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화웨이5G 도입’ 막자 반발
27조원 무기거래 차질 빚을듯
미 공군의 스텔스기 F-35의 모습.
아랍에미리트(UAE)가 스텔스 기능을 갖춘 5세대 전투기 F-35를 포함한 230억달러(27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중국 화웨이의 기술 도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판매를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아랍에미리트는 최근 미국에 F-35 등의 구매 협의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14일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 당국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기술적 요구, 작전의 제한, 비용 대비 효과 분석 결과 등에 따라 무기 구매를 재평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와 F-35A 50대, MQ-9B 드론 18대 등을 포함한 대규모 무기를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이 계약은 아랍에미리트가 미국의 후원으로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아브라함 협정’ 직후 직후 공개돼 이에 따른 대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 계약은 올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한 뒤 재검토 대상이 됐다.
아랍에미리트의 이번 결정은 지난 13일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아랍에미리트의 실권자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햔 아부다비 왕세제와 회담한 직후 공개돼 눈길을 끈다.
미국은 그동안 아랍에미리트가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기술을 사용하면 민감한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미라 레스니크 국무부 부차관보는 지난주 <시엔엔>(CNN)에 출연해 “F-35는 미군의 왕관과 같은 것이다. 우리 파트너 국가에 기술 안보를 지키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랍에미리트가 우리 F-35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놓고 볼 때 그동안 이어진 양국 간 협의에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랍에미리트는 그동안 최대 안보 파트너인 미국과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시도해 왔다. 아랍에미리트는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화웨이의 5세대 통신기술을 대체할 대안이 별로 없고, 정보 유출 위협도 과장됐다고 보고 있다. 안와르 가르가시 아랍에미리트의 외교보좌관은 “우리가 우려하는 건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경쟁과 신냉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는 3일 프랑스와 라파엘 전투기 80대와 카라칼 헬기 12대 구매를 포함한 170억 유로(야 22조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이에 대해 아랍에미리트는 “프랑스와의 계약은 낡은 미라주 전투기 대체를 위한 것이며 최첨단 스텔스기 F-35 대체용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과 아랍에미리트의 관계는 올 봄 중국이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항 근처에 건설 중인 시설에 대해 미 정보기관이 “군사 시설”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긴장을 겪었다. 아랍에미리트는 “군사시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도,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중국에 건설 작업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는 곧 만나 이번 무기거래 중단과 관련한 서로의 진의와 입장을 확인할 예정이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아랍에미리트 군사대표단이 곧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애초 양국 간 광범한 국방협력에 관한 협의를 위한 것으로 F-35 계약과는 무관하지만, 이번 기회에 무기 계약과 관련한 관심사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화웨이,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 · 감시 도운 정황”
<워싱턴 포스트>, 화웨이 마케팅 자료 100여건 분석
목소리 식별, 요주의 인물 감시 등에 기술 지원 홍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과 정치사찰에 조력한 정황들이 나왔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까지 화웨이 누리집에 게재돼 있던 마케팅용 파워포인트 자료 100여건, 3000쪽 분량의 슬라이드를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화웨이가 중국 당국이 △개인 목소리 식별 △정치적 요주의 인물 감시 △수감자들 이념 재교육 등을 하는 데에 자사의 음성 인식 및 안면 인식 기술로 어떻게 도움을 줬는지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2018년 작성된 자료에서 화웨이는 중국의 인공지능 업체인 아이플라이테크와 함께, 특정인을 식별해낼 수 있는 음성지문 관리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아이플라이테크는 2019년 미 상무부가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무슬림 소수 민족에 대한 인권탄압을 이유로 제재를 가한 업체다.
화웨이는 또 ‘스마트 감옥 통합 플랫폼’이라는 감시 기술이 신장 지역과 내몽골 등의 구금 시설에 설치됐다고 파워포인트 자료에서 설명했다. 자사의 감시 시스템이 당국이 범죄 용의자를 비롯해 정치적 요주의 인물을 추적하는 것을 돕고 있다는 점도 홍보했다.
화웨이는 ‘1인 1파일 솔루션’이라는 안면 인식 기술이 신장 지역에서의 공공 안전을 돕는 데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민간 기업을 위한 직원 노동 감시 프로그램도 함께 홍보했다.
화웨이는 이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아는 바 없다”면서 특정 집단을 겨냥한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판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미국은 화웨이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2019년 5월부터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하지 못하게 제재를 가하고, 주요 국가들에 5G 네트워크 구축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것을 요구해왔다. 또 화웨이 기술이 신장 지역에서의 인권탄압에 사용된다고 주장해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6일 신장 지역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선수단만 보내고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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