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손 검사 조사 뒤 영장 재청구 여부 판단하겠다”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6일 밤 10시40분께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진행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심문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선거 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손 검사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손 검사는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검사와 수사관에게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서울 송파갑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지난 14∼15일 손 검사에게 출석을 요청했으나, 손 검사가 변호인 선임 등을 이유로 출석을 미루자 “수사를 회피하려는 목적”이라며 지난 23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는 지난 20일엔 손 전 검사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출석하지 않으리라 단정할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공수처는 이날 손 검사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입장문을 내어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추후 손 검사에 대한 조사와 증거 보강 등을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신민정 전광준 기자
‘조사 불응’ 손준성 구속영장도 기각…공수처 수사 빨간불
법원 “구속 필요성·상당성 부족”
체포영장 기각 뒤에도 조사 안 받아
‘방어권 보장’ 손준성 요구 받아들여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47·사법연수원 29기)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사전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범여권 인사 등을 대상으로 한 고발장 작성·전달자로 손 검사를 지목해 온 만큼, 구속수사를 통해 사건 실체를 파악하려던 공수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수처 수사력에 대한 의문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의 역공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6일 밤 10시40분께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판사는 “손 검사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진행경과 및 손 검사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심문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손 검사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줄곧 조사에 응하지 않아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는 손 검사 쪽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조사 않고 구속영장 청구한 공수처의 ‘자충수’?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3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손 검사는 바로 풀려났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23일 손 검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선거 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손 검사 구속 여부가 고발 사주 의혹 수사의 갈림길이라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이 직접 나와 1시간가량 범죄사실 프레젠테이션을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공수처는 앞서 지난 20일 손 검사 체포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으나 기각당한 바 있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출석을 약속한 10월22일에도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손 검사가 출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고 한다. 체포영장 기각 뒤 공수처 예상처럼 손 검사가 또다시 조사에 불응했지만, 법원으로서는 체포영장을 기각한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며칠 뒤 발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가 조사도 하지 않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피의자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손 검사 쪽 주장도 방어권 보장을 중시하는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손 검사가 조사에 계속 불응하는 상황이어서 판사 앞에서 손 검사 소명을 들어보겠다는 취지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지만, 법원은 손 검사의 불응 태도가 구속수사할 만큼은 아니라고 봤을 수 있다.
‘손준성 보냄’ 등 증거, 그리고 현직 검사
반면 공수처가 이미 관련 증거 등을 어느 정도 확보한 만큼 불구속수사를 해도 증거인멸 가능성는 낮다고 법원이 판단했을 수도 있다.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 “저희가 고발장 초안을 만들겠다”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생생한 육성이 담긴 17분 분량 녹취파일 등 구체적 물증, 손 검사 지시를 받아 고발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는 수사관과 파견검사 진술 등을 확보했다. 손 검사가 추가로 인멸할 증거가 없고 현직 검사로서 도주할 우려도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손 검사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수사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힌다는 점에서 그가 속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종 확정되는 11월5일 이후부터는 공수처 수사가 자칫 야권 대권 주자에 대한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손 검사가 자신의 조사 일정을 11월5일 전후로 공수처에 요청했었던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손 검사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조사 일정을 계속 미루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수사 역시 순탄하게 흘러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윤 전 검찰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됐기 때문에 대선 일정이 다가올수록 공수처 수사는 정치적으로 읽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현수 기자
손준성, 김웅 “저희” 녹취 공개되자…갑자기 ‘11월4일 이후 조사받겠다’
출석조사 일정 미루다 10월22일 확정
10월19일 김웅-조성은 녹취파일 공개
조사 하루 전 “11월4일 이후” 요구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경선 일정 노렸나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엔 단순히 출석 조사 비협조 때문만이 아닌 범죄 혐의를 상당 부분 입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손준성 검사는 공수처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일정 등을 고려해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조사 협조 요청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공개하며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야당 경선에 개입하는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별다른 이유 없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직전이나 이후에 조사받겠다고 요구하는 등 오히려 이번 수사를 정치적 논란 한복판으로 끌고가고 있다.
25일 공수처가 손 검사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힌 주요 이유는 일단 ‘조사 불응’이었다.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손준성 검사를 입건한 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와 손 검사 쪽 설명을 종합하면, 증거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 등을 마친 공수처는 지난 4일 처음으로 손 검사에게 ‘10월14일 또는 15일 출석 조사’ 일정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 ‘변호인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를 대는 손 검사와 지루한 조사 일정 밀고당기기가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손 검사는 ‘10월22일 출석해 조사받겠다’는 뜻을 공수처에 전달했다.
수사팀은 그때까지 손 검사 태도에 비춰볼 때 10월22일 조사도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틀 전인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손 검사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고 한다. 공수처 예상은 맞았다. 손 검사는 조사 하루 전인 지난 21일 갑자기 ‘일정상 조사받기 어렵다. 11월2일 또는 4일 이후 출석이 가능하다’고 공수처에 알려왔다고 한다. 애초 출석하기로 했던 날짜에서 무려 2주 뒤쯤으로 조사를 미뤄달라는 것이었다. 11월5일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되는 날이다. 손 검사와 함께 입건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야권 지지자들을 향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은 ‘여권의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25일 사전구속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지자, 손 검사는 공수처 수사팀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수사기관이 대선 경선 일정을 이유로 출석을 종용하는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자메시지를 보면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김웅 의원과 제보자 사이 녹취록이 공개됐다. 그에 따른 파장 및 국민적 의혹 확산, 대선 후보 경선일정 등을 고려해 신속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조속한 출석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협조를 구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손 검사가 10월22일 출석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이를 미룬 뒤 “정치적 의도”를 주장하고 나선 배경에 자신의 혐의를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려워진 사정변경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석 조사 사흘 전인 지난 19일 공개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의 파장이 워낙 크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 보내겠다”고 말한 뒤 ‘손준성 보냄’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고발장을 전달한 점에 비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해온 손 검사가 더 이상 혐의를 부인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공수처가 손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현재 출석일자를 늦추거나 불응하는 것은 실질적 방어권 보장 때문이 아닌 혐의가 중대하고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해명 사유가 없어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계속 불응할 경우 강제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법원이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손 검사 구인을 위한 영장을 공수처에 내준 것도 일단 거듭된 조사 불응에 더해 혐의를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손 검사는 공무원 신분임에도 공수처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해 그냥 두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검사가 영장심사에 나오지 않을 경우 판사는 당사자 구인을 공수처에 요구한 뒤 추후에 다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때는 심문 없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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