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에 앞서 DMZ 철조망을 잘라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설명하고 있다.

 

3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프란치스코 교항이 북한 방문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면담했다. 배석자 없이 진행된 면담에서 문 대통령은 “교황님께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다음에 꼭 한반도에서 뵙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고 답했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 설치됐던 철조망을 녹여서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한국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이 250㎞에 달한다. 철조망을 수거해 십자가를 만든 것”이라며 “성서에도 창을 녹여 보습을 만든다는 말도 있다. 이에 더해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기후변화, 난민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여러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앞으로 국제사회의 행동을 독려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첫 일정으로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불씨’를 계속 살리기 위해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이 임기말 남북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내놓은 제안이다. 또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 정상회의 등으로 인해 전세계 이목이 교황청에 쏠려있는 것도 감안했다. 이날 <시엔엔>(CNN) 등 미국 언론은 “카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이 교황을 방문한데 이어 두번째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교황을 만나 기후위기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앞서 2018년 10월 면담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적극 호응했지만 방북은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교황의 방북을 거듭 요청하며 지난 9월 유엔총회 종전선언 제안에 이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실제 방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바티칸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교황청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가 도열한 가운데 교황청 의장단의 영접을 받았다. 오전 10시15분부터 12시17분까지 프란치스코 교황 단독 면담과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 면담을 진행하고 한-교황청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는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이인영 통일부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박용만 한국몰타기사단 대표 등이 함께 했다. 바티칸/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