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신분 조사…검·경 “수사대상 아냐”

 

지난 10월6일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사업자 선정에 관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이 21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숨진 데 이어 두 번째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대형 사건 수사에서 관련자가 잇달아 숨진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수사력 논란 속에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권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분당경찰서는 이날 김 처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 처장이 연락이 닿지 않자 야근하던 직원이 김 처장 사무실을 찾았고, 숨진 김 처장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해당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퇴근하고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처장 가족도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은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은 인물로 구속기소 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측근으로 알려졌다. 김 처장은 2015년 3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때 1, 2차 평가에 참여했다.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진행 당시 김 처장은 개발사업1팀장이었다. 화천대유 쪽은 당시 사업협약서 초안을 만들어 공사 개발사업1팀에 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개발사업1팀 팀원이었던 한아무개씨는 5월27일 오전 10시34분께 ‘사업협약서 수정 검토’ 제목의 문서를 만들어 당시 팀장이던 김씨에게 결재를 올렸다. 공문에는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3.3㎡당 1400만원)를 상회할 경우 (초과이익이 남는 만큼) 지분율에 따라 (이익금을 배분할) 별도의 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한씨는 불과 7시간여 지난 같은 날 오후 5시50분께 해당 조항을 없앤 사업협약서 검토 공문을 다시 만들어 김씨를 거쳐 전략사업팀에 보냈다.

 

검찰은 지난 10월 김 처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2015년 5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협약서를 작성할 당시, 최초 검토 의견서에 담긴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두번째 의견서에서는 빠진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처장은 검찰에 출석하며 ‘윗선 지시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 9일에도 김 처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처장은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등도 청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로서는 사건 조사를 받던 당사자가 잇따라 사망하면서 당혹스러운 눈치다. 앞서 지난 10일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숨진 전날인 지난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위반 혐의(뇌물)로 그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에서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수사를 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같은 사건에서 조사를 받던 사람들이 연이어 사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변호사)이 이날 불구속 기소 되면서, 그의 지시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진 김 처장이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검찰은 이날 정 변호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위반(배임), 부정처사후수뢰죄 및 범죄수익은닉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숨진 김 처장은 정 변호사가 공사에 근무할 당시 직급상 상급자였지만, 정 변호사는 그에게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숨진 유한기 전 본부장은 김 처장의 상관이었다. 대장동 사업자 선정 당시, 유 전 본부장, 김 처장, 정 변호사는 심사위원이었다.

 

검찰은 정 변호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과 공모해 대장동 개발 수익 분배 구조를 민간에게 유리하게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는 2015년 1∼2월 대장동 개발 사업 이익 배분의 기초가 된 ‘공모지침서’ 작성을 주도하면서 정영학 회계사가 요구한 ‘7대 필수조항’을 모두 반영했다. 손현수 기자

 

숨진 채 발견된 ‘대장동 실무자’…“수사대상도 아닌데 왜?”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 숨져

참고인신분 조사…검·경 “수사대상 아냐”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 이어 두번째 사망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이 21일 오후 8시30분께 공사 1층 처장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김 처장이 숨진 채 발견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처장이 연락이 닿지 않자 직원이 사무실에 갔다가 김 처장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개발1처 사무실 직원들은 모두 퇴근했으며, 김 처장은 개발1처 사무실 안에 별도로 마련된 처장실에서 발견됐다.

 

공사 관계자는 “김 처장의 가족이 밤 8시15분께 연락이 와, 다른 부서 직원이 처장실에 갔다가 그를 발견했다”고 했다. 김씨가 숨지기 20여분 전 김 처장의 가족도 “출근 이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숨진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검·경에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경 협의에 따라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한 사건은 모두 검찰에 이송됐다. 경기남부청 대장동수사팀 관계자는 “김 처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한차례 불러 조사했지만, 사건과 관련해 입건되거나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도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 9일 참고인 신분 조사 뒤 추가 소환 등의 계획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업무를 맡았던 부서에서 근무하며, 평가위원으로도 참여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의 공사 몫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그는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한 의혹과 관련해 검·경의 수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 등이 없는 것으로 미뤄 김 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10일 김 처장의 상관이었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사망 당시 포천도시공사 사장)도 경기 고양시의 주거지 인근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은 3장 분량의 유서도 남겼지만, 유족이 공개를 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변호사)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 및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정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과 공모해 대장동 개발 수익분배 구조를 민간에 유리하게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김 처장은 직제상 정 변호사의 상관이었다. 이정하 강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