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이수정 · 김한길 선대위 수뇌부 총사퇴

김기현 등 원내지도부도 사의…실효성 의구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갑작스럽게 이후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총체적 위기’에 내몰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3일 해체 수준의 전면 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1월 중순까지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현재 위기의 본질적 원인이 윤 후보의 리더십과 자질 시비에 있는 만큼, 후보의 ‘자성’ 없는 선대위 개편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가 후보에게 일괄하여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등 선대위 ‘수뇌부’가 총사퇴해 선대위를 원점에서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오전 회의에서 “선대위의 전반적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며 “국민 여론이 우리 선대위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 정서에 맞게 개편해야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총괄본부장단 사퇴를 포함해 구조조정도 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 안팎의 선대위 쇄신 요구에 대해 ‘선거를 두달 앞두고 전면 쇄신은 어렵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이탈로 촉발된 내홍 격화와 후보 본인이 잦은 실언과 메시지 혼선 등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자 인적 쇄신을 통한 전면 개편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오차범위 바깥에서 뒤쳐진다는 조사가 여럿 나오면서 위기감이 증폭됐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 개장식 참석 뒤 이후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원내 지도부도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남 탓 할 일 아니고 내 탓이라 생각하고 원내대표인 저부터 쇄신에 앞장서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내 지도부의 이런 움직임은 사실상 이준석 대표의 자진사퇴를 ‘종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주혜 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오직 윤석열 후보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온 힘을 모으며, 후보 빼고는 다 바꾼다는 방침으로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당과 선대위를 대표해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말했다. ‘후보 중심’ ‘전권’ 등을 강조하며 후보 쪽으로 무게중심을 싣는 동시에, 외곽에서 당을 ‘저격’하고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선대위 위원장 사퇴를 공지하는 과정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사의 표명 여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애초 이양수 대변인은 사의 표명 대상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포함해 공지했으나, 김 위원장이 “금시초문”이라고 밝히면서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갈등이 전면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사의 표명했다는 건 다 헛소리”라고 했고,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태희 총괄본부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해들었는데 그런 뜻이 아니었다. 두 분 소통에 착오가 있던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 상황이 후보 스스로 자초한 위기인만큼 선대위 개편만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할지에는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위원장에게 끌려가듯이 진행되는 쇄신만으로 지지율 반등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후보 본인이 자꾸 문제를 만드는데, 선대위의 얼굴만 바꾸는 걸로 해결이 되겠나”라며 “스스로 뭐가 잘못됐고 뭘 바꿔야 하는지 느껴서 본인만이 풀 수 있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장나래 기자

 

김종인 “윤, 연기만 좀 해달라”…총괄본부로 후보 직접 통제 구상

후보와 의논없이 선대위 개편 칼빼…“협의해 내일모레 마무리”

“개편 질질 끌면 선거 차질, 후보 모든 상황 직접 통제로”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대선을 65일 앞두고 ‘선대위 개편 전권’을 쥐고 전면에 나섰다. 지난달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이후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지만,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자 사실상의 선대위 해체안을 들고 윤 후보 압박에 나선 것이다. ‘김종인식 충격 요법’이 당의 또 다른 내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 위원장은 3일 저녁 <티브이(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후보와 협의해 (선대위 개편을) 내일이나 모레 마무리 지어야 한다. 질질 끌고 가면 선거운동 자체가 차질이 빚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 본부장이 6명 가까이 되는데, 꼭 필요한 본부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본부장도 있다. 상황 따라 변경시킬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총괄본부를 만들어서 후보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직접 통제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와의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그는 윤 후보에게 “내가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을 겪어보면서 도저히 이렇게는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당신의 비서실장 노릇을 선거 때까지 하겠다.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역할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온갖 실언·망언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윤 후보를 향해 “연기만 해달라”며 온전히 자신에게 선대위 운영을 맡길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이어 공개적으로 “국민 정서에 반하는 선거운동을 해서는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 후보나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이나 똑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후보가 자기 의견이 있더라도 이것이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그런 말은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 그룹을 지칭하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그는 “선대위 운영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후보의 눈치를 볼 것 같으면 선거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연기만 해달라는 말은) 가급적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후보가 말실수를 해서 바로잡으려면 별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 발언은 윤석열 후보의 사전 동의 없이 강행됐다. 김 위원장은 “내가 (윤석열 후보한테)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 내가 판단한 기준에 의해서 내가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후 윤 후보는 “사전에 좀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김 위원장이 전했다.

