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치솟는 유럽, ‘봉쇄카드’ 다시 꺼내든다

● WORLD 2021. 11. 14. 03:1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네덜란드 3주 록다운…오스트리아 미접종자 격리

EU, 27개 회원국 중 10국에 ‘상황 매우 우려’ 경고

 

최악의 코로나19 확산세에 처한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바이러스 검사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한때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를 선도하던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치솟고 있다. 일부 국가는 다시 고강도 ‘봉쇄 조치’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네덜란드는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재봉쇄’에 돌입했고, 오스트리아도 백신 미접종자의 '외출 금지령'을 시행할 예정이다.

 

12일 세계보건기구 유럽사무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일간 유럽의 확진자 수는 211만7천3명에 이른다. 이 기간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 수도 2만8166명에 달했다. 전 세계 사망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규모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이날 발표한 ‘주간 질병 위험 평가서’에서 27개 EU 회원국 중 10개국을 상황이 ‘매우 우려되는 국가’로 분류했다. 그리스,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체코, 크로아티아, 폴란드, 헝가리 등 10개국이 그 대상이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는 이틀 연속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만6천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최대치다. 인구 1744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최소 3주 간의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9월25일 방역조치를 해제한 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식당, 주점, 카페, 슈퍼마켓은 오후 8시에 문을 닫아야 하고 비필수 업종 상점은 오후 6시까지만 영업이 허용된다. 일반 가정에서도 손님의 방문을 4명까지만 허용한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재택근무를 하라고 정부는 권고했다.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노르웨이와의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지역예선 홈 경기도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최소한 바이러스가 전국 모든 곳에 퍼져 있다. 몇 주 동안 강한 일격이 필요하다”고 조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조치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헤이그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는 물대포까지 동원해 이들을 진압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고강도 봉쇄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알렉산데르 샬렌베르그 오스트리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오는 14일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전국적인 봉쇄 조치에 ‘그린라이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샬렌베르그 총리는 그러면서 “다른 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높다”며 “백신이 충분한데도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의 백신 접종률은 65% 정도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미 주정부 차원에서 미접종자에 대한 봉쇄 조치가 도입된 곳이 많다. 조치가 이뤄진 곳에서는 생필품 쇼핑이나 운동, 병원 진료 등을 제외하면, 백신 미접종자는 집 밖을 아예 나설 수 없다. 샬란베르그 총리는 조치 위반자에대한 단속이 “임의의 장소에서”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국가는 ‘봉쇄’ 등 강경한 정책은 도입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노르웨이의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감염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과거처럼 강제 격리 등과 같은 엄격한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는 백신 패스를 도입하고, 백신 부스터샷을 접종을 서두를 방침이다.

 

아일랜드는 지난 12일 확진자 수가 5483명으로 지난 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직전 1주일간 평균 확진자 수는 3700여명에 불과했는데 갑자기 감염자 수가 폭증했다. 정부는 되도록 재택근무를 해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독일도 최근 확진자 수 급증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12일 코로나19 확잔지 수는 4만5356명에 달했다. 1주 전(3만3천명)이나 1달 전(7900명)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독일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 연구소(RKI)의 로타 빌러 소장은 “감염 급증세가 조만간 수그러들 거라는 조짐이 전혀 없다”며 “병원들은 이미 환자들로 압도당한 상태고, 백신 접종 촉진 정책도 적어도 몇 주 내에는 별다른 효과를 주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확진자 유독 늘어나는 유럽…“5차 대유행 접어들었다”

독일 확진자·러시아 사망자 ‘일일 최고치’

베를린자선병원 “진정한 위기 국면 맞아”

 

세계 대부분의 지역과 달리 유독 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5차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기에 접어들었다는 경고가 나왔다.

 

프랑스의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각)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연속 1만명을 넘었다며 “몇몇 이웃 국가들이 5차 대유행기를 맞고 있으며, 프랑스도 5차 대유행기에 접어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이날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1883명을 기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는 지난 9월 초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다시 사상 최고치인 3만9676명을 기록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기존 최고치는 지난 5일의 3만7120명이었다.

