 본부장(종합상황·전략·조직·정책·홍보)을 누가 맡게 될지도 관심사다. 이 후보 쪽은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돕던 의원 그룹에 ‘원하는 자리를 먼저 고르라’고 제안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후보 비서실장은 이낙연 캠프의 총괄본부장이었던 박광온 의원에게 제안했으나 박 의원이 고사하면서 이재명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박홍근 의원이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영지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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