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신임 선대본부장, 국민의힘 사무총장 겸임

업무 연속성 유지 차원 정책본부장 원희룡이 계속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선대위 개편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홀로서기’로 대선을 치르겠다고 밝힌 가운데 ‘초미니’ 선거대책본부(선대본부)의 세부구성과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새로 꾸려지는 선대본부는 실무 중심의 속도감 있는 선거기구를 구축하는 동시에 윤 후보의 취약점인 2030의 입김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늘부로 선대위를 해산하고 철저한 실무형 선대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구성 계획을 보면, 기존에 있던 6본부(총괄‧정책‧조직‧직능‧종합지원‧홍보) 대신 직능·정책·선대본부와 사무총장으로 축소된 선대본부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이날 밝힌 선대본부 구성 계획을 들어보면, 기존에 있던 6본부(총괄·정책·조직·직능·종합지원·홍보) 대신 선대본부와 직능본부, 정책본부에 사무총장이 결합하는 단출한 기구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슬림해진 선대본부를 이끌 새 본부장에는 권영세 의원(4선)이 임명됐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이었던 권 의원은 윤 의원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로,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아 윤 후보를 지난해 7월에 입당시키는 데 길잡이 역할을 했다.

 

권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가 산만했던 조직에서 오로지 일과 실무를 중심으로 선대위를 개편하겠다고 했다”며 “위원장도 없고, 선대본부와 직능본부, 정책본부에다 나중에 데커레이션(장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병렬적 조직'에 더해서 밑에는 기능 단위로 상황실이라든지 일정, 메시지, 전략 이런 부분이 구성되는 그야말로 실무적으로 꼭 필요한 부서만으로 선대위를 개편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임 권 선대본부장은 권성동 사무총장이 사의 표명을 하면서 공석이 된 사무총장직도 겸임하기로 했다. “초슬림 선대위 차원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권 의원에게 선대본부장과 사무총장직을 함께 맡기게 됐다”는 게 선대본부 쪽 설명이다.

 

선거기구가 축소되는 와중에도 살아남은 정책본부장엔 원희룡 전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이 자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원 전 본부장은 선대위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통합 등 정책 설계를 맡아왔다. 윤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 “다양한 분야에 대한 비전이나 공약을 발표하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본부 운영과 관련해서 윤 후보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기존 정책본부에서 약간 줄인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초슬림, 초미니 선대본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선대본부는 2030 중심의 대선캠페인을 구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앞서 선발한 청년보좌역들과 젊은층의 실무진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와 권 위원장은 이날 한목소리로 청년을 앞세운 선거운동을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특보단장실에 배정된 청년보좌역 다섯분과 이야기 해보니까 굉장히 깊이있는 생각이 있었다”며 “청년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체제를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선거조직의 참신함을 강조하는 한편, 윤 후보의 취약 지지층인 청년층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이르면 6일 최고위원회의 협의를 거친 뒤 인선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배지현 김해정 기자

  

김종인 - 윤석열 “별의 순간” 손잡았다 “연기해 달라”로 파국

‘여의도 차르’ 김종인과 ‘정치 신인’ 윤석열, 만남부터 결별까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체 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도 결별하게 됐다. 김 전 위원장은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윤 후보를 야권 대선후보로 띄웠지만 선대위 구성 및 운영 방안을 둘러싼 갈등 끝에 두 사람은 결국 파국에 이르렀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를 일찌감치 야권의 대선 후보로 점찍고 그를 정치권으로 소환했다.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직후인 지난해 3월8일, 윤 후보가 여러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자 김 전 위원장은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며 반겼다. ‘여의도 차르’, ‘정당 소생술사’가 윤 후보를 야권 유력 주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윤 후보가 대선 도전을 선언한 뒤 각종 실언으로 지지율이 빠지며 위기에 처한 지난해 7월엔 윤희석·김병민 등 자신들의 측근을 캠프로 보내는 등 ‘긴급 보급’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경선 레이스 시작을 앞두고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를 2차례나 만나며 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10월엔 경선 막판 ‘개 사과’ 논란으로 위기에 처한 윤 후보와 만찬을 하며 조언을 이어갔고 경선 1주일 전인 10월29일에는 “내년 대선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 대 윤석열 후보의 경쟁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였지만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3일 전격적으로 선대위에 합류 뜻을 밝히며 ‘정권 교체’를 고리로 다시 의기투합했다. 같은 달 17일에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선 “윤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하는 나름의 확신이 있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후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정을 두고 윤 후보가 50조원을 약속하면, 김 위원장이 100조원대 검토를 거론하는 등 메시지에 엇박자를 냈지만, 김 위원장은 선대위 내분이 일 때마다 해결사를 자처하며 윤 후보를 전적으로 지원했다. 이준석 대표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관련 의혹 대응 방식을 두고 조수진 최고위원과 맞붙으며 선대위의 모든 직책에서 사의를 표명했을 때도 김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내가 처리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규모가 큰 선대위를 향해 ‘항공모함’이라고 표현하며 “총괄상황본부가 강하게 그립(장악력)을 잡고 선대위를 이끌어야 한다. 선거를 효율적으로 이끌 기동대가 필요하다”면서 개편 의지도 강력하게 드러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기 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윤 후보의 실책은 계속 이어졌고 새해 급전직하한 지지도에 놀란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윤 후보와 상의 없이 선대위 전면 개편안을 던졌다. 의원총회에선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는 메시지를 공개하며 압박했다. ‘김종인 상왕론’, ‘윤석열 아바타론’이 불거졌고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윤 후보는 선대위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김 전 위원장을 ‘정리’했다. 결별이 확정된 5일 윤 후보는 선대위 해체 기자회견 30분 전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계속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 조언을 많이 해달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를 “30초 정도의 의례적인 전화였다”고 평가했고 이내 “알았다”고 답한 뒤 끊었다고 한다. 정권교체 명분으로 끈끈하게 뭉쳤던 두 사람의 결말은 차가운 파국이었다. 오연서 기자 l

