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잠행 51일 만에 이재명 선거운동 합류

● COREA 2021. 12. 24. 12:5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당내 거센 눈총에 이재명 호남표심 ‘구원투수’ 등판

선대위 상임고문직 이후 첫 회동…비전위 꾸려 공동위원장

이낙연 지지자 반발컸던 ‘권리당원 게시판’도 복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와 이낙연(왼쪽) 전 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오찬회동을 마친 뒤 인근 서울도시건축관으로 이동해 악수하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선후보와 함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국가비전과 통합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선대위에 상임고문으로 합류한 후 잠행을 거듭한 지 51일 만에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호남과 중도층에서 소구력이 있는 이 전 대표의 등판으로 이 후보의 지지세 확장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23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1시간 20분가량 오찬회동을 가진 뒤 이 전 대표가 신설되는 비전위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비전위는 양극화 완화와 복지국가 구현, 국민 대통합 등을 위한 시대적 어젠다를 발굴하고 이를 차기 정부의 구체적 과제로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한 인재 영입도 자체적으로 추진한다. 선대위 상임고문이었던 이전보다 역할이 대폭 확대되는 셈이다. 이 후보는 “존경하는 이낙연 전 대표님께서 지금까지도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 많은 역할을 해주셨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필요한 조직에 직접 참여하시고 차기 민주 정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제가 부족한 점이 많은데 많이 채워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도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이 후보와 제가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원팀 결속력을 높이는 차원의 실효적 조치를 취하는 데도 합의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폐쇄했던 권리당원 게시판을 원상 복구하고, 이 후보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당원자격정지 8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이상이 제주대 교수 문제도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동 후 합의 내용을 대독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당내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좀 더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당 게시판과 이상이 교수 문제를 조속히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 후보도 전폭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선대위 ‘등판’은 이 후보와 당의 요청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후보 쪽은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수도권 민심으로 확장해야 하는데, 호남의 ‘미온적’ 지지로 전체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호남의 ‘여론 주도층’과 ‘풀뿌리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전 대표의 적극적 참여가 절실한 것이다. 이에 이 전 대표 측근으로 이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오영훈 의원이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물밑 조율을 전담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고 한다. 이 전 대표로서도 지원 사격 개시가 올해를 넘길 경우, 명분도 잃고 자칫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경선 당시 이 전 대표를 도왔던 박광온·이병훈 의원 등도 이 전 대표에 “이제는 나오셔야 한다”는 취지로 지원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한다. 이 후보 쪽 관계자는 “올해가 가기 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 전 대표가 나서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차원에서 큰 그림에서 같이 협조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사전에 오갔고, 이 전 대표도 민주당이 이겨야 한다는 명분이 강하게 서서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앞으로 제가 활동해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후보나 당과 결이 다른 얘기도 조금은 할 수 있다. 그에 대해서 이 후보께서도 수용하겠단 의사를 밝혔다”며 레드팀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이날 비공개 오찬 자리에서는 “민주당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이 후보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우리 후보를 보완하고, 민주당을 단일대오로 만들고, 중도층까지 지지도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돕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은 분당 등의 이유로 탈당한 인사들을 새해 초 일괄 복당시키는 ‘대사면’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후보의 대사면 요구를 이행하는 차원으로, 여권 통합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대선 승리를 위해 크게 하나가 되자는 제 취지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심우삼 서영지 조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