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약 1200여명 강제동원 추정
463명 명부도 발견, 강제성 명확
역사 왜곡 등 제2의 군함도 재연될 듯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모습. 누리집 갈무리
일본 정부가 과거 1000명 넘는 조선인들을 강제동원했던 니가타현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했다. 2015년 ‘하시마’(군함도) 등재 때처럼 ‘역사 왜곡’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문화청은 28일 문화심의회가 8월부터 심사한 결과,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후보 신청서를 낸 곳이 애초 사도광산밖에 없어 이날 결정은 사실상 예정된 내용을 추인하는 것이었다. 2023년 세계문화유산 등록심사를 받으려면 일본 정부는 내년 2월1일까지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내야 한다. 문화청은 이날 자료에서 “유네스코 신청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등재 여부는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심사와 권고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니가타현 앞바다에 자리한 사도가섬에 있는 사도광산은 에도시대부터 금광으로 유명했다. 이후 태평양전쟁의 전황이 악화된 1943년 이후 금뿐 아니라 구리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활용됐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2019년 보고서를 보면,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동원은 1939년 2월 처음 시작됐다. 이후 1942년 3월까지 6차에 걸쳐 1005명을 모집으로 실어오는 등 총 1200명을 강제동원했다. 이 시기 광산에서 일했던 이들의 명부는 1943~1945년 회사가 광부들에게 담배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만든 ‘조선인 연초배급명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명부엔 조선인 463명의 이름, 생년월일, 이동 관련 정보, 작성 일자 등도 빼곡히 적혀 있다.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353명을 분석하면 평균 연령은 28.8살로 나타난다. 일본 국립공문서관에 보관 중인 ‘귀국 조선인에 대한 미불임금채무 등에 관한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사도광산과 관련해 1949년 2월25일 1140명에 대한 미지급 임금으로 23만1059엔59전이 공탁된 것으로 적혀 있다.
광산에서 가혹한 노동이 이뤄지다 보니, 도주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조선인 임태호(1919~1997)는 숨지기 직전인 1997년 5월 일본 작가 가와다 후미코와 만나 두번이나 큰 사고를 당한 뒤 탈출했다는 사연을 전했다. 그는 “전후 반세기 이상이 지났으나 일본 정부로부터 진심 어린 말 한마디를 들은 적이 없다. 성의 있는 사죄를 원한다”는 증언을 남겼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등재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동원을 포함한 광산과 관련된 ‘모든 역사’를 기억하려 할지는 분명치 않다. 니가타현과 사도시가 문화청에 제출한 자료 요약본을 보면, 대상 기간을 센고쿠시대(1467~1590년) 말부터 에도시대(1603~1867년)로 한정해 일제강점기를 제외했다. 그 때문에 2015년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중요 원인이 됐던 ‘군함도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7월 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23곳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1940년대 한국인 등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강제로 노역’했던 일이 있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도쿄 신주쿠에 문을 연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 등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유네스코는 지난 7월 일본에 대해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한국 정부는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매우 개탄스럽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는 오후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노역이 이루어진 장소가 이에 대한 충분한 서술 없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도록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이제훈 기자
한국정부 “일본,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진 철회하라”
“매우 개탄…국제사회와 단호히 대응” 외교부, 일본문화원장 불러 항의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이 일본 문화심의회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됐다고 교도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갱 내부의 모습. 교도=연합뉴스
한국정부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광산에 대해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자 “매우 개탄스럽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는 28일 오후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어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네스코 일본 근대산업시설 관련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과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에서 또 다른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한 데 대해 매우 개탄스러우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후 5시께 추조 가즈오 주한 일본공보문화원장을 외교부로 불러 ‘사도광산 세계 유산 등재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항의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7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인과 연합군 포로 등에 대해 강제노역이 있었던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 관련 일본의 위원회 결정(조선인 강제노역 관련 설명 개선 촉구 등) 불이행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하고 충실한 이행을 촉구한 것을 상기하며, 일본이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부터 조속히 이행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논평에서 “정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노역이 이루어진 장소가 이에 대한 충분한 서술 없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도록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불러 엄중히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유네스코의 결정에 대한 도전이자 유네스코라는 기구에 대한 도전”이라고 짚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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