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 파리떼들이 문제…실패한 대통령 만드는 데 일조 않겠다”

 

이준석 대표가 2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윤석열 대선 후보를 향해 “당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또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쪽 핵심 관계자)이 자신을 음해했다며 이에 대한 인사 조처를 윤 후보에게 요구했다. 윤 후보에게 측근 정리를 요구하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했던 말의 울림이 지금의 윤 후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대통령 후보 또는 대통령이 당을 수직적 질서로 관리하는 모습이 관례였다면, 그것을 깨는 것부터가 신선함의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잠행에 대해 “리프레시(재충전)한다”고 말했던 윤석열 후보을 직접 겨냥해 “저는 발언을 한 것 자체가 후보의 신인으로서 이미지에 상당히 흠이 가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핵관’에 관한 불쾌감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윤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먹으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가 있다며 “윤 후보도 누구인지 알 것”이라며 인사 조처를 요구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당대표를 깎아내려서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면 저에 대한 굉장한 모욕이고,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후보 주변에 있다는 것은 선거의 필패를 의미한다”며 “저는 그런 실패한 대통령 후보, 실패한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윤핵관은) 아시겠지만 여러 명”이라며 “익명으로 장난치고 후보 권위를 빌려 호가호위하는 것”, “전반적으로 그 파리떼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_^p’의 의미에 대해서 엄지를 내린 것이 아닌 ‘윤핵관에 대한 백기’를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많은 분들이 그 이후에 제가 올렸던 웃는 표정과 함께 피(P)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하시는데 백기를 든 것”이라며 “윤핵관들과 당대표가 익명으로 다투면서까지 제 의견을 개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백기로 표현한 것이다. 윤핵관, 파리떼 당신들이 이겼다고 선언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이날 ‘잠적’ 이후 처음으로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무 거부라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이후에 저는 당무를 한 적이 없다. 후보 의중에 따라 사무총장 등이 교체된 후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가 자신을 선대위에서 배제했다는 점을 공개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원톱은 김병준 위원장이고,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제가 홍보에 국한된 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대선과 각종 당무에서 당대표인 자신을 따돌리고 있으니 자신은 주어진 구실에만 충실하겠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특히 당원들을 향해 “당에 진지한 걱정이 있는 분들은 사람을 위해 충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윤 후보를 직격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과거 윤석열 후보의 말을 빌려 윤 후보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행보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아울러 “예우를 갖추는 모양을 보이되 실질적인 이야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상황이 악화했다”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 무산 과정에서 보인 윤 후보의 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이나 홍보미디어 본부장 직책은 내려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제이티비시 인터뷰에서 “저는 당대표로서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정당 지원금이 허투루 들어가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 당 대표로서의 강한 책임감이다.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거는 제가 꼭 관리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 쪽은 이 대표가 당무 소외에 대한 불쾌감이 ‘오해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윤 후보 쪽 관계자는 “결국 화가 난 핵심 이유는 ‘윤핵관’의 존재인데, 윤핵관 자체가 수차례 확인됐듯 허구의 인물”이라며 “일정 문제는 대표와 후보를 연결하는 후보 비서실장 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생긴 오해다. 오해는 곧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요구한 인사 조처에 대해서는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중간에서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해당 인사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나 후보 쪽 인사가 지방으로 내려가 이 대표를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표님이 서울로 올라오시면 후보가 바로 보시자 할 것이다. 선대위 발대식도 있는데 언제까지 지방에서 당무를 보시겠나”라고 했다.

 

‘권한 축소’에 대한 이 대표의 불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윤 후보 쪽 한 중진의원은 “이 대표는 지금까지 어떤 역대 대표보다도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후보 중심으로 다 갔는데 이번에는 자기 대표 권한이 축소된 것이 없지 않나? 의아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본인도 이날 “어느 정도 본인도 좀 리프레시를 했으면 (한다). 저도 막 무리하게 압박하듯이 할 생각은 없다”며 적극적인 접촉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윤 후보는 이날 스타트업 정책간담회 뒤 기자들을 만나 “(당내 경선 뒤) 본인(경선 주자)들이 마음의 정리를 할 때까지 많이 기다리고 여러 방식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했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서로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함께 가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 모든 문제를 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