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림파괴 중단 이어 메탄감축, 두 가지 합의는 의미있는 성과

탄소중립·석탄발전 중단시점은 선진국-개도국 간극 여전히 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다. 인류와 기후변화의 싸움을 축구로 말한다면 5-1로 지는 게임이었다. 지난 이틀 동안 세계에서 모인 120명의 정상들과 함께하며 우린 한 골, 아마 두 골을 만회했다.”

 

2일 오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번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둘째 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 연단에 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조금 지친 듯한 표정이었다. 연단 배경에 영국 국기와 유엔기를 두고 회견에 임한 존슨 총리는 이번 총회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의 설명대로 총회 참가국들은 2030년까지 세계 각지의 삼림 파괴를 중단한다는 것과 메탄 배출을 30% 감축한다는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뤄냈다. 존슨 총리는 “앞으로 2주에 걸쳐 상세한 내용에 대한 협상이 남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종말의 날로 가는 시계는 여전히 재깍대고 있지만, 우리에겐 폭발물 처리반이 있다”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이 평가대로 이번 총회에서 참가국들은 삼림 파괴와 메탄 배출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합의를 이뤄냈다. 삼림 파괴와 관련해선 중국·러시아뿐 아니라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로 국제적 비난을 한 몸에 받아온 브라질의 동참 약속도 끌어냈다.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지구온난화 효과가 강한 메탄 배출과 관련해서도 105개국의 동의를 얻어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9월 유엔 총회 때 이 안을 공개했을 때 9개국이 서명했지만, 현재는 80개국을 넘어 100개국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이틀 동안 각국 정상들이 쏟아낸 말을 모아 보면, 최종적인 회의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총회의 성패를 가를 핵심 쟁점은 참가국들이 ‘탄소중립’의 달성 시점과 관련해 획기적인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 한국·미국·영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들은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과감히 상향 조정하며 탄소중립 목표를 2050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러시아는 2060년, 인도는 다시 10년 늦은 2070년을 목표로 내놓는 데 그쳤다.

 

둘째 쟁점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석탄 발전의 중단 시점이다. 존슨 총리는 이번 총회에서 “선진국은 2030년, 후진국은 2040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전체 전력 생산의 70~8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인도 등이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1일 연설에서 석탄 발전과 관련해선 ‘2050년’이라는 목표를 내놓는 데 머물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탄소 감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비용을 누가 감당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당사국총회(COP15)에서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의 탄소 감축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까지 연간 1천억달러(약 118조원)의 자금을 모으기로 했지만, 2019년 현재까지 쌓인 돈은 769억달러에 불과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 점을 문제 삼으며 “선진국들의 약속은 공허했다”고 공세를 높이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선진국들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1천억달러 자금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며 2025년까지 60억유로를 더 내놓겠다는 안을 밝혔다. 이번 총회를 전후해 미국(2024년까지 연간 114억달러·약 13조4700억원), 유럽연합(50억유로·약 8조2천억원), 영국(10억파운드·약 1조6천억원), 일본(5년간 최대 100억달러) 등도 비슷한 안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인류 앞에 놓인 진정한 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깊은 인식 차이를 메울 수 있는 ‘리더십의 부재’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에 출석하지 않은 중·러 정상을 비난하기 바빴다. 미국은 이번 총회를 활용해 기후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인프라 개발과 관련된 별도 회의를 개최하며 중국 견제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3일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겨냥해 “수십년에 걸쳐 개도국들을 지속 불가능한 부채의 함정에 빠뜨리고 석탄에 의존하는 인프라에 가둔다”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은 이 같은 비판에 자신들의 논리로 강하게 맞섰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서구 정치인들과 활동가들은 과거 자신들의 행동을 되돌아보지 않고, 기후변화의 책임을 중국·인도 등 개도국에 전가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해수면 아래로 잠기는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기후변화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수천만명의 사람들에겐 말 그대로 삶과 죽음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길윤형 기자

 

COP26 폐막...문 대통령 ‘국제메탄서약’ 사인 “개도국에 정책 · 기술 공유”

