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서재PC · 아들PC도 증거 인정 안 해

지난달 나온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 영향

 

24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의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PC)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정 전 교수가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를 이용해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해왔다.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물을 재판부가 ‘채택하지 않겠다’고 하자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판사 마성영·김상연·장용범)는 이날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혐의 공판에서 “동양대 조교 김아무개씨가 임의제출한 동양대 휴게실 피시, (조 전 장관 부부 자산관리인) 김경록이 임의제출한 조 전 장관 자택 서재의 피시, 조 전 장관 아들 피시에서 나온 증거들에 대해서는 모두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 피시에서 나온 파일 등을 조 전 장관 부부의 유·무죄 판단 근거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의 근거로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들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피의자의 정보저장매체를 제3자가 제출한 경우,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등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재판 과정에서 ‘제3자가 제출한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 등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날 재판부가 조 전 장관 부부 쪽에 유리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검찰은 “재판부가 대법원 판례 취지를 오해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의자가 소유·보관하고 있던 저장매체를 제3자가 무단으로 수사기관에 제출할 목적으로 가져가 제출한 것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는 임의제출될 당시 누구 소유인지 몰랐다가 포렌식을 통해 정 전 교수의 소유임을 알게 된 점 △김경록씨가 제출한 조 전 장관의 피시 등은 김씨 본인의 증거은닉 범죄 증거로서 임의제출된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조 전 장관 부부를 포렌식에 참여시키지 않았으니 위법하다’는 재판부의 논리는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수사팀은 “수사 초기 포렌식 단계에 피고인들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증거 자체를 배제하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절차를 요구하는 결정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이의신청 서면을 받아본 뒤 증거 채택 여부에 대한 입장을 다시 밝히기로 했다. 신민정 강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