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목소리 내면 ‘엇박자’ 여당 추경논의 제안에도 이견 노출

윤 “소상공인 보상 50조” 공약에 김 “그걸론 부족, 100조대 검토”

 

준비안된 윤석열 ‘후보가 누구냐’

청년 간담회땐 이준석에 답변 미뤄…김종인 “정책창구 원희룡으로 종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석열-김종인-이준석’ 3두 체제가 딜레마에 빠졌다. ‘킹메이커’를 자임하는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청년층에 소구력이 있는 이준석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정치 초보’인 윤석열 후보를 돕고 있지만 이들의 역할이 도드라지면서 ‘후보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후보가 누구냐’는 얘기까지 나오자 윤 후보가 제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김종인 위원장의 메시지와 엇박자가 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둘러싼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구상은 논의가 진행되며 이견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추경을 어떻게 할지 정부와 협상을 해야지 자꾸 야당에 이래저래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윤 후보의 50조원 지원 구상을 2배로 올린 100조원 손실보상을 제안한 김 위원장에게 민주당이 추경 협상을 제안하자 “100조원 기금은 윤 후보가 집권했을 때 할 걸 제시한 것인데, 여당 후보와 협상하기 위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공을 넘긴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난 10일 “(추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 정부 예산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 논의는 해야 한다는 윤 후보와 추경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김 위원장이 이견을 고스란히 노출한 것이다.

 

지난 8일 청년문화예술인과 간담회 때는 윤 후보가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 폐지 원인 △공연 대관료 지원 방안 △예술대학 졸업생 진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연신 마이크를 이 대표에게 넘긴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답변을 이 대표에게 미루는 모양새여서 ‘대통령 후보가 이준석이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13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존까지 당에서 해왔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후보가 저에게 마이크를 넘겨서 기회를 주는 형태였다. 전체적으로 우리 후보는 모든 질문에 답했다”고 윤 후보를 엄호했다.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정치·정책 초보’인 윤 후보의 약점을 보완해주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대선 후보가 묻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후보가 안 보인다’는 우려가 크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정책 장악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 공개 석상에서 “정책을 각기 다른 창구에서 얘기하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며 “정책은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이 종합해 한목소리로 나가도록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 아침 이에 관해 윤 후보와 의논했는데, 윤 후보도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메시지 단일화를 윤 후보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선대위 정책본부, 코로나위원회, 후보 비서실 등에서 제각각의 정책이 나가선 안 되며, 특히 후보 비서실의 독자 메시지를 경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는 “지난 일요일에 후보 비서실에서 공약을 발표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없던 일이 됐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후보 비서실에 조심하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후보 입에서 뚜렷한 정책이 발표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리면서 정책 담당자들의 목소리가 일원화되지 못한 것”이라고 짚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종인 ‘원톱’ 중심으로 한 트로이카 체제가 그만큼의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준비가 덜 돼 엇박자를 내고 있는 모습이 최근 여론조사에도 반영되면서 안정감을 못 주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격차를 벌리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총선 때는 국민공분에, 대선 때는 남초표심에 붙은 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힘 ‘엔번방 방지법’ 말바꾸기 보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3일 저녁 울산시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한 뒤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과 같은 인권유린 범죄는 우리 모두에 대한 반문명적, 반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가지고 근본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

 

2020년 3월2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엔(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자 신종 디지털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에 엔번방 사건을 전담하는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티에프(TF)가 구성됐다. 보름 뒤인 4월9일 대검찰청은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한 ‘성착취 영상물 사범 사건처리 기준’을 마련해 전국 검찰청에 시달했다. △조직적 성착취 영상물 제작 사범은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전원 구속하고 주범은 죄질에 따라 법정최고형인 무기징역까지 구형한다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한 유포 사범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 이상을 구형한다 △성착취 영상물을 단순 소지한 사람도 기소한다는 내용이다. 대검은 “성착취 영상물은 지속적인 수요에 따라 공급이 이뤄지는 면이 있으므로 공급자뿐 아니라 소비자에 대해서도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기존 처리방식만으로는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효과적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장은 사뭇 달라졌다. 성착취 영상물 유포·소지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엔번방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에 대해 “검열의 공포”를 언급했다. “불법 촬영물 유포나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흉악한 범죄는 반드시 원천 차단하고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에 대한 최소한의 조처인 엔번방 방지법을 검열이란 딱지로 무력화할 경우 어떤 방법으로 성착취물 유통을 차단할 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통신비밀 침해”라고 했는데, 사적 대화도 아닌 공개된 오픈채팅방에서 이미 불법으로 분류된 촬영물을 걸러내는 것을 통신비밀 침해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대검찰청이 내놓은 n번방 사건 관련 후속 조처.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이준석 대표는 13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통신비밀 보장에 위배된다”며 엔번방 방지법 재개정 뜻을 거듭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엔 엔번방 방지법이 “분노한 여론을 타고 통과된 이슈”라고 했다. 2020년 5월20일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50명이 찬성한 엔번방 방지법에 대해 여론에 편승한 과잉입법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엔번방 방지법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 중에는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중책을 맡은 이들이 여럿이다. 김도읍(공동선대위원장), 권성동(종합지원총괄본부장), 윤재옥(후보전략자문위원장), 임이자(직능총괄본부장) 의원 등이다.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 속 주장을 정치권 공론장으로 끌고들어온 이준석 대표 주장에 윤 후보가 올라타면서 국민의힘 다선의원들은 졸지에 여론에 편승해 마구 찬성표를 던지는 정치인이 됐다.

