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조선일보 사주 일가 수사방해 의혹’ 고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이 사건을 지난달 28일 검찰에 단순이첩했다. 단순이첩은 해당 사건이 공수처 수사대상에 해당하지 않거나,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검찰 등에 사건을 넘기는 결정을 뜻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건을 이첩할 때 사유를 따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타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정해 보일 때 단순이첩을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해 6월 조선일보 사주 일가 수사를 방해했다며 윤 후보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윤 후보가 검찰에 재직할 당시 수사지휘권을 남용해 국민적 의혹이 있는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고소 고발된 사건 수사를 가로막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방 사장이 연루된 주요 사건이 당시 서울중앙지검에 계류 중이었다. 이해 당사자를 직접 만나 불기소 면죄부를 준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방 사장과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발한 것이다.

 

김한메 대표는 공수처의 단순이첩 결정을 두고 “공수처 설립 취지를 몰각시키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공수처의 비겁한 직무유기 행태에 대해 검찰개혁을 염원하는 국민과 함께 규탄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해넘긴 ‘고발사주’ 수사…공수처, ‘윤석열 무혐의’ 시점 저울질만?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수처의 야당 대선 후보 및 국회의원 등의 통신기록 조회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수사가 연내에 마무리되지 못하고 결국 해를 넘기면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됐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기소하는 사건은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 증거 능력이 제한되는 데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적 중립 위반 시비에 더욱 휘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고발사주 의혹 수사는 사실상 멈춰선 가운데 공수처는 사건 처리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조사도 그의 입원이 길어지면서 기약 없이 멈춰선 상황이다. 손 검사는 지난달 6일부터 입원 중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유죄 입증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정에서 피의자가 피신조서를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 공수처가 별다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주요 관계자들의 진술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공수처는 조사 때 피의자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영상녹화물 또한 독립적인 증거 능력에 제한이 따른다. 공수처 관계자는 “피신조서 능력 제한에 따라 영상녹화 등을 공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검사 쪽 변호인은 ‘피신조서 증거 능력을 부인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정치적 논란도 공수처로서는 부담이다. 3월9월 대선까지는 불과 6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처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여야의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윤석열 후보를 무혐의 처분하면 여당 쪽에서는 ‘봐주기 수사’라고 반발할 것이고, 윤 후보를 조사하면 ‘야당 대선 후보 탄압’ 프레임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앞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 후보를 언제 소환하는가’라는 의원들의 질의에 “절차에 따라 수사하는 방식과 순서가 있다. 검토 중이다. 필요성이 있고 단계가 되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윤 후보를 무혐의 처분하고 손 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대대적으로 고발사주 사건을 수사해온 공수처가 마땅한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건종결 시점만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이라고 기재된 텔레그램 메시지로 범여권 인사의 고발장을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에게 전달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두고서는 고발장을 전달할 2020년 4월 당시, 그가 고위공직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를 검찰에 이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