기후위기 대응 위한 2박3일,  영국 COP26 일정 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개발도상국들이 메탄 감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과 경험, 기술을 공유하고, 다양한 지원과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메탄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원인 물질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국제메탄서약 출범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출범식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베트남, 아르헨티나 정상 등이 함께했다. 국제메탄서약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문 대통령은 “올 한 해, 세계는 ‘탄소중립’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국제메탄서약’이라는 또 하나의 성과를 빚어냈다”고 의미를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또한 ‘국제메탄서약’ 가입국으로서 국내 메탄 감축을 위한 노력을 책임 있게 실천”할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이 메탄 감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과 경험, 기술을 공유하고, 다양한 지원과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메탄서약’ 출범이 녹색 지구를 만든 연대와 협력의 이정표로 미래세대에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국제메탄서약 출범식 참석을 끝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세계 100여개국 정상들이 모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2박3일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헝가리 국빈 방문을 위해 부다페스트로 향한다. 글래스고/이완 기자

  

문 대통령, 글래스고 ‘짬짬이’ 외교…“김치 좋아하면 한국 다 아는 것”

윌리엄 영국 왕세손과 기후환경 주제 대화

 

 문 대통령이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1일 영국 글래스고에 마련된 정상회의장 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탁현민 비서관 페이스북 갈무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위해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카타르·루마니아 정상 등과 만나 에너지, 기후위기, 코로나19 대응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청와대가 2일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은 1일 저녁 켈빈그로브 미술 박물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주최로 진행된 정상 리셉션에서 윌리엄 영국 왕세손 부부와 만나 기후환경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윌리엄 왕세손은 한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을 높이 평가했고, 문 대통령은 영국이 리더십을 발휘한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상 리셉션에는 당사국총회에 온 100여개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페이스북 갈무리

 

문 대통령은 또 정상회의 개회식에선 옆자리에 앉은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과 에너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카타르로부터 엘엔지(LNG·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면서 엘엔지 선박 등 조선 수주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고, 타밈 국왕은 “엘엔지가 미래 에너지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엘엔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답했다. 타밈 국왕은 또 문 대통령에게 “도하에 초청해 에너지 인프라 등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에겐 지난 9월 코로나19 백신과 의료기기 상호 공여를 통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도움이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까를로스 알바라도 께사다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한국을 존경하고 김치를 좋아한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김치를 좋아하면 한국을 다 아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1일 COP26 정상라운지에서 다른 나라 정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란 넥타이를 맨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있다. 정상라운지는 통역 등 수행원이 최소로 들어가며, 취재진도 들어가지 않는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페이스북 갈무리

 

한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전 10시에 나오셔서 밤 10시까지 꼬박 12시간을…”이라고 쓰며 문 대통령이 당사국총회가 열린 글래스고에서 ‘강행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탁현민 비서관은 “이제 일정의 절반이 지났을 뿐인데, 발에서 피가 났다”고 적었다. 글래스고/이완 기자

 

바이든 ‘트럼프 원죄’ 사과했지만…선진국-개도국, 기후위기 ‘동상이몽’

트럼프 파리협정 탈퇴도 사과하고

미·영, 기후대응 독려해도 ‘역부족’

3위 배출국 인도 “탄소중립 2070년”