 

김 위원장과 윤 후보는 그간 선대위 개편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이 전면 쇄신을 주장한 데 반해, 윤 후보는 ‘운영 방식 변화’를 고집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최근까지 ‘선거를 두달 앞두고 인적 쇄신은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윤 후보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실언 논란이 이어지고 메시지 혼선, 지지율 폭락 등이 겹치면서 선대위 개편의 필요성이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됐다고 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날 윤 후보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을 숙지하지 못한 채 더듬거리며 발표하는 모습을 방송 생중계로 접한 뒤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그간 윤 후보와 경선 때부터 함께해온 측근들이 김 위원장 쪽 제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종인 스타일’을 보일 수 없었던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쇄신안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겠지만 현재 시점에선 후보가 무조건 ‘을’”이라며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논의 과정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날 김 위원장의 “후보는 연기만 하라”는 발언은 ‘상왕’ 논란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연합뉴스티브이>에 출연해 “결국 윤 후보가 ‘허수아비’ ‘껍데기’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김창인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정당이 대선 후보에게 연기를 주문하다니요. 윤 후보가 이제부터 내놓을 정책과 공약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윤석열 패싱이냐, 전권부여냐…위기의 선대위 ‘쇄신 칼자루’ 누구손에

김종인, 전면개편 발표뒤  ‘후보패싱’  ‘후보질책’ 직격발언

의총, 일단 ‘후보중심 개편’…사퇴혼선 김종인 역할 미지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후보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겠다며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개편이라는 칼을 빼들었지만 동시에 총사퇴 대상으로도 거론되는 등 국민의힘은 하루종일 혼선을 거듭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 위원장은 자리를 유지했지만 의원총회 결과 ‘윤 후보 중심 선대위 개편 원칙’이 확인되면서 김 위원장이 전권을 가지고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국민 정서를 따르는 측면에서 우리 국민의힘 선대위가 항상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기 위해서 우리 선대위의 전면적인 개편을 단행하겠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선대위를 떠난 이준석 대표가 요구했던 전면 개편을 김 위원장이 뒤늦게 수용한 것이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선대위 인적 쇄신이라는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개편 구상을 밝힌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윤 후보한테)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 “반드시 후보한테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면 총괄선대위원장이라는 위치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는 윤 후보와의 대화 내용까지 공개했다. “내가 그동안 선거 운동 과정을 겪어 보면서 도저히 이렇게는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당신의 비서실장 노릇을 선거 때까지 하겠다. 총괄 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역할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

 

시대착오적 실언 등으로 지지를 잃은 윤 후보를 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후보가 자기 의견이 있더라도 이것이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그런 말은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고 “선대위 운영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후보의 눈치를 볼 것 같으면 선거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윤 후보 측근, 즉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도 작심하고 겨냥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윤 후보 비판과 쇄신 의지 모두, 전권을 부여한 윤 후보의 묵시적 동의 하에 나온 것으로 이해됐지만 이날 오후 상황이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5분께 당사를 떠나며 “(선대위 개편을) 사전에 내가 의논을 안 했으니까 (후보는) 몰랐다”면서도 “후보로서는 갑작스럽게 자기 그런 얘기가 들었으므로 조금은 심정적으로 괴로운 것 같은데 아마 오늘 저녁이 지나고 나면 정상적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대위 전면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10분 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쇄신을 위해 총괄선대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가 후보에게 일괄하여 사의를 표명했음을 공지한다”고 밝혔다. 선대위 개편의 주체였던 김 위원장도 사퇴 대상에 포함되면서 윤 후보에게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뒤이어 끝난 국민의힘 의원총회의 결론은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당과 선대위를 개편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표면적으로 김 위원장이 쥐고 있던 ‘전권’을 윤 후보에게 넘기라는 메시지로 읽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을 포함한 총사퇴 공지를 한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그러나 “제가 전달받은 내용은 총괄선대위원장님 포함해서 사의 표명하신 것으로 안다. (김종인 위원장의 사의는) 책임 있는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았다”며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가 사의 표명 했다는 건 다 헛소리다. 내가 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결국 이 수석대변인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께서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그렇게 전해 들었는데, 두 분 소통에 착오 있던 것으로 이해된다”며 정정했다. 김미나 기자

