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5·18 주요 역할 허화평

빈소서  “사과할 입장 아니다”

행안부 “유족 쪽 명단 그대로”

박철언·허삼수·김용갑 등도 포함

 

30일 올림픽공원서 영결식

 

 허화평 씨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내가 반란 책임자인가? 내가 사과할 입장은 아니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허문도(사망), 허삼수와 함께 ‘쓰리 허’로 불리며 실세로 꼽혔던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이 29일 노태우씨 빈소에서 12·12 군사반란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과 관련해 한 말이다. 반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이 확정됐던 허씨는 노씨의 국가장 장례위원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12·12 및 5·18 관련 어떠한 책임 인정이나 사과도 하지 않는 이들이 유족 추천 몫으로 장례위원에 포함되면서 유족들이 노씨를 대신해 전한 ‘사과’의 진의도 의심받고 있다.

 

허씨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노씨 빈소를 조문한 뒤 ‘노태우씨가 5·18 유족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사과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족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에게 묻지 말라.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12·12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으로, 반란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된 허씨는 노태우씨 국가장 장례위원회 장례위원 352명에 포함됐다. 전날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장례위원 명단을 보면, 전두환 정권 실세로 불린 ‘쓰리 허’ 중 2016년 사망한 허문도씨를 제외한 허화평·허삼수(12·12 당시 보안사 인사처장) 두 사람이 나란히 포함됐다. 최세창씨 이름도 보인다. 최씨는 12·12 및 5·18 당시 3공수여단장이었다. 5·18 진압 공로로 무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2019년 전두환씨의 12·12 군사반란 40주년 기념 오찬 논란 당시 참석자이기도 하다. 허삼수, 허화평, 최세창 모두 전두환, 노태우와 같은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들은 2014년 ‘내란·반란죄로 받지 못한 군인연금을 달라’는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번 장례위원회에는 입법·사법·행정부 고위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방송언론계와 유족이 추천한 인사 등이 포함됐다. 허화평·허삼수 등은 유족 추천 몫으로 장례위원이 됐다고 한다. 이밖에도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장관, 전두환 정권에서 국가안전기획부 기조실장을 맡았던 김용갑 전 의원 역시 포함됐다. 동교동계 인사로 꼽히는 정대철·한광옥 전 의원, 상도동계 최형우·김덕룡 전 의원 등도 장례위원으로 참여했다.

 

반란 참여자가 장례위원이 된 것과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관례에 따라 유족들이 전달한 명단을 그대로 넣은 것이다. 정부가 위원을 심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명이인 여부에 대해서는 “이 역시 관례에 따라 유족이 경력은 안 주고 이름만 주고 있다”고 했다. 노태우씨 국가장 영결식은 30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진행된다. 영결식 후 유해는 경기 파주시 검단사에 안치된다. 박수지 김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