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럽 등 33개국 입국제한 완화…접종자에 한해 입국 허용

공항마다 눈물 · 포옹…캐나다 · 멕시코 육로 국경에도 긴 줄

 

'안아보자, 내 아들' 뉴욕 공항의 모자 상봉= 8일 미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영국에서 온 엄마 앨리슨 헨리가 아들 리엄과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입국제한을 완화한 8일 루이스 이리바라는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자매지간인 질의 도착을 기다렸다.

 

730일 만의 재회였다. 그간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빗장을 걸면서 유럽을 비롯해 33개국에서 오는 이들이 미국 땅을 밟을 수 없었다.

 

루이스는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국경이 다시 열리기나 할지 알 수 없는 건 끔찍했다"면서 지난날 기다림의 고통을 토로했다.

 

이내 질이 남편과 함께 나타났다. 자매는 부둥켜안고 눈물로 그간의 그리움을 달랬다.

 

루이스는 "너무 감격스럽다. 복권에 당첨된 느낌"이라고 했다.

 

'보고 싶었어' 뉴욕 공항의 자매 상봉=8일 미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자매지간인 영국의 질(오른쪽)과 미국의 루이스가 재회의 포옹을 하고 있다.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는 28세인 나탈리아 비토리니가 3주 된 아들을 안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오는 부모를 기다렸다.

 

작년 3월 이후 첫 재회였다. 나탈리아는 "국경이 열려서 엄마가 손자를 보러 올 수 있기를 기다렸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AFP통신 등 외신이 전한 이날 미국 공항 풍경은 거의 비슷했다.

 

미국이 유럽 각국을 포함해 33개국에 걸어뒀던 입국 제한조치가 백신 접종자에 한해 이날부터 풀리면서 재회의 감격이 공항 곳곳을 메웠다.

 

미-캐나다 국경의 긴 줄= 8일 동이 트기 전부터 미국에 들어가려고 국경에 길게 줄을 선 차량 행렬.

 

육로 국경에도 입국 제한 해제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미국과 캐나다를 가르는 나이아가라 폭포 옆 레인보우 브리지의 캐나다 쪽 국경 검문소에는 이날 동이 트기 전부터 차량이 줄을 섰다.

 

캐나다에서 미 뉴욕주로 들어갈 수 있는 사우전드 아일랜드 브리지는 전날 밤 11시 30분부터 대기 행렬이 등장했다고 한다.

 

멕시코 쪽에서 육로로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행렬도 길었다. 필수적 목적의 이동만 가능했던 기존의 규제가 해제돼 가족·친지와의 만남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설렘은 유럽 각지의 공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공항에서 탑승 수속 중이던 한스 볼프는 미국 휴스턴에 있는 아들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2년 만의 재회였다. 그는 AFP통신에 "3월에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는 28번은 바꾼 것 같다. (표를 변경하느라) 돈도 많이 썼다"고 했다.

 

영국 런던의 히스로 공항에서는 뉴욕으로 가는 영국항공과 버진애틀랜틱 항공기가 동시에 나란히 이륙, 미국행 하늘길이 다시 열린 것을 자축했다.

 

히스로 공항엔 미국 국기인 성조기 문양의 복장과 장식을 한 이들이 나타나 승객들의 미국행을 축하해주기도 했다.

 

수요의 급증으로 항공사들은 미국행 항공편을 늘리고 대형 여객기를 동원하기로 했다.

 

미국에 대한 입국제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작년 2월 중국에 처음 부과됐으며 이후 유럽연합과 영국, 인도 등으로 확대, 1년 반 넘게 지속됐다.

 

이에 따라 유럽 대부분의 국가를 포함해 33개국에서 미국으로의 입국이 금지되다가 백신 접종자에 한해 이날부터 미국 입국이 가능해졌다.

 

백신접종 증명서류와 함께 음성 판정 서류를 내야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 한국은 그간 음성 증명서를 제시하면 미국 입국이 가능했는데 이날부터는 백신 접종 증명서도 내야 한다.

 

런던서 뉴욕으로 동시 이륙하는 두 항공기= 8일 버진 애틀랜틱 항공기와 영국 항공 항공기가 미 뉴욕을 향해 동시에 이륙하고 있다.

 

미국, 20개월만에 국경 재개방…'승인백신' 찾아 헤매는 외국인들

미, FDA · WHO 승인 안된 중-러 백신 접종자는 입국 불허

스푸트니크V 등 접종자, 모더나 · 화이자백신 재접종 나서

 

 미국 입국을 기다리는 멕시코인들의 차량행렬

 

미국이 8일을 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외국인들에게 국경을 전면적으로 열었다. 하지만 미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미국 입국이 허용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0개월 만에 비필수 목적의 외국인 방문객 입국 시 자가격리 조치를 없애면서 관광 등 목적의 항공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미 유나이티드항공은 승객 약 2만명을 태웠던 지난주보다 입국 승객 수요가 약 5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델타 항공 측은 미국 정부의 국경 개방 조치 발표 후 6주간 국제선 예약이 발표 6주 전보다 450%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 당국이 승인하지 않은 백신 접종자들은 입국을 하지못해 발을 구르공 ᅟᅵᆻ다. 이들은 최근 모더나·화이자 등 당국 승인이 떨어진 백신을 접종받을 방법을 앞다퉈 모색 중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미 식품의약국(FDA)에 인증을 받았거나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승인이 떨어진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이날부터 국경을 개방했다.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는 전 세계 70개국에서 상용화됐지만 아직 미 FDA와 WHO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중국 칸시노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백신 역시 마찬가지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멕시코에서는 칸시노 백신 1천200만 회분, 스푸트니크V 2천만 회분 접종이 이뤄졌다.

 

미국 국경 개방을 앞두고 티후아나 등 멕시코 국경지대에는 이민을 원하는 수백 명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는데, 해당 백신 접종자라면 입국이 불가능하다.

 

     스푸트니크 V를 접종 받는 러시아 시민 [AP 연합뉴스]

 

인구 1천만의 헝가리에서도 약 100만 명이 스푸트니크V를 접종했다.

 

헝가리여행사연협회 회장인 주디트 몰나르는 "많은 헝가리인이 미국이나 스푸트니크 V 접종자 입국을 막는 다른 유럽연합(EU)국가로 여행할 수 없게 돼 업계가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몇달 전부터 여행자들은 언제 미국 여행을 갈 수 있는지 묻고 있다"면서 "이들은 상황이 바뀌어서 미국 정부가 스푸트니크V 접종자도 입국을 받아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주민이자 스푸트니크V 접종자인 애코스 시포스는 "불확실한 미래에 서방 백신을 접종하는 것보다 당장 스푸트니크 V를 맞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면서 "당시에는 스푸트니크V를 맞으면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될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위해 최근 모더나 백신을 맞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미국 국경지대에 몰린 사람들=지난 7일 미국 국경 개방을 앞두고 멕시코-미국 국경지대인 티후아나에 이민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

 

이런 사정은 스푸트니크V 접종이 일반화된 러시아에서도 다르지 않다.

 

백신 때문에 미국 입국이 허용되지 않은 러시아인들 사이에서는 스푸트니크V 접종을 승인한 세르비아로 여행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자국 백신을 승인하지 않는 미국을 비판했다.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레오니드 슬루츠키는 "미국의 이런 결정에는 명확한 이유가 하나도 없다"면서 "스푸트니크V의 효과성과 안전성은 전문가가 인증했을 뿐 아니라 실제 사례로도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