 

‘깜짝카드’ 자랑, 2주 만에 쓰고 버린 신지예…이대남 ‘올인’ 가나

신지예  “새시대위 사퇴해도 정권교체 지원” 밝혔지만

국힘 “위원회 활동도 안할 것”…영입나선 김한길도 사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가운데)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김한길 위원장(왼쪽), 윤석열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국민의힘 ‘젠더 내홍’으로 인해 사실상 내쫓겼다. 활동 2주 만이다. 외견상 2030 남성의 표심 이탈로 윤 후보 지지율이 추락했다는 공격을 받은 끝에 사퇴한 것이지만, 국민의힘의 ‘2주짜리 젠더 정치’는 당초 예견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지예 전 수석부위원장은 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당대표는 개인적인 분란을 만들어내고 후보자를 지적하는 발언을 밖에서 하고, 그것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저에게 돌리는 형국”이라며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저라고 하시니 저는 사퇴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국민의힘이 논란을 예상하고 신 전 대표를 영입한 이유는 2030 여성 유권자를 향한 외연확장이란 전략적 목표가 컸기 때문이다. 영입 전날 “깜짝 놀랄 카드”라고 운을 띄우기도 했던 국민의힘은 “영입 인사들을 통해서 국민들의 지지기반도 더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 더 확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올바른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구현해나가는데 넓은 이해와 안목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신 대표의 어려운 결정에 대해 정말 뜻깊게 생각한다”(윤석열 후보)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말은 보름도 안 되어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했다”로 바뀌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다”며 “특히 젠더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고 말했다. 지지기반을 넓히고, 철학·진영을 확장하겠다는 대선후보의 의지는 떨어지는 지지율 앞에서 버린 셈이다.

 

신 전 대표는 이날 사퇴를 표명하면서도 새시대위에 잔류해 정권교체를 돕겠다는 의사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으나, 당은 곧 “수석부위원장 사퇴는 물론, 더 이상 위원회에서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음을 알려드린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신 전 대표는 “직접적으로 저를 가리켜서 ‘말을 잘못하고 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며 이준석 대표의 사퇴도 요구했으나, 전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 전 대표를 영입했다고 알려진 김한길 새시대위원장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내홍은 결국 이준석 대표가 대변하는 반페미니즘으로 무장한 일부 2030 남성들에 ‘다걸기’한다는 국민의힘의 대선 전략을 공식화한 셈이다.

 

여성계 시선은 당과 신 전 대표 모두에 냉담한 편이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겨레>에 “2030 여성 유권자는 버리고 간다는 전략인 것 같다”면서 “윤석열 후보의 입장문만 봐도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남성 청년, 그 중에서도 이준석 당 대표가 대변하고 있는 특정 남성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치환된다”고 지적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대표도 “거대양당 후보 모두 2030 남성 유권자의 반응에는 즉각 대처하면서, 2030 여성 유권자의 목소리에는 무관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치가 대중들 중에서도 결집력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만 과대 대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사퇴 논란 이후 “대통령은 사회갈등을 증폭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하고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젠더 차별과 갈등의 증폭기 구실은 정치권에서 한다는 지적도 적잖다. 권수현 대표는 “정치인들이 대중 심리만 쫓는다면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소외되거나 배제된 이들에 대한 혐오나 차별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초 신지예의 확장성에 여성계는 강한 의문을 제기했었다. 권수현 대표는 “정당이 선거 국면에서 한 개인을 영입하는 건 그의 조직원이나 지지 세력이 함께 따라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부위원장은 말 그대로 ‘혼자’ 국민의힘으로 갔다. 정당 내외부 그 어디에도 그의 세력이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의 충돌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김은주 소장은 <한겨레>에 “이제는 ‘신지예=2030 여성 페미니스트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란 식의 프레임은 자제해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소장은 “반페미니즘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국민의힘 행을 택할 때부터 신 부위원장은 더 이상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란 상징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에게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몰락’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2030 여성들이 갖고 있는 어젠다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했다. 박고은 임재우 기자

