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사과하며 현 정부와 차별화 시도
이낙연 · 정세균 · 추미애 등 경선 후보 모두 참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올림픽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쌓아온 토대 위에 잘못은 고치고, 부족한 건 채우고, 필요한 것은 더해 청출어람하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정부’를 7차례 언급하며 ‘부동산 대개혁’을 내세웠다. 민주정부 계승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인 부동산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경기장 케이스포(KSPO)서 열린 ‘대한민국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 후보는 “높은 집값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을 보면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부동산 문제로 국민들께 너무 많은 고통과 좌절을 드렸다”며 “진심으로 사과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해 허탈감과 좌절을 안겨드렸고, 공직 개혁 부진으로 정책신뢰를 얻지 못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집값으로 결혼, 출산, 직장을 포기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고,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이재명 정부의 명운을 걸고 확실하게 없애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민주정부와 민주당 잘한 것도 많지만, 민생에서 국민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철저한 책임의식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문재인 정부의 빛과 그림자 역시 온전히 저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런 태도는 문재인 정부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원인인 부동산 문제에 선을 긋지 않고는 정권교체 여론을 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 차별화와 ‘이재명 정부’를 거듭 강조하면서 현 정부와는 ‘다른 정부’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개발이익환수제 강화와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의 제도 개혁과 무주택자 누구나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거주할 수 있는 고품질 기본주택 등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 공급대책”도 약속했다. 또 자영업자 손실 보상 등 코로나19 지원대책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실현해 ‘이재명표 민생개혁’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 아홉째)와 송영길 대표(오른쪽 열째) 등 당 지도부, 선대위원 등이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한 추진력도 강조했다. 1호 공약으로 ‘성장의 회복’을 내세운 이 후보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모두가 상생하는 길을 열겠다”면서도 “진전없는 논의를 한없이 지속하지는 않겠다. 충분히 논의하고 과감한 대타협을 시도하되 결과가 나지 않으면 정부주도로 할 일을 해내겠다”고 말했다. 중도·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듯 박정희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이 후보는 “박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재명 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등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도 싸잡아 비판했다. 이 후보는 “광주를 폄훼하고 핵무장을 주장하고 남북합의 파기로 긴장과 대결을 불러오겠다는 퇴행세력에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 철학도 역사인식도 준비도 없는 후보에게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 지역위원장 등 370여명이 참석한 이날 선대위 출범식에선 이 후보와 경쟁했던 경선 주자들이 모두 참석해 ‘이재명 지지’를 호소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지연설에서 “민주당은 경쟁할 때 경쟁해도 하나될 때는 하나됐다. 서로 다투더라도 울타리를 넘지 않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했다. 우리는 그런 자랑스러운 문화를 지키고 가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동지다. 이 동지와 함께 민주당답게 승리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자. 그 길에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원팀 선대위는 바로 이런 모습”이라며 호응했고 정세균 전 총리도 “이 후보가 바로 민주당이다.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는 이제 이재명”이라며 지지를 거듭 확인했다. 이날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참석한 이 후보는 지지 연설을 끝낸 경선 주자들에게 일일이 ‘원팀 점퍼’를 직접 입혀주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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