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이력 논란이 거세지자, 이 후보의 ‘스캔들’을 집중 거론하며 맞불을 놓는 모습이다. 도 넘은 네거티브전에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으나, 윤 후보는 이에 회의적이어서 당분간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수진 최고위원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공보단은 20일 ‘이재명은 합니다! 무상연애’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다. 배우 김부선씨가 이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그대로 실었고, ‘점의 전쟁’이라는 글귀가 적힌 한 방송사의 보도 영상 캡처물도 공유했다. 앞서 공보단은 지난 18일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을 재점화했고, 전날엔 ‘이재명 제대로 알리기-국민의힘!으로 10·10·10 캠페인’ 포스터를 공개하며 “하루에 10분, 하루에 10번, 하루에 10개 댓글로 이재명의 진짜얼굴 알리자”고 당원들에게 네거티브전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최근 김건희씨에 대한 여권의 검증 공세가 강화되자 과거 이 후보의 스캔들이나 욕설 사건 등을 다시 쟁점화하며 원색 비난전에 나선 것이다. 또 김씨 논란의 여파로 한때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던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최근 주춤하거나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네거티브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네거티브 전면전’이 대선을 혼탁하게 하고 후보 비호감도를 더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 머리발언에서 “우리나라에 당면하는 여러 사태를 놓고 봤을 때, 대선에 출마할 후보들이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런 점에 포커스를 맞춰서 논쟁을 일으켜야지, 더 이상 네거티브 전쟁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집권 여당이 네거티브로만 선거를 하는 게 상식에 맞느냐”며 여권을 비판했지만, 동시에 선대위 공보단에 자중하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태호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물쭈물하지 말고 네거티브 대선 프레임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길을 찾는게 상책”이라며 “대선은 희망과 비전을 심어주는 쪽이 결국 이긴다”고 촉구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한겨레>에 “스캔들을 거론하는 수준 낮은 네거티브전을 공보단장이 주도해 벌이고 있다”며 “가족 리스크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이상 네거티브전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게 지도부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애초 이날로 예정했던 이 후보 아들에 대한 대검찰청 고발도 취소했다. 고발장에는 성매매특별법 위반, 상습도박,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 이두아 법률지원단 부단장은 <한겨레>에 “김 위원장이 네거티브는 지양하자고 한 방침에 맞춰 내린 결정”이라며 “이미 고발이 돼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다시 고발을 진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날 김 위원장의 ‘네거티브 중단’ 제안에 대해 “가장 바람직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렇게 가야겠죠”라고 덧붙였다. 방향은 맞지만 ‘정치적 현실’을 고려할 때 당장 중단은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나래 오연서 기자

 

“내가 왜 그쪽 말 듣나”에 책상 ‘쾅’…이준석-조수진 또 충돌

 

국힘 비공개 선대위 회의장밖 고성 흘러나와

이 대표, 부정적 보도 조처 지시에

조 공보단장 “난 후보말만 들어”

 

   윤석열 캠프 공보단장을 맡고있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의 중심축을 맡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이 20일 회의 석상에서 정면 충돌했다. 두 사람은 지난 10월 곽상도 의원 제명 문제를 놓고 충돌한 뒤 ‘구원’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회의장 밖으론 고성이 흘러나왔다. 비공개 회의 도중, 책상을 치는 소리와 누군가의 성난 목소리가 이어졌다. 회의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고성이 나오기 직전 이 대표는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조 최고위원에게 “일부 언론에서 나오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보도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나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나오니 (먼저) 이를 정리해달라”는 취지로 지시를 했다고 한다. “선거에서 네거티브 대응은 네거티브 대응 조직에서 하는 거고 언론 대응은 공보단에서 하는 것”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이 홍보본부장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였다. 이에 조 최고위원은 “내가 왜 그쪽의 명령을 들어야 하느냐”며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이에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인데 누구 말을 듣느냐”고 따져 물었고, 조 최고위원은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강하게 맞섰다. 이 대표는 손으로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나갔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는 곧바로 종료됐다.

 

이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내에서 업무 지시사항에 반발하는 사람이 있어서 선대위 운영체계상 계선을 바로잡고자 좀 이야기를 했다”며 “본인이 맡은 업무에 맞는 것을 지시했는데, 본인은 상임선대위원장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고 공개 발언하는 바람에 언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조 최고위원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이견 조율이 끝났냐’는 질문에 “(그 사람이) 하기에 달려 있다고 본다. 상황의 엄중함을 알았으면 자기 직무를 수행할 것이고, 계선도 올바르게 인지했을 것”이라며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도 충돌은 이어졌다.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이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유튜브 방송 링크를 기자들에게 보냈다며 “알아서 거취 표명 하라”고 겨냥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도대체 조 단장은 왜 공보 업무에 집중 못 하고 이준석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가로세로연구소 링크를 복수의 언론인에게 전송하고 계신가”라고 비판했다. 조 단장이 공유했다는 유튜브 링크는 ‘이준석 황당한 이유로 난동! 정신건강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사퇴시켜야!’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두 사람이 부딪친 것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조 최고위원의 문자 메시지를 옮기며 “당신의 문자 그대로 들고 국민과 당원을 설득하라”며 충돌했다. 당시 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장동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곽상도 당시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퇴직금 50억원’ 등 현안 관련 논의를 하려 하자 “퇴직금이 범죄나 화천대유의 불법과 관련이 있는가. 곽 의원이 화천대유에 뇌물을 받은 정황이 있는가”라며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하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도 “왜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은 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분란을 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사실관계나 잘 확인하고 뒤에서 쏘라”며 반박하며 감정싸움을 벌였다. (관련 기사 : “상도 수호 없다”더니…소동으로 끝난 국민의힘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