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 성과 중간 평가
삼림파괴 중단 이어 메탄감축, 두 가지 합의는 의미있는 성과
탄소중립·석탄발전 중단시점은 선진국-개도국 간극 여전히 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다. 인류와 기후변화의 싸움을 축구로 말한다면 5-1로 지는 게임이었다. 지난 이틀 동안 세계에서 모인 120명의 정상들과 함께하며 우린 한 골, 아마 두 골을 만회했다.”
2일 오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번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둘째 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 연단에 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조금 지친 듯한 표정이었다. 연단 배경에 영국 국기와 유엔기를 두고 회견에 임한 존슨 총리는 이번 총회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의 설명대로 총회 참가국들은 2030년까지 세계 각지의 삼림 파괴를 중단한다는 것과 메탄 배출을 30% 감축한다는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뤄냈다. 존슨 총리는 “앞으로 2주에 걸쳐 상세한 내용에 대한 협상이 남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종말의 날로 가는 시계는 여전히 재깍대고 있지만, 우리에겐 폭발물 처리반이 있다”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이 평가대로 이번 총회에서 참가국들은 삼림 파괴와 메탄 배출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합의를 이뤄냈다. 삼림 파괴와 관련해선 중국·러시아뿐 아니라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로 국제적 비난을 한 몸에 받아온 브라질의 동참 약속도 끌어냈다.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지구온난화 효과가 강한 메탄 배출과 관련해서도 105개국의 동의를 얻어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9월 유엔 총회 때 이 안을 공개했을 때 9개국이 서명했지만, 현재는 80개국을 넘어 100개국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이틀 동안 각국 정상들이 쏟아낸 말을 모아 보면, 최종적인 회의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총회의 성패를 가를 핵심 쟁점은 참가국들이 ‘탄소중립’의 달성 시점과 관련해 획기적인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 한국·미국·영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들은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과감히 상향 조정하며 탄소중립 목표를 2050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러시아는 2060년, 인도는 다시 10년 늦은 2070년을 목표로 내놓는 데 그쳤다.
둘째 쟁점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석탄 발전의 중단 시점이다. 존슨 총리는 이번 총회에서 “선진국은 2030년, 후진국은 2040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전체 전력 생산의 70~8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인도 등이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1일 연설에서 석탄 발전과 관련해선 ‘2050년’이라는 목표를 내놓는 데 머물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탄소 감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비용을 누가 감당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당사국총회(COP15)에서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의 탄소 감축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까지 연간 1천억달러(약 118조원)의 자금을 모으기로 했지만, 2019년 현재까지 쌓인 돈은 769억달러에 불과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 점을 문제 삼으며 “선진국들의 약속은 공허했다”고 공세를 높이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선진국들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1천억달러 자금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며 2025년까지 60억유로를 더 내놓겠다는 안을 밝혔다. 이번 총회를 전후해 미국(2024년까지 연간 114억달러·약 13조4700억원), 유럽연합(50억유로·약 8조2천억원), 영국(10억파운드·약 1조6천억원), 일본(5년간 최대 100억달러) 등도 비슷한 안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인류 앞에 놓인 진정한 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깊은 인식 차이를 메울 수 있는 ‘리더십의 부재’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에 출석하지 않은 중·러 정상을 비난하기 바빴다. 미국은 이번 총회를 활용해 기후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인프라 개발과 관련된 별도 회의를 개최하며 중국 견제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3일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겨냥해 “수십년에 걸쳐 개도국들을 지속 불가능한 부채의 함정에 빠뜨리고 석탄에 의존하는 인프라에 가둔다”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은 이 같은 비판에 자신들의 논리로 강하게 맞섰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서구 정치인들과 활동가들은 과거 자신들의 행동을 되돌아보지 않고, 기후변화의 책임을 중국·인도 등 개도국에 전가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해수면 아래로 잠기는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기후변화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수천만명의 사람들에겐 말 그대로 삶과 죽음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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