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첫 100일 '연착륙?', 남은 100일은 '지뢰밭'

● COREA 2021. 11. 27. 07:2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윤석열, 이번엔 탈원전 덮어놓고 비판하다 또 헛발질

월성1호기 계속운전 위해 쓴 비용 보전 계획에

윤 “결과적으로 경제성 인정한 꼴”  정부 비판

폐쇄 따른 수익손실 포함 안돼 ‘경제성’은 비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을 비판하다 파리협정을 부정하는 듯한 주장을 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이번에는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비용과 수익, 경제성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은 듯한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윤 후보는 26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탈원전, 무지가 부른 재앙! 뒷감당은 국민이 해야 합니까?’라는 글에서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우에는,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조기폐쇄, 영구정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놓고 그 손실에 대해서는 기금으로 보전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결과적으로 경제성을 인정한 꼴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적었다. 윤 후보의 글은 정부가 전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확정한 ‘에너지전환(원전 감축) 비용보전 이행계획’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비용보전 이행계획은 에너지전환(탈원전)을 위해 원전을 감축한 사업자가 적법·정당하게 지출한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보전 대상, 기준, 절차 등을 담고 있다. 이행계획은 사업 추진 중 중단된 신규원전들에 대해서는 부지 매입비와 공사비 등을 보전 범위로 잡았다. 또 월성1호기에 대해서는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투자 비용과 물품구매 비용 등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정부가 한수원에 이미 지출된 이런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은 윤 후보가 주장하는 경제성과는 관련이 없다. 만약 윤 후보 주장대로 정부가 탈원전 비용보전 이행계획을 마련한 것이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인정한 꼴이 되려면, 월성1호기를 폐쇄하지 않고 계속 돌렸을 경우의 수익을 인정해 보전해주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고, ‘비용 보전’의 취지에 따라 애초 포함될 수가 없었다.

 

내년말까지 탈원전을 완료할 예정인 독일에서는 원전을 조기 폐쇄하는 사업자들에게 원전을 폐쇄하지 않고 계속 돌릴 경우 기대되는 수익까지 보전해주지만, 한국 상황과는 다르다. 지난 3월 독일 정부는 4개 원전 운영업체들과 오랜 법정 다툼 끝에 탈원전 정책에 따른 손실 보상금으로 약 24억유로(약 3조3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손실 보상금은 원전의 조기 폐쇄로 생산하지 못하게 된 잔여 전력량에 대한 손실 보상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월성1호기를 포함해 7개 원전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이번 이행계획에 이런 손실 보상은 들어 있지 않다. 또한 2023년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폐쇄되는 나머지 가동 원전들도 수명 연장을 위한 설비 투자 없이 설계수명 만료로 정지되는 것이어서 독일과 같은 형태의 보상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보전해주기로 한 것이 지출된 ‘비용’에 한정된다는 사실은 ‘에너지전환 비용보전 이행계획’이라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가 월성1호기 비용 보전을 결정한 것이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인정한 꼴이라는 윤 후보의 주장이 비용과 수익을 구분하지 않은 실수일 수도 있지만 반 문재인 결집을 위한 의도적 왜곡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이유다. 김정수 기자

  

민주당이 ‘윤석열 무지’ 자꾸 꺼내는 까닭은?

 

