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 대선 간접지원 나서

송영길 대표도 발목 부상서 서둘러 당무복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2018년 9월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3일 이 후보를 향해 “발전도상인이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이다. 자꾸 발전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2선에 머물며 잠행해 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13일 기지개를 켜며 대선판에 본격 올라섰다.

 

대선 본선 레이스가 시작된 후 이 전 대표가 공식 행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본격적 지원 개시를 알린 신호탄으로 읽힌다.

 

아울러 국민의힘 선대위 원톱으로 등판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도 해석돼 '33년 악연'을 쌓아온 두 사람이 맞붙는 그림도 간간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상임고문인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TBS 라디오에 출연,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을 두고 "오합지졸이 아니고 오합지왕이다. 전부 다 왕 노릇을 하다 보니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잘 모르겠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당내에서는 정치적 체급상 김종인 위원장의 '대항마' 역할을 할 인사로 이 전 대표를 내세워야 한다는 기류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다만 이 전 대표를 선대위 전면에 내세우는 데 대해선 일부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 만큼 실제 역할은 외곽 측면 지원에 한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이 전 대표 본인도 이날 "상임고문이라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조언을 해주고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간접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여권이 지지층 총결집 시그널을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평론 은퇴선언을 번복, 지난 9일 라디오에 나와 이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시동을 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는 이 후보의 '조국 사태' 사과 논란을 두고 "그 정도 얘기도 못 하면 대통령 후보라고 할 수 없다"며 엄호에 나섰다.

 

인사하는 이해찬-유시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두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집 30권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인사하고 있다.

 

여권의 핵심 '스피커'가 약속이나 한 듯 나흘 간격으로 등판한 것은 지금이 지지층 결집을 호소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내년 1월 말 설 연휴를 전후해 형성된 판세가 대선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중도확장에 앞서 일찌감치 내부 지지층을 결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그동안 비공개적으로 했던 일을 이제는 좀 나서서 도와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선이 약 90일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모든 우리 진영 사람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야 될 시간이 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으로선 국민의힘이 3김(김종인 김병준 김한길)체제를 갖춘 가운데 선대위에 이에 맞설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고민으로 작용해왔다.

 

여기에 '발목 부상'으로 병원 신세를 졌던 송영길 대표도 당초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이날 당무에 복귀하며 결기를 드러냈다.

 

송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한동안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고 실밥도 아직 뽑지 않은 상황이다만 밀린 보고서를 검토하고 결재하면서 상임선대위원장 업무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나흘간 험지 누빈 이재명 "TK 출신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 부탁“

박정희 · 박태준 등 산업화 업적 기리며 실용성 부각

전두환 발언 · 양도세 완화 등 논란… 사드 언급 회피

 

이재명 후보에게 집중된 카메라= 13일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상인과 시민 등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3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진행한 나흘간의 대구·경북(TK) 순회방문 일정을 마쳤다.

 

다섯 차례 진행된 주말 전국 순회 일정 가운데 나흘간의 일정이 잡힌 것은 광주 전남에 이어 두 번째다. 나머지는 모두 사흘 일정이었다.

 

민주당에는 가장 공략이 어려운 '험지'를 구석구석 오랫동안 누비며 보수 표심을 돌리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 것이다.

 

이 후보는 고향이 경북 안동이라는 점을 내세워 민주당 후보에 대한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데 주력했다.

 

부인 김혜경 씨도 상당수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부부가 함께 고향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듯한 이미지도 연출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일정을 마치는 소회를 밝히면서 "민주당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지역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녀 본 바닥 민심은 그와는 좀 달랐다"며 "TK 출신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해주십사 하는 제 부탁에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페이스북에 늦은 밤 경북 봉화의 부모님 선영을 찾아 절을 하는 사진을 올리며 "추운 날씨였음에도 고향 분들이 열렬한 환영으로 언 몸을 녹여주셔서 저희 내외가 큰 용기를 얻었다"며 "오랜만에 들러도 따뜻하게 품어주시니 고향이 좋긴 좋다"고 적었다.