 

윤석열·이준석 두 사람 행보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이 내놓았던 “디지털 성범죄와 전면전 선포” 메시지와도 정면 충돌한다. 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는 공식 논평을 통해 “왜곡된 성인식이 아이티(IT) 매체와 결합돼 나타난 새로운 사회악” “디지털 성범죄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제도적 문제”라며 “제2, 제3의 엔번방 사건을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법 개정을 통해 불법영상 제작 및 운영자뿐만 아니라 제작·유포·구매자까지 강력히 처벌하고, 상습 시청자 처벌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25만명에 육박하는 엔번방 참여자들 대부분이 아무 처벌도 없이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는 것이 두렵다. 법 개정을 통해 단순 스트리밍이나 시청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재원 희망공약개발단 총괄단장(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맡은 중앙당 총선 공약에는 영상 이용 협박도 성폭력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공약이 포함됐다.

 

“검열 공포”를 말하지만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화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불법 촬영물 외에 다른 유해 정보까지 유통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사업자로 하여금 지체없이 이를 삭제하도록 하거나, 유통 방지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김남일 기자

 

새시대위 출범…‘빅텐트’ 구상이나 전·현직 의원 위주에 기존 선대위 조직 중첩

문재인 정부 반대해도 국힘 입당 꺼리는 인사겨냥

최명길·이용호 등 전현직 의원과 전문가 일부 참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 4-1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현장 설명을 듣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꾸린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옛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반대하지만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는 꺼리는 이들을 위한 ‘빅텐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지만, 전·현직 의원 위주에다 기존 선대위 조직과 중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시대준비위원회는 이날 인선·조직 구성을 발표하고 공개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기획조정본부장에는 최명길 전 민주당 의원이, 대외협력본부장에 최근 입당한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임명됐다. 공약지원본부장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경제 과외 교사로 알려진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가, 지역화합본부장은 김동철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맡았다. 미래선착본부장에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비서실장과 대변인엔 각각 임재훈 전 의원과 윤기찬 변호사가 임명됐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거나 국민의힘과는 무관한 전문가들이 포진한 것이다.

 

공모를 실시한 ‘진상 배달본부’와 ‘깐부찾기본부’ 본부장 인선은 미뤄졌다. 윤기찬 대변인은 “두 개 부서가 다소 전문적이고 기능적인 측면에서 모셔야 해서 인선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새시대준비위의 공약지원본부나 미래선착본부 등이 기존 선대위 조직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에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소구하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 선대위와 업무상 명칭 내지 부서가 중첩되는 것일뿐 대상 업무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나래 기자

 

국힘, 전봉민 · 윤상현 당협위장 임명 보류...박덕흠 · 최승재도 논란

전봉민 아버지, 의혹 취재기자에 3천만원 매수 시도

윤상현 지난 총선 선거법위반 재판서 최근 실형 구형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 소통관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 의혹과 관련해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각종 의혹에 휩싸인 뒤 탈당했던 박덕흠·전봉민 의원을 선대위에 합류시키려다 내부 잡음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은 최고위는 13일 비공개회의에서 '재산 편법증여 의혹'으로 탈당했다가 1년여 만에 ‘기습 복당’한 전봉민 의원의 부산 수영구 조직위원장 임명을 보류했다.

 

또 '특혜수주 의혹'으로 탈당했던 무소속 박덕흠 의원이 충북선대위 공동총괄선대위원장 명단에 올랐다가 40여분만에 빠지게 된 해프닝도 일어났다.

 

앞서 전 의원은 지난 2일 국민의힘에 복당한 뒤 선대위 부산지역 본부장으로 합류한 데 이어, 이날 당협위원장 ‘복권’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당은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 의원에게 지역 조직을 이끄는 위원장 자격을 부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징계 조처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탈당했던 것이기 때문에 제한할 근거가 딱히 없었다”면서 “복당 과정에서 수사 진척상황이 없었다. 하지만 당협위원장 경우에는 국민의 민심을 세밀하게 챙길 이유가 있어서 보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부친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재산을 불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자진 탈당했다. 전 의원의 아버지는 이 과정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3000만원을 주겠다”며 보도 무마를 시도하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지난달 전 의원 아버지에 대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외에도 전 의원은 농지법 위반 의혹 등이 불거진 상태다.

 

이날 4선인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의 당협위원장 임명도 보류됐다. 검찰은 지난 3일 4·15총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윤 의원은 무소속으로 지난 21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당선됐고, 지난 8월 복당했다.

 

가족 명의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한 의혹에 휩싸여 지난해 9월 탈당했던 박덕흠 의원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박덕흠 의원

 

국민의힘은 이날 중앙선대위 추가 임명 보도자료에서 충북선대위 공동총괄선대위원장에 박덕흠 의원이 합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42분 뒤에 박 의원을 충북선대위 명단에서 제외한 수정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하기도 했다.

 

또 국민의힘은 최승재 의원을 대선 후보 직속 '약자와의동행위원회(약동위)' 위원으로 임명했다가 42분 만에 수정 자료를 내고 철회했다.

 

최근 의원실 보좌진 내 '갑질 의혹'과 관련해 임명이 철회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덕흠 의원의 경우 복당이 안 된 상태에서 선대위 직책을 맡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대위 인선 결재 과정에서 판단, 당초 명단에서 빠졌다"며 "보도자료가 박 의원을 제외하지 않고 잘못 나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논란이 생기면 탈당했다가 이후 잠잠해질 때 슬그머니 복당 내지 선대위에 합류시키는 행태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당직자 폭행 논란을 빚고 자진 탈당했지만 4개월여 만에 복당했던 송언석 의원도 선대위 정책총괄본부 내 정책조정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