 

베를린자선병원의 바이러스 책임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전국 병원의 집중 치료실 상황을 볼 때 진정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며 “당장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당장 긴급한 행동이 시급하다며 “독일의 백신 접종률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만큼 충분히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9일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66.6%다. 포르투갈(87.4%) 스페인(80%) 덴마크(76%) 등에 못 미친다.

 

메르켈 총리는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정책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는 임시 관리 내각을 이끌고 있지만, 연방 정부와 16개 주지사가 참여하는 대책 회의를 추진했다.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임시 관리 내각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지 따지지 않는다”며 “온나라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원들이 포화 상태에 이를 위기라고 <에이피>가 전했다. 타티야나 골리코바 부총리는 전국에 코로나19 환자용으로 배정한 30만1500개 집중 치료 병상 중 비어 있는 병상이 17.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골리코바 부총리는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의 코로나19 사망자는 1239명으로 집계돼,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신규 확진자는 3만8058명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7일 보고된 확진자가 다른 모든 대륙에서 그 전주보다 줄었지만 유럽 대륙은 7% 늘었다고 이날 밝혔다. 보건기구는 지난주 유럽의 확진자 규모가 전세계 확진자의 63%를 차지했다며 유럽 국가 중 40%는 일주일 사이 확진자 증가율이 10%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각국은 백신 접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는 그동안 65살 이상 고령층에게만 실시하던 백신 추가접종을 12월부터 50살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영국도 청소년 접종과 50살 이상자에 대한 추가접종에 집중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서유럽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스위스도 최근 ‘전국 백신 주간’을 설정하고 백신 접종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비교적 높은 편인 이탈리아는 젊은층의 백신 접종에 집중하고 있다. 신기섭 기자

 

독일 하루 5만명 감염…메르켈 총리 “백신 접종은 사회적 의무”

코로나 급속 확산에 누적 감염자 500만 육박

“사회 보호 위한 특별한 의무” 이행 촉구

“몇개월 안에 10만명 추가 사망” 경고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11일 의회에서 9월 총선에서 승리한 사회민주당 총리 후보 올라프 숄츠와 얘기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 하루 확진자가 5만명 넘게 발생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백신 접종은 사회적 의무라고 호소했다.

 

메르켈 총리는 11일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정상회의 초청 화상 인터뷰에서 “우리는 백신을 접종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큰 행운이고 과학과 기술의 성취”라면서 “동시에 우리는 사회를 보호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특별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권리일 뿐 아니라 의무라며 접종을 독려한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서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4차 대유행으로 감염자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 의료 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독일 정부는 하루 확진자가 5만196명으로 처음으로 5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11일 밝혔다. 전날에도 역대 최다 기록(3만9676)이 집계됐는데 하루 만에 증가 폭이 1만명 이상 늘었다. 독일의 누적 감염자는 489만명, 사망자는 9만7198명에 이른다.

 

접종 완료율이 67.3%에 달하는 독일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미접종자들이 노인층와 건강 취약층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의 저명 바이러스학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접종률을 빨리 끌어올리지 않으면 앞으로 몇개월 안에 또다른 1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16개 주정부 총리들에게 긴급 회의도 제안했다. 이 회의에서는 접종 확대 방인이 논의될 예정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바이러스는 정치적 과도기를 고려하지 않는다”며 신속하고 단합된 노력을 호소했다. 독일 정부는 애초 무료였다가 지난달 11일부터 유료로 전환한 신속 검사를 다음주부터는 주당 1회 무료로 실시하기로 했다.

 

16년간 집권한 메르켈 총리는 애초 9월 총선과 함께 물러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속한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연합이 사회민주당에 패한 결과가 나온 가운데 연립정부 구성이 시간을 끌면서 총리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