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출범식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정과 상식’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내보이지 못했고 실언도 거듭하며 후보 확정 뒤 한달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 나온다. 국민의힘은 6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공약 경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가 지난 한달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8건의 메시지를 보면, 주로 ‘문재인 정부 정책의 실패’를 비판하고 ‘대통령이 되면 그렇게 안 하겠다’는 패턴을 반복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정부의 전세대책과 임대차3법이 실패했다며 “국민을 무모한 정책 실험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고만 했다. 같은 날 이번 정부 들어 일자리 증가분의 대부분이 시간제 아르바이트와 공공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면서 “전문가와 협의해 가장 적합한 에너지 믹스를 찾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하겠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구체성이 떨어지는 메시지다. 지난달 14일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인상된 종합부동산세를 비판하며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 종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사실상 폐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폐지가 아니라 재검토’라고 물러서기도 했다.

 

후보 확정 직후인 지난달 7일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제안한 ‘소상공인 50조원 지원’ 계획 정도가 인상적이었던 공약으로 꼽힌다. 보수정당 후보가 과감한 재정정책을 선보이며 이슈를 선점했다는 당 내부의 평가가 나오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5일 <한겨레>에 “‘윤석열’하면 떠오른 정책을 하나만 대보라. 윤 후보 본인도 선뜻 떠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기대는 ‘반사체’가 아닌 스스로 ‘발광체’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섬광처럼 눈길을 잡는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실언 리스크’도 여전했다. 지난달 30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기업을 방문해 ‘최저시급제’(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일부 중소기업인의 고충을 거론하며 “비현실적 제도는 다 철폐해 나가겠다”고 했다. “1주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올해 7월 인터뷰)는 발언을 다시 확인시킨 것이다. 지난 1일엔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는 법”이라고 규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튿날엔 롤러차량에 노동자 3명이 ‘끼임사’한 공사현장에 방문해 “운전자가 시동을 끄고 내리기만 했어도, 간단한 실수 하나가 정말 엄청난, 비참한 사고를 초래했다”며 사망한 노동자들에게 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로 논란을 더 키우기도 했다.

 

윤 후보의 ‘정책 실종’ 행보는 후보 본인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데다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내부 갈등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의 그동안 발언을 놓고 보면 ‘공정’과 ‘상식’, ‘자유민주주의’와 ‘자율’ 등을 강조한다. 다 좋은 말”이라며 “그런데 이는 정치철학자가 할 말이자 정치인이 할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선대위 정책본부 구성이 늦어지고, 실무 단위가 공백인 채 공보나 수행 등 최소 기능으로 선대위가 돌아가는 상황이 한 달간 계속됐다”며 “실무자가 부재하다 보니 윤석열 후보가 경선 기간 내놓은 큰 방향의 공약들을 당이 축적해온 공약과 믹스해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할 시기를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왜곡된 노동관을 담은 발언 등으로 보수색채를 뚜렷이 드러내는 건 김종인 위원장의 부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중도개혁을 강조하는 김 위원장의 합류로 윤 후보의 정책 메시지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병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선대위 출범식 직후 준비된 공약들을 속속 발표할 계획”이라며 “원희룡 전 도지사가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으로 합류하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모이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제시한 여러 공약들을 아우르고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독재 찬양 · 여성 비하’ 함익병, 국힘 공동선대위원장 내정했다 철회

“가치관 건전한 분” 설명

 

함익병씨.

 

국민의힘이 과거 여성 비하와 독재 찬양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피부과전문의 함익병씨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정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임명을 철회했다. 젠더 갈등을 이용한 갈라치기로 20·30 여성 유권자의 외면을 받은 국민의힘이 이번엔 ‘여성 비하’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인사에게 선대위 중책을 맡긴다는 비판이 나오자 한나절 만에 이를 취소한 것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노재승 커피편집숍 블랙 워터포트 대표와 함께 함씨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함씨를 두고 “비정치인이시고,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분”이라며 “방송에서 여러 가지 가치관이 건전한 분으로 국민의, 서민들의 이야기를 대변하셨던 분이라 그런 취지에서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함씨는 ‘독재 찬양,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백년손님-자기야>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퇴출된 전력이 있다. 그는 2014년 3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무(군대)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한다면 도둑놈 심보다. 단 자식을 2명 낳은 여자는 예외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독재가 왜 잘못된 것인가. 박정희의 독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독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하나의 도그마”라고도 했다. 4년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때 안희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대선 선대위에 자동 추천됐다가 이 발언으로 30분 만에 철회되기도 했다. ‘젠더 갈라치기’와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옹호’ 망언으로 홍역을 치른 국민의힘이 ‘독재 찬양,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을 ”가치관이 건전한 분”이라며 선대위 얼굴로 내세운 것이다.

 

민주당은 ‘함씨의 독재 찬양이 윤 후보의 통치관과 똑같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독재자 전두환씨가 ‘정치 잘 했다’고 말한 윤석열 후보의 정치관에 꼭 어울리는 독재 찬양가를 (국민의힘이) 영입했다”며 “윤 후보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해 독재 찬양가를 영입한 것인지 분명하게 답하라”고 요구했다. 신현영 선대위 대변인도 “윤석열 후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 군사독재 시대도 부족해 봉건시대로의 회귀여서는 곤란하다”며 “윤 후보는 함씨 영입을 즉각 철회하고, 20·30여성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논란이 커지자 일단 ’공동선대위원장 의결을 보류한다’고 했다가 이날 밤 9시30분 철회를 발표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날 밤 9시30분께 “언론에 제기된 문제를 선대위가 검토하여 본인과 상의한 후 내정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홍준표 "이재명 후보를 출생 비천함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

"출생 귀천으로 사람 가린다면 조선시대 이야기"

"살인범 변호 비난도 안돼…품행·행적·태도 따져야"

 

홍준표 의원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자신의 가족사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비천한 집안'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이 후보를 출생의 비천함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SNS에서 "출생의 귀천으로 사람이 가려지는 세상이라면 그건 조선시대 이야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탄핵 대선 이후 다시 당 대표가 됐을 때 어느 언론사 간부가 '평시라면 당신이 대통령 후보를 할 수 있었겠나? 어차피 안 될 선거니, 당신에게 기회가 간 것 아니겠나' 하는 말을 듣고 나는 분노와 동시에 한국 사회의 거대한 부패 카르텔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이 후보가 조카의 살인사건을 변호한 것을 두고도 "변호사는 고용된 총잡이에 불과한데 살인범을 변호했다고 비난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품행, 행적, 태도 등이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올바른 비판"이라며 "대통령 선거가 정책은 실종되고 감성과 쇼만으로 가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불행"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4일 "제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비루한 감성팔이"라며 "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해서 자신의 허물을 덮고 위기를 극복해보겠다는 얄팍한 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