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임동원 전 장관 “인내와 일관성으로 평화프로세스 주도해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반도평화포럼과 동아시아문화센터 공동 주최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제시한 바 남북관계 개선 발전 노력을 통해 미-북 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인내심과 일관성을 갖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임동원(87) 전 통일부 장관은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반도평화포럼과 동아시아문화센터 공동 주최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임 전 장관은 “남북관계는 진전과 후퇴, 성취와 좌절을 반복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며 한반도 문제는 “민족 내부문제인 동시에 미국이 깊이 개입한 국제문제”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남북 간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처절하게 경험해왔”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미-북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반도문제 해결의 길이 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땅의 주인”으로서 “남북관계 개선 발전 노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전 장관은 1991년 남북 유엔동시가입 관련 실무접촉 대표로 당시 ‘유엔 동시 가입이 잠정적 조치’이며 “통일 지향적 특수관계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는데, 이는 이후 남북기본합의서의 주요한 기반이 됐다.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는 상호 체제 인정, 불가침, 교류협력 등 내용을 담고 남북관계 성격을 공식 규정한 문서로 1991년 12월13일 채택됐다.

 

임 전 장관은 이날 ‘남북기본합의서'가 “분단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해 합의한 문서”라며 그 성격과 의의를 분석했다. 임 전 장관은 우선 남북기본합의서가 “남과 북이 통일을 과정으로 인식하는 기초 위에서 남북관계의 성격을 잠정적 특수 관계로 규정”함으로써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분단국을 구성하고 있는 두 정치 실체 간의 관계로 규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기본합의서가 “통일에 이르는 `1단계'인 `화해·협력 단계'에서의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기본장전이라는 한시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남북기본합의서가 민족문제와 관련해 남북의 “자주적 해결 노력의 산물”이라는 데 의의가 있으며,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남북공동선언의 “기본틀”이자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길잡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장관은 30년 전 경색국면을 타개하고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하게 된 배경에는 1991년 남북 유엔 공동가입과 남한에서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 및 중국의 권고가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시 침체기에 빠진 남북관계의 당면과제로 임 전 장관은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을 촉진하고 내실화해 다음 단계인 ‘남북연합'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단계인 남북연합 단계에서는 남북연합을 규율하는 `남북연합헌장'(가칭)이, 그리고 완전통일단계에서는 ‘통일헌법'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를 위해서는 4자 평화회담을 조속히 개최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전 상태를 끝내고 평화가 왔을 때 평화를 담당하는 주체는 누구겠는가. 그때도 유엔이나 미국이겠나.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이종석·정세현·홍용표·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지은 기자

 

이인영 "북 종전선언 빨리 호응하길…기본합의서의 초심으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축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3일 남북이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초심'을 강조하며 북한을 향해 종전선언에 빠르게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 장관은 이날 한반도평화포럼과 동아시아문화센터 주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축사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교착된 현시점에서 남북기본합의서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건 남북 모두에 다시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남북기본합의서 5조에는 '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장관은 "이런 정신의 연장선에서 북한도 한반도 평화의 입구를 다시 만들고, 비핵화의 발걸음을 촉진하기 위한 최근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빠르게 호응해 나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보건의료와 기후환경, 재해재난, 민생협력 등 남북 간 협력과제들을 언급하며 "우리는 어떤 주제로든 북측과 언제 어디서나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특히 "남북통신연락선이 복구돼 정상 가동되는 상황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북 간 영상회담 시스템을 구축하면 코로나19도 장애가 될 수 없는 남북대화의 굳건한 채널 하나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택 30주년을 맞은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선 "남북 상호체제의 인정과 존중을 통해 남북 화해의 기반을 놨고, 남북 간 무력 불사용과 불가침은 물론 다방면에 걸친 교류 협력에도 합의해 평화공존과 번영의 기초적인 틀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시 저는 민족·민주 운동체의 활동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군부 집권 시절의 날카로운 대치 속에서도 남북기본합의서가 지닌 그 역사적 가치만큼은 부정하지 않았던, 아니 인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12월 13일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의 성격을 규정하고, 남북 간 화해·불가침·교류 협력의 기본개념을 만들어 남북 평화공존의 기본 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홍보단 발대식 영상축사에서 "지난 2018년 평창의 성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북이 공동으로 동계청소년올림픽을 개최하는 새로운 역사까지 이룬다면 세계인은 평화의 감동 속에서 강원도를 주목할 것"이라며 "강원도에서 8천만 겨레가 함께 만드는 제2의 평창의 기적을 꿈꾼다"고 말했다.

 

남북기본합의서 30년…이 "많은 숙제" 윤 "북 도발에 점점 퇴색"

합의서 채택 30주년 포럼서 축사

 

대화하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여야 대선 후보들은 13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과 관련,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돌아보며 남북 합의의 기본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축사에서 "30년 전 남과 북은 기본합의서 채택을 통해 상호 군사적 침략을 하지 않고 교류 협력으로 공동 발전과 점진적 단계적 통일을 실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축사는 같은 당 이용선 의원이 대독했다.

 

이 후보는 "이는 당시 미·소 냉전 종식과 함께 찾아온 대전환 속에서 (기본합의서 채택은) 화해 및 평화 공존의 체제의 지혜를 모은 큰 성과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며 "남북 기본합의서는 대결과 갈등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하는 과감한 정책이었고, 이런 대승적 결론에 합의한 정책 결정자와 정치 선배님들의 모습을 지금의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같은 당 조태용 의원이 대독한 축사에서 "남북 기본합의서의 기본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모두의 염원이 평화 통일로 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은 화해와 협력을 통한 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남북 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며 "오래된 냉전 구조의 해체라는 국제 질서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한 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실험 등 비상식적인 무력 도발이 연이어 발생하며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