 

이재명, 박태준 동상에 헌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 내 노벨동산에 있는 박태준 명예회장의 동상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이 후보는 TK에서 큰 상징성을 갖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업적을 잇달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날 이 후보는 순회 일정의 마지막 순서로 포스텍을 방문해 박 전 명예회장의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박 전 명예회장의 동상에 헌화하며 그의 '제철보국', '교육보국' 철학을 기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헌화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허허벌판에 제철산업의 토대를 쌓아 올려 산업화에 큰 기여를 하신 분"이라며 "세계 경제의 대전환에 맞물려 대한민국 경제도 질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황무지 위에 철강산업을 일으킨 박 회장의 도전과 성공이 큰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의 공적을 인정하면서, 대전환기의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자신의 비전과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에는 추풍령휴게소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하는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도 적극적으로 인정하며 지역 민심과 주파수를 맞췄다.

 

자신의 신재생 에너지 전환 관련 대표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박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에 견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진보와 보수를 흑백논리로 가를 것이 아니라, 공은 공대로 인정하고 본받을 점은 본받겠다는 '실용성'을 부각한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고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라고 언급했다가 당내에서까지 "불필요한 말이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소상공인 지원 등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와 적극적인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오전 경북 성주의 민간 도서관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자신의 지역화폐 정책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예산 확대에 부정적인 기획재정부를 비판했다.

 

전날에는 정부 의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완화 아이디어를 꺼내 들었다.

 

'이재명 정부'만의 차별화된 정책을 펴겠다며 보수적인 유권자들에게 인물 경쟁력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TK 일정에서 여러 차례 "진영이나 편이 아니라 사람, 능력으로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양도세 완화 등에 대해서는 당내에도 이견이 있는 데다, 향후 당정 갈등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참외 포장 설비 살펴보는 이재명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성주군 다정농원을 찾아 성주 참외 모종 심기 체험을 마치고 참외 포장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한편 이 후보는 반면 TK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이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서는 '로키' 모드를 유지했다.

 

이 후보는 이날 사드 배치 지역인 성주에서 지역화폐 관련 간담회와 참외 농가 방문 행사 등을 진행했고, 사드 반대 활동가가 갑자기 계란을 던지는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관련 언급은 피했다.

 

이후 기자들이 사드에 관한 의견을 묻자 "선택을 강요당하지 말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력한 국력 위에 정치 지도자의 용기와 소신, 의지가 중요하다"는 원칙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미·중 갈등 등 미묘한 국제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국내에서도 진영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인 만큼 민감한 이슈가 부각되는 것을 회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주 간 이재명, ‘사드 배치 반대’ 주민이 계란 던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성주군 다정농원을 찾아 성주 참외 모종 심기 체험을 하기 위해 비닐하우스에 들어서며 지역 사드 반대론자가 계란을 투척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비닐하우스 문에 계란이 묻어 있다. 연합뉴스

 

경북 성주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이 계란을 던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후보가 13일 경북 성주 참외 모종 심기 체험을 위해 농원 쪽으로 걸어가고 있던 오전 10시55분께 갑자기 ‘퍽’ 소리가 나며 비닐하우스 쪽으로 계란이 날아들었다. 경호원은 급하게 두 손을 들어 막아섰고, 이 후보는 놀란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후보는 계란을 맞지 않았지만, 경호원과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에게 계란 파편이 튀었다.

 

계란을 던진 남성은 계란을 던진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 정권이, 이재명씨가 예전에 사드를 빼주신다고 했다. 그런데 사드를 안 빼주셨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전격 배치된 사드를 민주당이 빼주기로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대해 이소영 선대위 대변인은 “(해당 남성은) 사드 배치 지역 주민인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 입장에서 설명하는 차원인 만큼 처벌받지 않도록 경찰에 선처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3박4일간 진행된 대구·경북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의 마지막인 포스텍의 박태준 명예회장 10주기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구·경북이 생각보다 저에 대한 기대들이 좀 더 큰 거 같다”고 자평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입장에서 (대구·경북은) 매우 어려운 지역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다녀본 바닥 민심은 그와는 다르다”며 “대구·경북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해주십사 하는 저의 부탁에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전두환 호평 발언’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전씨는 국민이 맡긴 권한으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살해한 용서 못할 범죄자”라며 “그래서 제가 5·18 묘역 갈 때마다 비석도 예외 없이 밟았다. 전씨에 대해 호평한 건 절대 아니고, 역사적 중범죄자라는 사실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또 이 후보는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역의 무공천 주장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구 5곳 중 서울 종로구와 경기 안성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등은 민주당 의원의 당선무효형이나 의원직 사퇴로 인해 공석이 된 곳이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계기가 꽤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스스로 만든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여하튼 저는 우리가 국민에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고, 앞으로 우리 민주당이 국민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 소속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있었으나 지난해 전당원 투표를 통해 이를 개정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고 참패했다. 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