온두라스 “제발 생산적 논쟁 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는 영국 왕실이 총출동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화상 메시지가 글래스고에 전해졌고, 여왕의 장남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글래스고를 직접 방문했다.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슨 존슨 총리는 이날 진행된 정상세션에서 “2030년까지 산림벌채를 중단할 수 있고, 나무를 더 심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다른 나라들의 탄소감축 노력을 독려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긴급함을 말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보이지 않는 숨막히는 이불 같은 것”이라며 “지금 대응해도 우리 아이들이 대응하기에는 늦을 수 있다. COP26에서 기후변화를 현실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석탄화력 발전을 끝낼 수 있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재원이 있고 중요한 것은 의지”라며 “COP26은 기후변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1.5도로 (지구온도 상승폭을) 제한하는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영국의 뒷배가 되는 역할을 했다. 그는 “국제사회 모두가 함께 해야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글래스고가 그 시작이 되어야 한다. (기후변화는) 국경 없는 위협”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을 언급하며) 태양광 패널, 청정에너지 생산 등이 중요하다. 깨끗한 에너지는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환은) 국가의 자기 이익과 경제적 회복, 노동자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를 사과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다른 정상들에게 “사과가 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고 말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으로 인해 미국이 기후목표에서 뒤처졌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기후변화 관련 기금의 3번째 기여국으로 최근 남아프리카의 석탄 의존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다른 선진국들의 책임을 요구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은 2025년부터 매년 600억달러를 기후재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며 “2030년까지 산림 유실과 황폐화를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1일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장에서 굳은 표정의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탄, 철광석 수출국으로 새로운 기후악당 취급을 받는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국제 기후금융에 ‘5억달러 추가 제공’이란 카드를 내놓았다. 그는 “우리 태평양 가족(국가)에 기후변화보다 더 큰 위협은 없다”고도 했지만 기존 엔디시를 조정하진 않았다.

 

세계 3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인도의 모디 총리는 탄소중립 목표 시점을 2070년으로 소개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지난해 38%에서 2030년 50% 수준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국내외 기후단체 등은 석탄화력 발전을 어떻게 줄여갈 수 있을지 신뢰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지만, 영국과 인도 정부가 '녹색 전력망 주도권(Green grids initiative)'을 맺기로 하는 등의 후속 작업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인도가 보여준 "야심찬 목표"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되레 개도국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온두라스의 후안 오를란도 대통령은 “우리가 입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봐라. 환경에 대한 보상은 어디 갔냐. 가뭄부터 식량안보까지 우리가 이렇게 피해를 보는데 어떻게 번영을 할 수 있겠냐”고 선진국 정상들을 향해 외쳤다. 그는 “G20 부자 국가들이 세계 온실가스의 80%를 배출한다. (우리는) 기후변화 오염에 기여하지 않지만 기후변화와 가장 가까이에 있다. 이런 이벤트가 더 이상 좋게만 보이는 것은 안 된다. 우리에게 다음은 없다. 우리는 미래뿐만 아니라 당장 20년 뒤인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제발 생산적인 논의를 하자”고 다그쳤다.

 

이집트는 “개발도상국의 필요와 실제 재원 사이의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고, 2050년 탄소중립을 언급한 스리랑카는 “투자 기술 이전 등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글래스고/최우리 김민제 기자

 

G20 정상들 "기온상승 1.5℃이내 억제 필요성 인정" 선언문 채택

파리기후변화협약 실천 의지 재확인…탄소중립 목표 합의는 불발

'새로운 진전 거의 없다' 혹평 속 "이제 출발점에 섰다" 평가도

 

 G20 정상들과 기념촬영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고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실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탄소 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설정하는 데 실패하는 등 구체적인 실천 과제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G20 정상들은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정상회의를 한 뒤 이러한 내용의 공동선언문(코뮤니케)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1.5℃ 이내일 때가 2.0℃ 이내일 때보다 기후변화 영향이 더 적다는 데 공감하고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나라의 의미 있고 효과적인 조처와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2015년 합의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2℃ 이내로 유지하기로 하고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고자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공동선언문의 문구 자체는 파리협약과 유사하나 1.5℃ 목표를 한층 더 선명하게 부각함으로써 6년 전보다 많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세부 이행 방안에서는 '통 큰' 합의를 보지 못했다.

 

G20 정상회의 국제경제 및 보건 세션 참석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념촬영이 끝난 뒤 '국제경제 및 보건' 세션에 참석해 있다.

 

우선 탄소 배출제로 혹은 탄소 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못 박지 못하고 "금세기 중반까지"라는 문구로 대체됐다.

