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정권심판이라는 구호는 부당하고 불편”

● COREA 2021. 11. 18. 09:0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임기 말 ‘매듭’으로 종전선언과 대사면 거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매듭’으로 종전선언과 함께 대사면을 거론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또 “새로 들어 설 정부는 반사체로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새로운 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17일 페이스북에 “대선의 시계가 째깍거리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간다”며 “매듭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고 “피난민의 아들이 쓰는 종전선언, 불행한 역사를 마감하자는 대사면”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 적폐청산의 결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할지 관심거리다.

 

임 전 실장은 “상상도 못했던 탄핵사태를 뒤로 하고 문재인 정부는 출발”해 “격화된 국내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고 “악화된 외교 환경을 개선하고 외교적 지평을 새로 확장하는 일에 역점을 두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 동안 대한민국이 이룬 성과는 눈이 부시다”며 “대한민국을 이끌고 온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 지표가 좋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부동산은 아프고 또 아프다”며 “글로벌 환경이 그렇다고 하는 건 지식인의 변명이다. 정치의 책임은 그 만큼 무겁다. 내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데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반성했다.

 

하지만 “정권심판이라는 구호는 부당하고 불편하다. 정권교체도 정권재창출도 적철치 않은 표어”라며 문재인 정부를 옹호했다. 새 정부는 반사체로서가 아닌 담대한 비전을 내세워 국민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 그는 “마지막까지 애쓰는 대통령에게 수고한다 고맙다 해 줄 수는 없는 것인가. 거친 것들이 난무하는 강호에도 서로를 존중하는 의리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완 기자

 

다음은 전문.

 

대선의 시계가 째각거리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간다.

많은 일이 그렇듯 설렘으로 시작해 아쉬움이 남는다.

 

5월 9일 선거, 5월 10일 업무 시작

상상도 못했던 탄핵사태를 뒤로하고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출발했다.

인수위 기간이 없는 상황을 수도 없이 가정하며 대비했지만 탄핵받은 정부의 국무위원과 두 달이 넘게 동거하며 초기 국정의 틀을 잡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대통령의 경험과 원칙이 모든 부족분을 메웠다.

 

격화된 국내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정체성을 '애국과 보훈'으로 설정하고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합을 강조하며 국가 기념일을 의미있게 챙겨나갔고 국가유공자들에게 예우를 다하려 공을 들였다.

악화된 외교 환경을 개선하고 외교적 지평을 새로 확장하는 일에 역점을 두었다.

거의 매일 최고위 단위에서 미국과 소통하는 동시에 한한령을 해제하기 위해 중국과도 긴밀한 협의를 해나갔다.

 

잘못된 위안부 합의를 바로잡고 일본과의 관계를 실용적으로 개선하는 이른바 투트랙 한일관계는 상대와 손발이 맞지가 않았다.

주도적으로 신남방, 신중동, 신중앙아시아 외교를 펼쳐 나갔다.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한 유일한 대통령이 되었고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UAE, 우즈벡 등의 지도자들과 형제같은 우정을 쌓았다.

 

하노이에서 멈취선 남북평화열차는 못내 아쉽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북미관계의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성과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그 차별성이 있다.

한미관계에 몇 배의 공을 들인 이유이다.

냉엄한 국제현실에서 미국의 인내와 동의없이는 한반도에서 시대사적 전환을 이루는 일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에 바탕한 노력이었다.

 

기후위기 행동플랜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밀어부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책임있고 존경받는 나라가 되었다.

얼마간의 산업적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엄습해오면서 문재인 정부는 위기관리 정부의 성격이 뚜렷해졌다.

코로나 위기 동안 대한민국이 이룬 성과는 눈이 부시다. 온전히 국민의 눈물과 땀으로 이룬 성과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노력 또한 남달랐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 지표가 좋다. 반도체,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전통 산업은 또다른 전성기를 맞고 있고, 부품 소재 분야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으며,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미국, 중국에 이어 으뜸 성장을 하고 있다.

 

부동산은 아프고 또 아프다.

글로벌 환경이 그렇다고 하는 건 지식인의 변명이다. 정치의 책임은 그 만큼 무겁다.

내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데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정부가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 다음 정부가 이 소중한 꿈을 되살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문재인의 단어는 숙명이다.

그의 능력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애써 권력을 쥐려는 사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보내고 운명이 그렇게 된 것이다.

 

문재인은 그래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죽어라 일을 한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몸을 혹사한다.

옆에서 보기 안쓰럽고 죄송할 따름이다.

 

매듭을 생각하게 된다.

피난민의 아들이 쓰는 종전선언, 불행한 역사를 마감하자는 대사면...

무엇이 가슴 속에 남았든 얼마 남지 않은 동안에도 대통령은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문재인에게 위로는 자연과 동물이다.

임기를 마치면 노대통령이 꿈꿨던 서민의 삶을 당신은 꼭 살아가시길 바란다.

'숲 해설사'가 되시면 그것도 좋겠다.

 

정권교체도 정권재창출도 적철치 않은 표어이다.

정권심판이라는 구호는 부당하고 불편하다.

새로 들어 설 정부는 반사체로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새로운 신임을 받아야 한다.

 

마지막까지 애쓰는 대통령에게 수고한다 고맙다 해 줄 수는 없는 것인가.

거친 것들이 난무하는 강호에도 서로를 존중하는 의리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