 

석열 “오롯이 제 탓” 사과…김종인 쇄신범위 포함여부엔 말흐려

선대위 쇄신 혼란상 관련 “국민께 깊이 사과”

쇄신안 발표시기는 ‘빠른 결론’ 약속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선대위 쇄신을 놓고 종일 이어진 혼란상과 관련 “선거에 대해 많은 분이 걱정하시는 것은 오롯이 후보인 제 탓이고 제가 부족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께 그 부분에 대해선 정말 깊이 사과도 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우리 당 의원님들을 포함해 관심 있는 분들은 선대위에 좀 큰 쇄신과 변화가 있기를 바라고 계셔서 저도 연말·연초 이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많은 분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쇄신안은) 선거도 얼마 안 남았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선대위 위원장·본부장급의 일괄 사의 표명을 수용할 것인지, 언제쯤 쇄신안이 발표될지에 대해선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신중하게 여러분들의 의견을 잘 모아서 빨리 결론을 내리고 선대위에 쇄신과 변화를 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 선거운동을 하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쇄신 범위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나 새시대준비위원회가 포함될지 등에 대해서도 “제가 뭐라고 자세히 이야기 드리기가 그렇다. 모든 것들이 조금 걸린다. 좀 기다려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오연서 기자

 

쇄신 후폭풍 ‘이준석 사퇴론’ 나오자…‘윤 최측근 사퇴했나’ 반문

오전엔 ‘역할론’ 나오다 오후엔 ‘사퇴론’ 불거져

이준석 “거취에 변함 없어” 사퇴론 일축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년 신년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 하락에 따른 후폭풍은 이준석 당 대표 사퇴론으로 번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도부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당직을 내려놓았고, 국민의힘 의원 전원도 선거대책위원 보직을 사퇴하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사퇴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3일 오전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개편’ 방침을 밝히고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이 대표의 복귀가 점쳐지기도 했다. 선대위 전면 개편은 이 대표가 조수진 최고위원의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선대위 보직 사퇴를 선언하기 이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한 대응 방식을 놓고 조 최고위원과 정면충돌한 뒤 선대위 모든 보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정리를 거듭 요구했다. 윤 후보에게 잘 보이려고 충성 경쟁만 하는 현재 선대위 조직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뒤늦게 선대위 개편을 약속하며 “당 대표로서 당의 전반적인 체계를 총동원해서 승리로 이끌 책무를 지닌 분이 이준석 대표”라고 했고, “선대위 개편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 일부 의논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한 김 위원장의 도움 요청이 더 다급해진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개편 뒤 윤석열 후보가 도와달라고 하면 합류할 거냐’는 질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도 가정법 대화를 해선 안 된다”고 말을 아꼈다. 또 “(전면 개편이 선대위 합류) 조건은 아니다. 선대위 개선책이라는 걸 나는 제언했던 것”이라며 “어떤 조건부나 선결 조건처럼 인식돼서 많은 분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선대위 합류 가능성에 일단 거리를 둔 것이다.

 

힘이 실릴 것 같던 ‘이준석 역할론’은 오후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당 지도부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를 압박했다. 국민의힘 재선의원 14명이 모인 간담회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당과 선대위를 개편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윤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당연직 최고위원인 김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이 대표와 대척점에 있는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 사퇴가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 결국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를 해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헌 96조에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 대표 사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을 겨냥한 책임론을 의식해 이날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이 대의를 위해 희생을 선택하시면 즉각적으로 대체 멤버를 임명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의원들의 선대위 보직 사퇴에 대해 “(권성동) 사무총장이 사퇴했냐”며 “제 거취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백의종군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윤 후보 최측근부터 보직을 내려놓으라는 비판이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