 

의장국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구체적인 목표 시점을 넣자고 주장했으나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탄소 중립 달성 시점을 2060년으로 제시했고, 인도는 아예 이를 설정하지 않았다.

 

'탈석탄'과 관련해서는 올해 말까지 각국이 해외에서 추진 중인 신규 석탄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을 중단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관심을 끈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도 "가능한 한 빨리" 이행한다는 문구만 적시됐다. 선진국들은 2030년대 말까지 이를 달성하자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개도국들을 설득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역시 중기적 목표를 갖고 이를 추진한다는 다소 모호한 문구가 선언문에 담기는 데 그쳤다.

 

이밖에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고자 2025년까지 매년 1천억 달러(약 117조 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문구가 선언문에 포함됐다.

 

보건 부문에서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 인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률을 최소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내년 중반까지 7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이번 합의 사항을 두고 새로운 진전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는 혹평과 함께 이제 출발선에 섰다는 희망 섞인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그동안 가져온 희망들이 충족되지 못한 채로 로마를 떠난다"면서도 "최소한 그 희망들이 꺾이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올해 G20 의장국 정상으로 정상회의를 주재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이번 회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G20 정상들은 대부분 이날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로 무대를 옮겨 구체적인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G20 정상들 “내년 중반 전세계 백신 접종률 70% 달성”

 

확장재정 등 합의…정상회의 폐막

문 대통령 “팬데믹 불평등 대처 촉구”

바이든과 양자회담은 안 이뤄져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정상 및 각 분야 종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31일(현지시각) 전세계 최저한세율을 15%로 하는 디지털세 도입과 내년 중반 전세계 코로나19 백신접종률 70% 달성 등을 합의하고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만에 정상들이 얼굴을 맞대고 열린 이번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포용적 회복을 위해서 정책 공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참가국 정상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선진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 가능성, 글로벌 공급망 훼손,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세계 경제의 위험요소로 지적하고, 확장적 정책 기조 유지와 통화정책 관련 투명한 소통에 합의했다. 저소득 국가의 낮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타개하기 위해서 백신 접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긴급 프로젝트인 액트-에이(ACT-A)의 활동을 내년까지 연장하고, 2022년 중반까지 전세계 인구의 70%에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지속가능발전’ 세션에 참석해 “취약국·취약계층에 대한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인해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큰 장애가 발생한 것을 우려한다”면서 “팬데믹(감염병 대확산)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G20이 단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저소득국 지원을 위해 6억4000만 달러 규모에 해당되는 특별인출권(SDR·아이엠에프 가맹국이 규약에 정해진 일정조건에 따라 아이엠에프로부터 국제유동성을 인출할 수 있는 권리)을 추가 공여할 계획을 밝히고, 코백스(백신공동분배 프로젝트)에 2억 달러를 공여하겠다는 계획을 이행하며 글로벌 백신 생산허브로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의에선 아프리카 국가들의 낮은 백신 접종률은 논의가 되었지만 백신 접종률이 0%로 알려진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과 로마에서 만나 “70%는 전체 인구가 아닌 개별 국가별로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라면서도 “북한 관련 이야기는 회의 성격상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문 대통령은 ‘기후변화·환경’ 세션에선 “올해 한국이 노후 석탄발전소 8기를 폐쇄하고 연내 2기를 추가 폐쇄하는 등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급망 관련 글로벌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망 차질에 따른 물류대란 해소를 모색하고자 마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대면 참석을 하지 않은 가운데 열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따로 회의를 소집한 것에 관심이 모아졌다.

 

한편 주요20개국 정상회의 계기로 관심을 모았던 한-미 양자회담 개최는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의 공식환영식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러 가기 전 정상 라운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선 채로 만나 2∼3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교황님을 어제 뵈었는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축원해 주시고, 초청을 받으시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하셨다”고 말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반가운 소식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루고 계시다”고 화답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유럽연합·프랑스·독일·호주와 각각 양자 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방한을 요청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초반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한 장관급 회의를 개최할 예정으로 한국이 참석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위해 이날 밤 영국 글래스고로 향했다. 로마/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