이달 초 이미지 조사 바탕 상대 공격 전략

이 후보 ‘추진력’ 강점 ‘대장동’ 약점…윤 후보 ‘강직함’ 강점 ‘무지함’ 약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의 ‘추진력’, 윤 후보의 ‘강직함’이 긍정적인 특징으로 꼽혔다. 부정어로는 이 후보의 경우 ‘대장동’, 윤 후보는 ‘무지’로 조사됐다. 민주당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후보의 강점을 부각하고 윤 후보의 약점을 공략하는 메시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이달 초 인터넷 설문 방식으로 이재명·윤석열 후보 이미지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는 3000여명이었고 두 후보를 제시했을 때 각각 어떤 낱말이 떠오르는지를 물었다. 두 후보 모두 긍정보다는 부정적 낱말을 떠올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이 후보에 대한 긍정 이미지는 ‘추진력’, ‘개혁’, ‘사이다’, ‘혁신’, ‘한다면 한다’ 등이었다. 반면 이 후보를 따라다니는 부정적 단어는 ‘화천대유’, ‘대장동’이었다. ‘조폭’, ‘형수 욕설’, ‘거짓말쟁이’, ‘포퓰리즘’ 등도 그 뒤를 이었다. 행정가로서의 추진력을 높이 산 반면, 대장동 개발 의혹과 각종 추문이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런 문제들은 일부 언론의 허위과장 보도 등에 기인한 사실과 전혀 다른 부분이 대부분이라고 보고 앞으로 국민들이 진상을 알게되면 거의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윤 후보의 긍정적인 이미지로는 ‘정의’, ‘강직함’, ‘검찰총장’, ‘공정’ 등이 꼽혔다. 부정적 낱말로는 ‘무지’, ‘개 사과’, ‘도리도리’ 등이 꼽혔다. 검찰총장 시절 반정부적 선택적인 검찰권행사로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모양새를 보이며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됐지만, 대선 출마 뒤 쏟아낸 각종 설화가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윤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를 파고들고 있다. 윤 후보가 지난 22일 ‘대선후보 국가정책발표회’ 연단에 올라 80초간 침묵하는 장면이 생방송된 뒤 그의 무능함을 강조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 후보는 프롬프터가 오작동하자 2분 가까이 ‘얼음’이 된 적이 있다”며 “매 순간 드러나는 윤석열 후보의 준비 부족, 자질 부족에 국민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지난 17일 ‘9·19 군사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는 윤 후보의 발언에 “개인의 무지는 개인 문제로 그치지만 정치인의 국정 무지는 국가적 재앙의 근원”이라고 했고 이날도 탄소감축 목표 하향을 주장하는 윤 후보를 향해 “지구환경과 인류의 미래문제 이전에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나라 경제를 망치는 무지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 후보는 정기국회에서 ‘이재명표 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등 본인의 추진력을 강조하고 있다. 또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계획을 철회하면서 ‘포퓰리스트’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희석될 거라는 기대도 있다. 서영지 기자

 

윤석열의 첫 100일 '연착륙?', 남은 100일은 '지뢰밭'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서울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게 지난 3월4일이다. 그로부터 100여일 뒤, 그는 잠행을 깨고 정치 행보에 돌입해, 6월 말 정치 참여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이 ‘윤석열 바람’을 일으켜 그를 윤봉길의사기념관 단상 위에 세웠다. 첫 일성은 공정과 법치 회복이었다. 그는 선언문의 많은 부분에서 정부가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고 규정하며 ‘반문(재인)’ 색채를 강화했고, 강경 보수 지지층은 “정권이 그의 출마를 비난하지만 사실은 등을 떠민 것”이라며 그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보수 진영에선 3개월에 걸친 잠행 기간에 그가 보수 지지층 입맛에 맞는 언어를 습득했고, 공감할 만한 화두를 던졌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정치 참여 선언 뒤 정치인 윤석열을 향한 기대감은 폭발적이었다. 보수 지지층을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첫 100일은 절반의 성공쯤으로 인정할 법하다.

 

신입당원으로서의 100일은 좀 더 박한 평가가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 7월30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기습 입당했고, 100일 만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다. 결과적으론 목표를 달성한 성공적인 100일이었지만, 경선 과정 내내 그의 행동과 발언은 논란을 키웠다.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맘껏 쉴 수 있어야 한다”, “부정식품이라는 것은 없는 사람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으로 입길에 올랐다. 손바닥에 한자로 ‘왕’(王)자를 쓰거나, 무속 논란에 휩싸이며 경선 과정 내내 잠잠할 날이 없었지만, 정점은 ‘전두환 옹호 발언’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는 주장에 이어, 반려견 에스엔에스(SNS)에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까지 올라오자 당내에서조차 “상식을 초월한다”는 날이 선 반응이 나왔다. 신입당원 윤석열의 모습은 상식을 지닌 일반 유권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질이 있는지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수많은 설화 속에서도 결국 최종 후보로 선택됐으나 이 기간 드러낸 약점은 남은 대선 과정에서도 뼈아프게 따라다닐 듯하다.

 

오는 29일은 20대 대통령 선거일 딱 100일 전이다. 윤 후보에게도 100일이 남아 있다. 이번 100일이 지나면 윤 후보는 생애 첫 선거 결과를 받아들게 된다. 각 당 주자 선거대책위원회는 남은 3개월간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벼르며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그러나 지난 5일 경선을 통과한 윤 후보가 이날까지 내놓은 장면은 사실상 ‘밥그릇 싸움’과 다름없었다. 뉴스에는 연일 선대위 구성안을 놓고 자리싸움, 주도권 쟁탈전 등 볼썽사나운 모습만 비쳤다.

 

아쉬운 것은 윤 후보가 경선 통과 뒤 20여일간 단 한차례도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국가를 대하는 비전이나 철학을 놓고 벌이는 논의는 자취를 감췄고, 정책 방향도 모호하다. 중도·무당층을 아우를 새 얼굴, 엠제트(MZ) 세대의 목소리를 전달해줄 젊은 인재 또한 보이지 않는다. 민심의 향방은 안갯속이다. 앞서 나가던 윤 후보 지지율은 후보 결정 뒤 컨벤션 효과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0일 뒤 윤 후보는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