 

"이준석 사보타주"vs"무운 빈다" 윤석열-이준석, 멀어지는 '원팀'

'지하철 인사·야전침대' 이준석 "연습문제 제안, 운석열에 거절당해"

 이준석, 내일 의총 불참 예정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단기필마를 선언하며 선대위 해체라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엔 여전히 냉기가 돌고 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한 윤 후보가 이 대표와의 불협화음을 수습하지 못하면서 완전한 '원팀' 대선 레이스도 멀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이날 한 때는 윤 후보와 이 대표간 관계 개선에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선대위 개편 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와 신뢰 관계가 두터운 권영세 의원을 선거대책본부장 겸 신임 사무총장으로 내정한 것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오후 늦은 시각에는 오는 6일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나란히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일정이 공지되기도 했다. 특히 당에서 붙인 의총 부제는 '변화와 단결'이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출연한 OBS '뉴스코멘터리 막전막후' 방송에서도 권 의원에 대해 "우리 당에서 몇 안 되는 선거 유경험자로 기획력이 있다. 2012년 대선에서 저와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 기획력을 인정한다"고 추켜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윤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엔 선대위 개편 방향과 관련해서도 "큰 틀에서 봤을 때 제가 주장했던 것과 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상당한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윤석열 후보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 밝히는 이준석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에게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쇄신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훈풍 기류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미 공지된 일정을 뒤집고 오는 6일 '변화와 단결' 의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결정한 것은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기 위해 이 대표가 기획한 선거 캠페인 방식을 윤 후보 측에 제안했으나 거부당한 것이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캠페인의 구체적인 내용은 윤 후보의 지하철역 출근길 인사나 이 대표의 당사 야전침대 숙식 등으로 전해졌다.

 

'달라지겠다'고 공언한 윤 후보와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 가늠하기 위해 '연습문제' 삼아 이런 제안을 했지만, 단박에 거부당했다는 게 이 대표 측 주장이다.

 

이날 오후 열린 당 국민소통본부 주최 '전국 청년 간담회' 화상회의도 뜻밖의 도화선이 됐다.

 

소통본부가 윤 후보의 참석을 공지하고 연 화상회의에서 윤 후보가 권성동 전 사무총장의 전화를 넘겨받는 식의 '스피커폰'으로만 등장하자 회의 참석 청년들 사이에서 분노 섞인 욕설이 터져 나온 것이다.

 

윤 후보 측은 예고에 없던 일정에 '깜짝 등장'했다고 해명했지만 청년들과의 소통에 또 한 번 매끄럽지 않은 광경을 연출한 셈이 됐다.

 

여기에 행사를 이끈 박성중 의원이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 "이준석의 사보타주(태업)로 청년들이 호응하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계획했다", "청년들 중 이준석 계열과 민주당 계열이 (간담회에) 막 들어왔다"고 해명하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박 의원의 발언은 윤 후보에게 불만을 터뜨린 청년들이 이 대표 측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박 의원의 문제 발언을 언급한 뒤 "해명이 어차피 불가능해 보인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3월 9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 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무운을 빈다'는 지난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소식에 대한 이 대표의 반응이었다.

 

이 대표가 정치적 구원이 있는 안 후보에게 보였던 싸늘한 반응을 자당 후보에게 재차 거론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윤 후보와 이 대표가 감정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정치권에선 윤 후보 측과 이 대표 간 갈등의 불씨가 잠재한 이상 관계 개선과 신뢰 회복은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윤 후보 측 인사들 사이에선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다시 끌어안고 가더라도 언제든 이 대표가 대선 레이스를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대표 측에선 선대위 해체만으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완전히 뿌리뽑혔는지 장담할 수 없다고 의심하는 등 양측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형국이다.